[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김태진의 14번째 개인전 ‘시그널’이 서울 연희동 ‘갤러리 호호’에서 열린다. 김태진은 국민대 교수이면서 한국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는 6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신작 20여점으로 구성됐다.

김태진의 드로잉 연작은 고정된 형태를 지우고 감각의 얼룩과 흔적에 따라 회화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4번째 개인전 ‘시그널’은 작가의 회화적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손으로
김태진의 작품에는 번짐과 스며듦, 뭉침과 같은 유기적 조형 요소가 유동적으로 흐른다. 수채 물감의 젖음과 번짐 위에 파스텔이 덧입혀지며 하나의 얼룩처럼 퍼지고 수렴되는 색면이 리듬감 있는 화면을 완성한다.
일정한 형태를 재현하기보다 감각이 지나간 자리를 기록하려는 김태진의 시도는 드로잉을 단순히 회화 작업을 위한 밑그림이 아닌 조형적 파동의 현장으로 이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선의 흐름과 색의 중첩은 순간의 감정과 우연을 반영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자유롭게 유도한다.
김태진은 이번 작업을 “드로잉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감각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이미지를 상정하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감각적 사건을 지켜보는 태도에 가깝다”며 “물감이 번지거나 스며드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 안에서 흔적을 추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화면에 일어나는 일렁임과 스며듦, 주저함의 감각을 통해 삶의 불확실성을 물질의 언어로 환원시킨다.
영상 설치 뉴미디어서
드로잉으로 새 전환점
김태진은 그동안 영상, 설치, 뉴미디어 기반의 작업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확장된 매체를 다뤄왔다. 이번 드로잉 전시는 새로운 전환점인 셈이다. 수채와 파스텔이라는 물성 중심의 매체로 돌아온 작가는 직접적인 손의 감각을 통해 회화의 물질성과 시간성을 실험하는 데 몰두했다.

전시 제목 시그널은 일반적으로 ‘어떤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시하기 위해 일정한 방법으로 보내는 표시나 기호’ 혹은 ‘어떤 일이 일어날 조짐이나 징후’를 뜻한다. 김태진의 개인전에서는 관람객 각자의 인식과 감정에 따라 다채롭게 반응하는 열린 회화 언어로 기능한다.
생성과 소멸, 파동과 흐름이 공존하는 화면은 감각의 프리즘을 통과한 일종의 ‘징후’이며 동시에 관람객에게 던지는 ‘신호’다.
김태진은 “영상이나 설치 작업은 구조적이거나 개념 중심의 접근이 많은데 이번 드로잉은 본능적인 감각의 층위에서 시작됐다”며 “손이 닿고 색이 번지고 물성이 말라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경험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감각으로
갤러리 호호 관계자는 “김태진은 이번 작업을 통해 다시 손으로, 다시 감각으로, 다시 회화로 돌아와 ‘보이는 것 너머’를 감지하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미지의 조형 가능성을 향해 던진 그의 과감한 시도는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삶의 리듬과 감정에 대한 사유이자 흔적”이라며 “삶의 확신할 수 없는 순간, 불완전한 감정의 결이 화면 위에 투명하게 스며들며 다가오는 봄의 시간에 관람객과 진솔하게 호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태진은?]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 박사(2015)
New Forms 전공, Fine Art Dept., Pratt Institute of Art and Design(2004)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전공(199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1996)
▲개인전
‘이야기 교정 6일 전시’ 라이프러리아카이브(2019)
‘Blinking Eyes’ 스페이스 엑스엑스(2018)
‘웅크리고 가려라’ 아트스페이스 휴(2012)
‘이태원 오바로크’ 공간 해밀톤(2010)
‘No Nationality’ 김진혜 갤러리(2008)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