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전, 미국이 대중국 무역 장벽을 세우기 시작한 초기만 해도 지금처럼 분위기가 험악해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들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의 경제 팽창을 견제하기 시작했을 때, 세계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었다. 중국과의 교역서 이익을 내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정도를 빼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야말로 세계 경제 전쟁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음이 역설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이 선택한 대중국 압박 전략이 왜 시작됐는지 따라가 보면 미국을 축으로 한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가진 모순 속에서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세계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도무지 소비를 줄일 수 없는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빼고 보더라도 과다한 전쟁 비용과 낮게 유지하려 애쓰던 금리, 그리고 두 번의 오일쇼크에 의해 미국 경제 패권은 심각하게 흔들렸다. 기준금리를 15%까지 끌어올려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던 1970년대의 마지막에 ‘드라코니언 아니면 히틀러’로 불리던 폴 볼커가 등장하고 나서야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풀이 죽기 시작했다.
1978년, 중국의 등소평이 중국공산당 3차 중앙위원회 회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개혁개방정책을 결정한 게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진즉에 헨리 키신저는 미·중 핑퐁 외교를 다져놨고, 월마트 창시자 샘 월튼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저가의 소비재를 공급할 생산기지를 중국에 구축해뒀다.
중국이 공급하는 값싼 생필품에 미국인은 환호했고, 덕분에 인플레이션 공포로부터 벗어난 미국은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들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허덕이던 소련이 몰락하면서 냉전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서 세계 최강 패권 국가로 자리 잡았다. 중국이 죽어가던 미국을 살렸다는 표현이 과할지는 몰라도,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지분이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 이유다.
2025년, 협력과 공존이 가능했던 낭만적인 시대의 끝이 보인다. 정말 끝났다고 본다면 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찾게 된다. 그 해답을 찾아 헤매다 보면 또다시 미국, 그중에서도 달러를 보게 된다.
인간이 바벨탑을 쌓아 신에 도전했지만, 신이 내린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했던 것처럼 중국은 달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도대체 달러가 뭔지 커다란 벽을 마주하게 되고, 수많은 나라의 통화 중에서 왜 하필 달러여야만 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달러를 벌어들이는 축복은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만 받을 수 있게 됐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조용래는?]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또 하나의 가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