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아카데미는 설립 초기인 2008년부터 빌 게이츠가 “아들과 함께 보는 강의”라고 언급하며 입소문을 탔고,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구글을 비롯해,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헤지펀드 전문가 레이 달리오 등 각계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비영리 교육단체다.
개인의 학습 속도를 고려한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던 살만 칸에게 2022년 챗GPT를 만든 기업 오픈AI서 온 연락은 그 꿈을 이루는 데 AI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이때는 챗GPT가 공개되기 4개월 전이었다. 살만 칸과 오픈AI 팀은 GPT-4에 대학 수준의 생물학 문제를 풀어보게 했고, 모든 테스트 과정이 끝났을 때 칸은 말했다. “세상 모든 걸 바꿔놓겠군요”라고.
그렇게 칸미고가 탄생했다. 살만 칸은 칸미고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가져올 교육혁명이 학생, 학교, 학부모, 교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멀리 내다본다. 학생에게는 친구 같은 안내자로, 교사에게는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교사로, 학부모에게는 내 아이를 보살펴주고 상황을 공유해주는 상담 선생님으로서 기능하며 AI는 교육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AI를 더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살만 칸 역시 두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걱정인지 이해한다. AI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안다. 어떤 이들은 AI가 숙제와 과제를 대신 해주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않는 세대가 되어버릴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설정값 입력으로 이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AI는 답을 바로 주지 않고, 유능한 교사가 하듯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을 택한다.
무엇보다 살만 칸이 주목한 부분은 학습 공백을 채우는 개인 맞춤형 교육이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한계는 일대일 교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수업에서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커지는 학습 공백을 AI 개인교사가 함께 채울 수 있다.
수학, 역사, 화학, 물리, 미술 등 모든 과목서 AI 개인교사는 퀴즈를 내기도 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교사가 매시간 옆에 붙어서 할 수 없는 일을 AI 개인교사가 대신하는 셈이다.
오늘날 개인이 개인을 지원하는 방식의 새로운 플랫폼이 온라인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학교 밖 학생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장을 받거나 대학 입학도 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칸 아카데미와 같은 플랫폼서 발행한 성적증명서를 입학 심사에 반영하는 추세다.
AI는 이때 이 같은 플랫폼을 또 다른 차원으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우리 삶에는 AI가 절대 도움을 줄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모든 것을 AI로 대체하자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제 교육계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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