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 제한

  • 이윤호 교수
2024.07.13 00:00:00 호수 1488호

성범죄자가 출소해 특정 지역에 살게 되면 인근 거주민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재범을 우려한 몇몇 거주민들은 출소한 성범죄자의 퇴거를 요구하는 등 민원을 쏟아내기도 한다.



출소한 성범죄자를 감시하고 통제할 효과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이들의 주거를 제한하거나 거주지를 지정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시카법’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전과 2범의 성범죄자가 가석방 이후 세 번째 성범죄를 저지르자 피해 어린이인 ‘제시카’의 아버지가 청원을 발판으로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채우고 학교나 공원 등 아동이 많은 지역 가까이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률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검사의 청구로 일정 기간 ‘거주지 지정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처럼 고위험 출소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려는 의도였지만,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거주지를 ‘지정’하는 형식으로 변경됐다.

이 새로운 시도에는 몇 가지 쟁점이 따른다. 먼저 지역주민의 반대다. 출소자의 거주지를 특정 지역의 특정 시설로 지정하는 것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교도소마저 혐오시설이라는 주민의 반대로 신축이 어려운데, 이동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보장되는 한국형 제시카법 적용 시설에 대한 주민의 불안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법률적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거주지의 제한 및 지정은 출소자에게 또 다른 형태의 구금이자 2중 형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형벌과 다른 목적을 지닌 일종의 보안처분 개념으로서 형벌과 병과 처분할 수 있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즉, 거주지 지정이 형벌과 병과 처분되더라도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혹자들은 미국의 ‘삼진 아웃(3 strikes-out)’ 제도를 예로 들면서 재범 위험성이 아주 높은 전과 3범 이상 성범죄자에게 선별적으로 처음부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자는 주장도 한다. 2번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재범이 우려된다면 공익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재범 우려가 높으면 처음부터 사회로 돌려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대안이 극단적이라면 적어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처음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선고되는 형기를 처벌의 기간이 아니라 치료의 기간으로 삼는 식이다.

사람마다 유사한 질병이라도 치료 방법과 기간이 다른 것처럼 성범죄자도 형기를 정하지 말고 법률이 정하는 형벌의 기간 동안 고위험의 원인이 치료되거나 해소된다면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출소시키지만, 형벌의 기간이 끝나도 고위험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치료감호를 계속해 치료하자는 것이다.

일부 고위험 성범죄자는 정신적 질환이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에 대한 형기를 치료의 기간으로 인식해 형사정책적 접근과 대책에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분류제도가 작동돼야 하고, 개별 처우와 치료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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