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드론, 문명의 이기인가? 흉기인가?

  • 이윤호 교수
2024.03.23 10:19:37 호수 1472호

드론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고, 택배도 대신한다.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이라는 선물이다. 



안타깝게도 그에 따른 청구서도 날아온다. 조용한 주택가서 사제 폭탄이 터지고, 차도에 철제 못이 뿌려지기도 한다. 누구의 짓인지 사람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이웃의 CCTV가 잡아낸 범인은 바로 드론이었다. 드론이 우리에게 편리함만 가져다주는 문명의 이기인 줄 알았으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드론을 지나치게 이기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당장 경찰을 비롯한 법 집행 또는 형사사법 기관에서는 드론을 법 집행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몰두할 뿐 드론의 위험성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은 양면적 속성을 지닌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무한에 가까운 편리함을 준 대신 사이버 범죄라는 위험을 안겨줬듯이, 첨단 과학기술은 범죄의 해결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서 활용되지만, 동시에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드론은 범죄와의 전쟁서 훌륭한 범죄 해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고, 교도소 반입금지 물품을 들여보내고, 마약을 운반하고, 심지어 교도소 재소자를 탈옥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드론은 다양한 범행 도구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 집단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접근성·기동성 등을 활용하면서 익명을 유지한 채 표적에 위협을 가하는 쓰임새가 부각될 수 있다.

드론이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은 범죄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정이 가능하며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드론의 짓이라는 걸 파악해도 드론을 도구로 악용한 범인을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드론의 오남용을 제한하는 법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펜실배니아서 사제 폭발물을 전 여자친구의 집에 낙하시킨 혐의로 체포됐던 사람이 단순 폭발물 제조와 소지 혐의로만 기소됐던 사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론이 사람에게 가하는 위협이라는 쟁점 사항은 놓친 것이다. 

드론의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드론 공격은 핵심 중요시설이 안고 있는 취약성과 이런 시설을 드론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탄탄한 대책의 필요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은 드론을 전통 범죄의 해결책으로 바라보는 데 급급하다. 드론이 초래하거나, 야기하는 위험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이 정보 공유와 소통에 기여하는 반면에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자율자동차가 도로의 안전이나 교통의 효율성을 주지만 사고의 책임이나 직업의 상실과 같은 문제를 안겨주듯이 드론은 항공사진이나 물류 운송에는 혁신적일 수 있지만 범죄 악용 가능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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