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상황적·직업적 범죄 취약성

  • 이윤호 교수
2023.12.29 10:03:09 호수 1459호

언론을 통해 해외서 온 여행객이 절도와 강도를 당했다거나, 택시·버스 기사가 손님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한다. 여행객이나 운전기사가 범죄 피해에 취약한 이유를 학계에서는 상황적 취약성과 직업적 취약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 발전과 함께 찾아온 세계화의 물결에 따라 물리적 국경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약간의 역기능도 초래했는데, 그중 하나가 여행객에 대한 범죄다.

여행객은 현지서 일시적으로 범죄에 노출되고, 자신의 방어에 취약해진다. 여행지의 지리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데다, 그곳의 사람과 관습을 잘 모르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반면 범행 동기를 가진 그 지역의 잠재적 범죄자는 범행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크고, 피해자가 신고할 개연성은 낮아 붙잡힐 위험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여행객을 범죄 대상으로 선택한다. 여행객은 현금을 다량으로 소지하고,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기 어렵기에 아주 매력적인 표적이 된다.

결국 여행객은 일시적이나마 범죄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을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범법자들은 말·행동·의상 등으로 여행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역의 보안·환경·범죄 수법·형사사법제도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여행자는 잠재적 범법자가 선호하는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일시적 상황으로 인한 범죄의 취약성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이 범죄에 노출된 상태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겪는 범죄 피해다. 버스나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포함되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를 선택할 수가 없기에, 그들과의 대면을 피할 길이 없다. 폭력 범죄를 비롯한 거의 모든 대인 범죄는 잠재적 범인과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야 발생할 수 있는데, 택시나 버스라는 폐쇄된 공간에 동시에 위치할 경우 다른 승객 등 제 3자의 안전으로 인해 피하거나 방어할 수가 없다.

특히 택시는 주위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어 범죄에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범법자는 위협하고, 제압하고, 압도할 수 있는 표적을 선호한다. 택시나 버스는 운행 중인 관계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제압해 범행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현지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이나 택시·버스를 운행하는 사람은 범죄에 관한 필요충분조건에 해당되는 요소들을 안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데 취약하고, 현금을 소지하는 등 매력적인 표적이 되면서도 현지 보안이나 안전 상황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차량을 운행 중인 관계로 현장을 피할 수도 없어서 잠재적인 범법자에게 매력적인 표적, 범행의 대상으로 선호되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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