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솔루션 프로 단상

2023.07.26 15:08:03 호수 0호

하정훈 원장 “소수 얘긴데 다수가 세뇌되는 것”
누리꾼들 “극단적·자극적 소재 불편” 폐지론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교 20대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이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솔루션 육아 프로그램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나흘 전이었던 지난 14일, 오은영 박사는 <금쪽같은 내 새끼> 말미에 작금의 교권 위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안쓰럽다”고 위로했다. 이날 방송엔 학급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와 교감에게까지 폭언을 일삼는 금쪽이에 대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초등학교 2학년의 금쪽이로 인해 담임교사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오은영 박사는 학부모들에게 교사들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당부했는데 되려 그의 훈육법에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면서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소셜미디어엔 “이제 TV에 그만 나오셔라. 교권 추락에 한몫 하셨다” 등 책임을 묻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지난 26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은영 박사가 학부모들 여럿을 망친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체벌 없이 오냐 오냐 받아주고, 남 불편하게 하고 피해 주는 일까지도 존중해주고 공감하니 아이들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오 박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같은 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다른 육아 전문가가 본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방송’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 그래도 낮은 출산율이 국가적 문제가 되는 상황서 멀쩡하고 정상적인 아이들의 육아를 보여줘 쉽고 재미있다는 걸 알려줘도 모자랄 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맨날 말썽부리고 정신병원 가는 아이들만 보여주니 누가 애를 낳으려고 하겠느냐?”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육아 방송은 없고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돌아왔다>처럼 비현실적이거나 금쪽이처럼 자극적이거나 그저 시청률에만 집착해서 극단적으로 방송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글에는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 자체를 보지 않는다. 부모가 오은영 솔루션을 볼 필요 없이 상식선에서만 키워도 다들 잘 자란다. 일부 안 되는 애들만 정신의학과 상담치료 받으면 된다” “금쪽이도 그렇고 연예, 결혼 등 예능프로그램이나 방송들도 그렇고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만 보여주니 아이를 낳는 건 둘째 치고 결혼이나 하겠느냐?” 등 솔루션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댓글이 잇따랐다.

한 회원은 “오은영은 요즘 광고도 많이 나오던데…현실에 가까워야 할 내용의 방송이건만, 너무 설정이 들어가 있고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두어 번 보고 바로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정상적이지 않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고, 반려견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도 관리가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반려견과 반려견 주인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더 늦기 전에 육아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단순히 자꾸 보면 아이 낳기를 무서워한다는 게 아니라, 자꾸 보여줘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사나운 개를 보여준다고 반려견 인구가 줄어들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똑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육아가 힘든 건 다 아는 사실이고 솔직히 아이 키워본 사람들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오은영 박사가 가르치는 것은 아이가 문제가 아닌, 부모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걸 소아과 전문의가 저런 식으로 평가해선 안 될 것 같다” “저 선생님, 말씀도 잘하시고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육아에 도움이 된다” 등 옹호 댓글도 달렸다.

또 자극적인 콘텐츠와 주제, 설정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한쪽으로 특화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회원은 “진짜 문제다. 방송 시청률만 올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사회에 소수가 겪고 있는 문제만 부각시킨다. 이혼, 좀 특이한 육아 문제, 아이 안 낳고 개와 고양이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안 본지 오래됐는데 그냥 폐지가 답” “극 공감한다. 방송이 사람들을 다 망쳐놓고 있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야 하는데 자극적인 내용들만 난무하고 있다” “진심 폐지해야 한다. 치료할 아이들 데리고 장사하는 거 아니냐” “돈과 시청률에 미친 방송 관계자들의 합작품” 등 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프로는 이른바 ‘황금 시간대’인 매주 금요일 오후 9시30분에 방송되고 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는 오은영 박사의 전 국민 멘털 케어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방송 취지는 ‘멘털 케어’라고 밝혔지만, 정작 솔루션 대상인 아이들의 욕설이나 폭행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루면서 문제 해결이 아닌 시청률에 매몰돼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도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신과 의사라면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는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 내지 권위를 위해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은연중에 그러는지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결혼, 연애 방송만 봐도 어차피 방송용이고 각본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져 보지 않는다. 육아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 저분(하 원장) 말씀이 지극히 맞는 말”이라며 “저러니 아이도 안 낳으려고 하고 결혼도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세뇌시킨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원장은 유튜브 채널 ‘IMtv 아이엠티비’에 ‘요즘 육아 컨텐츠가 대세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는 애들을 위한 건 정말 필요하다”면서도 “문제가 뭐냐면 일반인들이 자꾸 질병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육아가 힘들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답했다.

하 원장은 “요즘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육아가 쉽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쉽고 재밌게 키우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너무 어려운 것만 계속해서 방송에 나오고 있다”며 “이건 환자를 위한 소수의 이야기인데 마치 다수처럼 돼서 ‘세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의 육아와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정상 아이들의 육아법이(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정상 아이들의 육아법은 다르다”며 “정상 아이들을 키우는 분야를 다루는 게 소아과로 문제 있는 아이들은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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