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스토킹 범죄, 이대로 괜찮은가?

  • 이윤호 교수
2022.12.15 11:34:40 호수 1406호

‘스토킹(Stalking)’이라는 외국어처럼 우리 귀와 눈에 익숙한 말과 글도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스토킹이란 원래 맹수와 같은 육식동물들이 먹잇감을 따라다닌다는 뜻에서 출발한 용어다.



‘은밀히 다가서다’ ‘몰래 추적하다’에서 파생됐고, 타인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남을 쫓아다니는 행위를 의미한다. 

관련된 법률인 ‘스토킹 처벌법’에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접근하고 진로를 막거나, 동선, 주거지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이나 영상을 보내는 행위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해서 피해자의 불안감을 일으키면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토커(스토킹을 하는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는 사람은 대체로 타인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믿음이나, 자신이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표현으로 남녀관계에서의 일방적 접근이나 집착이 얼마간 용인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열 번 찍으면 그게 바로 스토킹 범죄가 된다. 

스토킹 범죄를 규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 전제가 피해자의 주관적 피해 감정, 가해자의 고의성, 그리고 행위의 반복성이다. 열 번이나 찍는 애정공세는 스토킹의 이런 핵심 전제에 다 해당될 수 있어서 애정표현이 아니라 스토킹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스토킹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토커들은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집착과 망상이나 광기로 상대방에 대한 병적인 소유욕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언어적, 심리적 폭력은 물론이고 체적 폭력과 극단적으로는 살인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스토킹 피해자 대부분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비롯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겪게 된다.

심지어 상당수 피해자는 거주의 이전, 직장의 이직,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차단이나 제한 등 사회적, 경제적 자유를 속박당하고, 심한 경우 사회적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스토킹은 연인, 친구,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불신과 고통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스토킹 처벌법’이 만들어졌음에도 여기저기 문제점이 지적되는 양상이다. ‘반복성’ ‘반의사 불벌죄’, 가족과 주변인 보호 장치 미흡, 잠정조치의 결함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복돼야 범행으로 인정되는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운이 좋아서 살아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의사 불벌죄이기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데, 현실은 가해자의 협박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가족이나 친인척도 위험에 노출되지만 법은 이들을 보호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접근금지조치는 짧은 기간과 감시 소흘로 오히려 가해자를 더욱 자극하고 피해를 가중시키는 우려로 작용하기도 한다. 

스토킹 처벌법은 그야말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위한 법이다. 오히려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법이 지나치게 범죄 구성요건을 협소하게 규정해 피해자의 피해 경험을 충분하게 담지 못하고, 행위의 비속성과 반복성은 과거가 아닌 미래가 반복되고 지속될 위험성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킹이 반복된다는 것은 운이 좋아서 살아있는 것이며, 또 다시 반복되면 죽을 수도 있기에 스토킹은 반복되면 안 되는 범죄라는 것이다.

스토커는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돌리거나 정신질환 등의 치료를 받지 않는 한 피해자나 친인척에 대한 살해나 방화와 같은 테러로서 자신의 병적 집착과 광기와 분노를 해결하려 할 것이기에 단순히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조심과 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원을 비롯한 형사사법제도 전체가 중증 스토커는 잠재적인 인명살상범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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