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법 오해와 진실

2022.07.01 08:35:56 호수 1382호

“국민의 한 사람, 보편적 복지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회는 정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매년 부동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가운데 3명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정치개혁의 길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 관련 논의는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는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뇌물수수 등 국회의원이 연루된 여러 사건으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누린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불신 깊어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개혁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의 한 방법으로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그 주축인 국회와 국회의원의 위상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때가 왔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유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꾸렸다. 2012년 이후 멈춰선 국회의원 연금법 관련 논의를 재개하자는 취지다. 이로써 여야 의원과 소통이 가능하고 정치는 물론 스포츠, IT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겸해온 유 상임고문은 오랫동안 국민 여론과 부딪쳐온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2012년 9월 민생당 김동철 의원은 공무원연금의 대상에 선출직 공무원도 포함시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무원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국회의원 연금법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추진단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김 의원 개정안은 헌정회의 ‘연로회원 지원금’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과 헌정회 정관에 따라 ‘1일 국회의원’이라 해도 만 65세부터 월 120만원의 연로회원 지원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었다.

2012년 이후 논의 끊겨
헌정회서 추진단 구성

이 부분이 지나친 특혜라는 국민적 비난이 일자 개정안을 통해 이를 개선하려 한 것이다. 

김 의원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4200여명의 선출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되지만 모든 공무원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1960년 공무원연금제도 도입 당시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무원’은 원천적으로 배제했기 때문. 

당시 김 의원은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도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 공무원연금제도에 편입시켜 일반 공무원과 같이 임기 동안 정당한 기여금을 납입하도록 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무원연금을 지급받도록 함으로써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원로회원 지원금과 같은 편법적인 특혜 시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13년 8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연로회원지원금 수급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2년 5월29일 이전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사람 가운데 65세 이상으로 수급 대상이 축소됐고, 이외에도 국회의원 재직 기간, 재산과 소득수준 등의 조건이 붙었다. 추진단에서 파악한 현재 연로회원지원금 수급자는 400여명 정도다. 

문제는 연로회원지원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유 상임고문은 “많은 국민이 연로회원지원금을 국회의원 연금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연로회원지원금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처럼 모든 공무원과 모든 국민이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전직 국회의원에만 해당되는 제도다. 이 부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로회원지원금이 국회의원 연금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국회의원만 대단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져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직 국회의원 가운데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 사글세를 내면서 사는 사람, 장례비가 없어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연로회원지원금≠연금
미국·영국·불·독일 운영

추진단은 공무원연금처럼 국회의원이 세비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기여금)하고, 일정 부분을 국가가 부담(부담금)하는 방식의 국회의원 연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연로회원지원금이 본인 부담금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이 제기된 부분에 착안해 ‘본인이 낸 만큼 받아가는’ 연금 방식을 취하고자 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른바 정치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는 모두 다양한 방식의 의원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의회 의원법에 의원 연금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의원 연금은 의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율한 것’이라고 돼있다. 

프랑스는 1904년 하원 결의안, 1905년 상원 결의안에 기초해 의원 연금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의 경우 연금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인 만 62세가 된 전직 의원은 누구라도 의원 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최근 의원의 은퇴 연령이 높아지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약 65세다. 상원은 수급 개시 연령이 약 71세로 상향됐다.

추진단은 현재 여야 현직 의원, 각계각층 인사, 시민사회단체와 접촉해 국회의원 연금법과 관련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국민의 오해에서 비롯된 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고 공청회 등을 통한 논의를 거쳐 법안을 발의하는 게 목표다. 공청회 시기는 이번 달 안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성 보장

유 상임고문은 “국회의원 연금법은 국회의원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국민이 특권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내려놓고 국회의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편적인 복지를 받을 수 있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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