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CCTV, 판도라 상자인가?

  • 이윤호 교수
2022.05.16 09:00:00 호수 1376호

조지 오웰은 1949년 출간된 소설 <1984>를 통해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세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조지 오웰이 말한 소설 속 사회는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가 보편화된 현 시대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CCTV로부터 안전이라는 선물을 제공받는 동시에 감시당하고 있다. 

경찰학 격언 중 “경찰이 우리 모두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곁에 있을 수는 없다(Police can not be everywhere for everyone at every time)”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찰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메꾸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이 경찰 인력의 한계를 내세우며 전통적인 ‘인력치안’을 넘어, ‘과학치안’이 보편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과학치안의 가장 기초적 시도는 바로 CCTV다. 

CCTV는 촬영 중이라는 경고문으로 잠재적 범법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한다. 범죄 동기가 억제되거나 적어도 지연 또는 대체되는 효과가 있고, 범죄 건수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방적 효과뿐 아니라, 범죄 발생 후 범인의 신원을 확인해 용의자를 확정하거나, 도주한 범인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검거하는 과정에서도 기여한다. 수년 전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에서 CCTV가 범인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CCTV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최선의 범죄 예방책은 범죄 동기를 근본적으로 제거 또는 해소하는 것인데, CCTV는 범죄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범죄 장소를 바꾸거나 범행을 늦추는 ‘범죄대체(Crime Displacement)’를 불러온다고 평가한다. “CCTV 설치에 따른 이익이 이웃한 지역까지 확산된다(Diffusion of Benefits)”고 보는 보편적인 시각과는 상충된 의견이다.

CCTV가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찍히고 있다면, 어디에서도 우리의 사생활이란 있을 수 없고,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인권의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CCTV가 결코 ‘비용-편익(Cost-Benefit)’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CTV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깨진 창(Broken Windows)’ 이론을 중심으로 퇴락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열거한 CCTV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지나친 우려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다. 다수의 사람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CCTV 운영 비용을 최소한의 투자라고 인식한다. 오남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통해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CCTV는 요술상자가 아니다. CCTV의 실제 효과보다 기대치가 훨씬 높아서는 안 된다. 당연히 범죄 예방과 통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CCTV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한다면 과잉 기대나 마찬가지다. 

CCTV는 범죄 예방을 위한 한가지 방법일 뿐이며, 따라서 CCTV는 대체재의 성격을 지녀서는 안 된다. 남은 과제는 사생활이나 인권침해 등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이나 긍정적 기능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다. 과학적 분석으로 CCTV 설치 장소를 결정하고, 철저한 사후관리와 감독을 통해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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