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보령제약그룹이 후계자의 입지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삼십대 중반 나이에 지주사 대표이사를 꿰찬 황태자를 핵심 사업 회사의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수년 전 큰 틀이 완성된 보령제약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보령제약그룹이 30대 오너 3세에게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일 보령제약은 이사회를 열고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사장은 보령제약 사장과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해당 안건은 오는 3월 보령제약 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높아진 위상
1985년생인 김 사장은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외아들이다. 2014년 1월 보령제약에 입사해 전략기획팀과 생산관리팀, 인사팀 등을 거쳤다. 2017년부터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의 사내이사 겸 경영 총괄 임원을 맡았고, 2019년 12월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사장은 조직문화 혁신과 투명한 경영 체계 정립, 신사업 역량 강화, 적극적인 국내외 투자 활동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흔이 채 되지 않은 오너 3세에 힘이 쏠리는 현상이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존 오너 경영진이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탓에 김 사장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사장의 모친인 김은선 회장은 보령홀딩스 최대주주라는 지위만 유지할 뿐 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황이다.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김은선 회장은 2009년에는 회장 취임과 함께 9년간 보령제약을 이끌었고, 2018년 말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재계에서는 김 사장과 장두현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이의 사업적 유대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76년생인 장 대표는 CJ그룹 경영전략실, CJ대한통운 해외사업 기획관리 담당을 거쳐 2014년 보령홀딩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2019년 보령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총괄 전무, 경영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창업주 외손자 사장 승진
그룹 전반에 영향력 확대
김 사장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2019년 10월경 큰 틀이 완성된 보령제약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당시 보령제약의 계열사인 유아용품 전문기업 보령메디앙스는 사명을 메디앙스로 변경했고, 본격적인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다.
2020년 1월에는 보령홀딩스가 메디앙스 지분 8.06%를 전량 매도했다. 이를 계기로 그간 보령홀딩스 휘하에 있던 메디앙스는 홀로서기가 표면화됐다. 앞서 김 창업주는 네 명의 딸 가운데 장녀인 김은선 회장에게 보령제약, 막내인 김은정 부회장에게 메디앙스를 물려준 바 있다.
다만 승계 절차가 완료되려면, 김은선 회장이 보유한 보령홀딩스 지분을 김 사장이 넘겨받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2020년 말 기준 김은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보령홀딩스 지분 97.6%를 보유 중이다. 김은선 회장과 김 사장의 지분이 각각 45%, 25%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보령제약과 메디앙스간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야 하는 숙제도 남겨져 있다. 앞서 계열분리 과정에서 보령홀딩스가 메디앙스 지분을 모두 털어낸 것과 달리, 메디앙스는 여전히 보령제약 주식을 지니고 있다.
힘 실어주기
지난해 3분기 기준 보령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7.1%를 보유한 보령홀딩스이고, 메디앙스는 4.4%를 보유 중이다. 메디앙스는 2019년 보령제약 주식 일부를 매각한 이후 지금껏 잔여 주식 처분에 나서지 않았다. 김은선 회장과 김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0.4%, 1.1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