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접대·기부금 공개 실태 들여다보니

2011.06.01 15:36:33 호수 0호

구린경영 뭐가 그리 캥기길래…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10대 그룹의 접대비와 기부금 내역이 공개됐다. 접대비 공개엔 소극적이면서 기부금 공개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불리한 정보를 감춘 ‘얌체식 정보공개’란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런가하면 무슨 비밀이 그리 많은지 둘 다 공개를 꺼린 곳도 있다. 바로 한진그룹이다.

재계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은 최근 10대 그룹의 접대비와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10위권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의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의 접대비는 지난해 1912억원으로, 전년 1633억원보다 17.1% 증가했다.

삼성그룹은 전년(280억원)보다 17.7% 증가한 330억원으로 접대비가 가장 많았다. SK그룹은 313억원을 접대비로 지출해 그 뒤를 이었다. 2009년(273억원)에 비해 14.6% 증가한 수치다.



절반가량 항목 누락

이어 ▲한화그룹 237억원(2009년 205억원-증감률 15.4%) ▲롯데그룹 236억원(194억원-21.7%) ▲현대차그룹 193억원(158억원-22.3%) ▲LG그룹 182억원(160억원-13.7%) ▲두산그룹 168억원(144억원-16.5%) ▲현대중공업그룹 124억원(105억원-18.2%) ▲GS그룹 113억원(102억원-11.3%) 등의 순으로 지난해 접대비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경우 10대 그룹 가운데 접대비를 가장 적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6억원을 접대비로 썼다. 다른 그룹들과 비교하면 4∼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전년(12억원)보다 34.8% 증가해 10대 그룹 중 접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10대 그룹 계열사의 절반가량이 외부에 공개하는 회계장부에서 접대비 항목이나 지출 내역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불리한 정보를 감춘 ‘얌체식 정보공개’란 비난이 일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 581개 중 접대비 내역을 공개한 곳은 전체 51.1%인 297개에 그쳤다. 대기업 계열사 절반이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카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건설,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롯데카드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이 접대비 공개를 꺼렸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2003년부터 접대비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재벌닷컴>은 “매출 규모가 큰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상당수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접대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나마 접대비 내역을 공개한 계열사들을 분석한 결과 공개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한진그룹으로 드러났다. 한진그룹은 총 40개 계열사 가운데 15개사만 회계장부에 접대비를 공개했다. 비율로 따지면 37.5%에 불과하다.

반면 공개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78개 계열사 중 62.8%에 이르는 49개사가 접대비를 공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57.1%(21개 계열사 중 12개사)를, 두산그룹은 56%(25개 계열사 중 14개)의 접대비 공개율을 보였다.

불리한 접대 공개 ‘소극’ 유리한 기부 공개 ‘적극’
얌체 정보공개 지적…한진그룹은 둘 다 공개율 낮아


이어 ▲한화그룹 54.5%(55개 중 30개) ▲삼성그룹 52.6%(78개 중 41개) ▲현대차그룹 52.4%(63개 중 33개) ▲SK그룹 51.2%(86개 중 44개) ▲GS그룹 46.1%(76개 중 35개) ▲LG그룹 40.7%(59개 중 24개) 등의 순으로 접대비 공개율이 높았다.

접대비는 교제비, 기밀비, 사례금 등 업무와 관련해 지출하는 돈이다. 현행 세법은 접대비가 비자금 조성 등에 활용되는 문제점을 막고자 법인 매출액에 따라 손실처리 한도액을 0.03%에서 0.3%까지 인정하고 있으나, 재무제표에 공개를 강제할 의무가 있진 않다.

이에 따라 예민한 항목인 접대비를 2003년부터 비공개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접대비는 주주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재벌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부분은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세법이 개정된 2003년부터 외부 공개 회계장부에서 접대비 항목을 아예 없애 버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접대비 과다 지출로 논란을 빚은 계열사들은 속속 접대비 지출내역을 삭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재벌닷컴>은 접대비와 함께 10대 그룹 계열사들의 기부금 내역도 공개했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기부금을 공개한 곳은 전체의 64.4%인 374개로 나타났다. 재벌그룹들이 불리한 정보인 접대비 공개엔 소극적이면서 유리한 정보인 기부금 공개는 적극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대내외 이미지 개선 효과가 높은 기부금 등의 공개는 망설이지 않는 반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접대비 등의 불리한 정보는 감추기에 급급하다”며 “이런 지출 내역 누락 등의 ‘얌체식 정보공개’는 투명경영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비밀 가장 많은 ‘한진’

단, ‘얌체식 정보공개’논란에서 한진그룹은 예외다. 한진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접대비는 물론 기부금 공개도 꺼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진그룹은 계열사 40개 중 47.5%인 19개만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10대 그룹의 평균 기부금 공개율을 크게 밑도는 셈이다.

공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59개 계열사들의 기부 내역을 회계장부에 공시해 기부금 공개율이 75.6%에 달했다. SK그룹은 62개를 공개해 72.1%, 한화그룹은 38개를 공개해 69.1%를 기록했다.

나머지 두산그룹(17개·68%), 삼성그룹(53개·67.9%), 현대중공업그룹(14개·66.7%), 현대차그룹(39개·61.9%), GS그룹(45개·60.5%)도 기부금 공개율이 60%를 웃돌았다. LG그룹만(27개·45.8%) 한진그룹과 같은 40%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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