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건설 부도설 진상

2011.04.05 10:12:11 호수 0호

아니 땐 굴뚝서 연기 왜?

“건설사 블랙리스트에?” 부도임박 소문 퍼져
여신, PF, CP 등 이상무…“문제없다” 일축

STX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갑자기 부도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비상장 계열사인 STX건설이 부도에 임박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회사 측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떨어진 주가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STX그룹에 날벼락이 떨어진 이유가 뭘까. 그 원인을 찾아봤다.



STX그룹은 요즘 축제 분위기다. 5월1일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다. STX그룹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과로 재계 서열 10위권에 안착한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제대로 된 대형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터졌다. STX건설의 부도설이 증권가에 돈 것이다. 잔칫집은 순식간에 초상집이 됐다.

부도설은 지난달 28일 불거졌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건설사의 ‘줄부도’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STX건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곧바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메탈, STX팬오션 등 계열사 주식이 곤두박질쳤다. 이날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STX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계열사 주식 곤두박질

기업으로선 소소한 루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부도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STX그룹도 즉각 루머 진화에 나섰다.

STX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면서 루머를 퍼트린 유포자 색출에 나섰다. 그룹은 “최근 LIG건설의 법정관리와 관련해 국내 건설사에 대한 근거 없는 블랙리스트가 회자되면서 해당 기업의 이미지 및 투자자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STX건설 역시 부도설 루머로 그룹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투자자들 피해를 감안해 루머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강력한 대응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뜬금없이 STX건설 부도설이 나돈 이유가 뭘까.

일단 분양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X건설은 대구 범어동, 아산 배방읍, 수원 이목동 등에서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입주한 대구 범어동 ‘STX칸’은 299가구 중 73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지난 2월 입주한 아산 배방읍 아파트는 797가구 중 159가구가 남았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실시한 수원 이목동 아파트도 아직 털어내지 못했다.

건설업계에선 STX건설이 저조한 분양 성적을 보이면서 경영난 루머에 휩싸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TX건설은 지난해부터 민간 주택사업을 크게 늘린 탓에 그룹 매출 비중이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빚도 크게 늘어났다.

2006년까지만 해도 ‘무차입’상태였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차입금이 총자산의 40.3%인 2037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특수목적회사(SPC) 등에 대한 지급보증 총액(우발부채)도 1636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당장 STX건설 자금 사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건설의 금융권 일반 여신은 14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약 4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부도설, 자금난설, 사채유입설, 임금체불설, 사정설 등 각종 근거 없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심하다. 피해기업들은 하나같이 각종 루머의 진원지로 여의도 증권가 또는 명동 사채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도 아니면 건설경기 침체를 틈타 투기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유언비어로 의심한다. 건설경기가 바닥인 요즘, 이래저래 건설사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진원지 끝까지 추적

STX 채권단도 이 정도라면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채권단 측은 “STX건설의 금융권 여신이나 PF 대출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크지 않다”며 “그룹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재벌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처하면서 루머가 확산돼 부도설로 와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도설의 또 다른 배경을 기업어음(CP) 때문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3월 말 만기도래하는 115억원 규모의 CP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건설에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115억원 가량 되지만 상환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STX건설은 뚜렷한 위험징후가 없어 모니터링 대상에도 빠졌다”고 설명했다.

STX그룹 측은 “설령 STX건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룹의 지원 의지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며 “STX건설이 그룹의 신성장동력 부문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만약 제동이 걸린다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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