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판' 전국 성범죄 위험지도 공개

옆집에 강간범이…변태 어디에 살까?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정부는 2000년부터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시작으로 2010년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2016년 현재 '성범죄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들은 총 4378명이다. <일요시사>는 성범죄자들의 실제 거주지를 분석했다.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성범죄자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성범죄알림e’를 개설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이하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법무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사진, 성범죄 요지, 성폭력범죄 전과 사실, 전자발찌부착여부 등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중랑구 최다
서초구 최소

공개 및 고지 대상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인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이다. 

전국의 성범죄자는 2013년 3805명, 2014년 4200명, 2015년 442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3월3일 현재 지난해보다는 50명 가량 줄어든 모습이다. 시·도별로 가장 많은 성범죄가 일어난 곳은 경기도 1051명, 서울 747명, 경남 295명, 부산 288명, 경북 276명, 인천 267명, 전남 236명, 충남 232명 순이다. 서울에서 구 별로 살펴보면 중랑구가 69명으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강북구와 관악구에 각각 46명이 거주하고 있다. 40명 이상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중랑, 강북, 관악, 은평, 강서 등 5개 구다. 서울시에서 가장 적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은 구는 서초구로 10명이 살고 있다. 그 다음으로 적은 구는 종로구로 11명이 거주하고 있다. 3번째는 중구로 12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만명당 성범죄자 1명…2000년부터 확인     
정보공개 실시간 변동…매년 꾸준히 증가

서울의 1만명당 성범죄자 수는 0.79명으로 전국 평균 1.01명에 못 미치고 대전 0.63명, 대구 0.71명에 이어 3번째로 적은 비율이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전국 평균을 넘어가는 구는 중랑구, 영등포구, 금천구, 강북구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각 구에 1만명당 성범죄자의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중랑구의 경우 1.69명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그다음 강북 1.41명, 금천구 1.42명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낮은 비율의 구는 서초구로 1만명당 0.22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구수 대비 가장 적은 숫자를 보이기도 했다. 강남구 0.31명, 송파구 0.44명, 마포구 0.47명이 뒤를 이었다.
 

성범죄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낙후지역’으로 일컬어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이 다수를 이룬다.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평균은 31.5%였다.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중랑구의 재정자립도는 23.3%, 관악구 21.6%, 강북 18.6% 로 나타났다.

반면 적은 숫자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구인 서초구의 재정자립도는 57.4%, 강남 60%, 송파 42.1%, 마포 33.3%로 평균을 웃돌거나 평균의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가정구조 자체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구조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개자 총 4378명
수원·부천 100명

경기도에는 1051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전국 4378명의 24%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95명의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다. 구별로 나누면 권선구 29명, 영통구 8명, 장안구 24명, 팔달구 34명이다.


2016년 1월 기준 수원시 인구는 117만7710명으로 이 중 95명의 성범죄자 숫자는 1만명 당 0.8명에 해당한다. 전국 성범죄자의 1만명당 평균인 1.01명에 비하면 조금은 낮은 수치지만 단순 성범죄자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도시인 셈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강력범죄 건수 연속 1위를 기록해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부천은 소사구 19명, 오정구 21명, 원미구 46명으로 총 86명으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도시로 확인됐다.

서울 경기와 인접한 인천의 경우 총 267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인천 전체 인구는 292만8596명으로 1만명당 0.91명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부평구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남구 52명, 서구가 44명으로 뒤를 이었다. 옹진군은 4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1만명당 성범죄자가 1.92명으로 인천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낙후지역·재정자립도 낮은 지역 거주
과천·화천·장수·영양…청정도시 4곳

제 2의 수도 부산에는 총 287명의 성범죄자가 있어 1만명당 0.81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산의 16개 구 중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가 전국 평균을 넘는 곳은 북구 1.29명, 사상구 1.57명, 서구 1.14명, 동구 1.11명 등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월 기준 부산지역 622개 초·중·고교 가운데 반경 1km 이내 6인 이상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학교가 136개교로 전체의 21.8%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장군과 강서구에 해당 학교가 없는 점을 볼 때 지역별로 성범죄자가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 의원은 “성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아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는 총 162명이 거주하고 있다. 달서구가 45명으로 가장 많고, 중구가 6명으로 가장 적게 집계됐다. 광주는 총 144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북구 44명, 광산구 40명, 남구 23명, 동구 16명, 서구 21명 순이다. 

대전은 총 118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대덕구 11명, 동구 22명, 서구 26명, 유성구 10명, 중구 23명으로 집계됐다. 1만명당 성범죄자는 5개 구 모두 전국 평균인 1.01명에 미치지 않았다. 울산은 남구 18명, 동구 15명, 북구 7명, 울주군 15명, 중구 13명으로 자치구별로 고르게 분포된 모습이다. 강원도는 총 155명이 거주 하고 있다.

강릉시 32명, 원주시 24명, 춘천시 23명이 뒤를 이었다. 강원도의 1만명당 성범죄자 숫자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1.05명을 기록했다. 충북에는 총 127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시 서원구가 26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청주시 흥덕구가 20명으로 뒤따랐다. 충북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도시도 청주시 서원구로 나타났다. 서원구는 1만명당 1.19명이 거주하고 있다.

1만명당 무주 최대
광역시·도 전남 최대

충남에서는 당진시와 서산시가 나란히 26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도시 각각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1.58명, 1.53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그리고 공주시는 1만명당 범죄자가 2.18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충남의 16개 도시 중 전국 평균보다 높은 도시는 9개 도시에 달했다. 또한 충남의 1만명당 범죄자 수는 1.17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사는 시는 김제시로 조사됐다. 김제시는 33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다음 전주시 덕진구 28명, 익산시 27명, 전주시 완산구 25명이 뒤를 이었다. 전라북도의 1만명당 범죄자 수는 1.01명으로 전국평균과 동일하다. 무주군은 2.79명으로 전국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에 거주하고 있는 성범죄자 수는 236명이다. 전남에 성범죄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목포 39명, 여수 36명, 광양 19명 순이다. 전남은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1.24명이다. 이밖에 구례군과 장흥군은 각각 전국 평균 1.01명의 두 배가 넘는 2.59명, 2.18명의 비율을 보였다. 전남에서 가장 적은 숫자의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곡성군으로 1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다음은 신안군 2명, 진도군 3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의 경우 성범죄자 수가 271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에서 가장 많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곳은 포항시로 44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거주하는 인구가 많아 1만명당 성범죄자 수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는 않는다. 경북에 성범죄자가 1명씩만 거주하고 있는 곳은 군위군, 울릉군, 청도군이다. 

경남에는 모두 288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특히 거제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단일 시·군·구에서 가장 많은 55명이 살고 있다. 1만명당 인구수도 전국평균의 두배가 넘는 2.15명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경남의 1만명당 인구수 평균은 0.98명으로 전국의 평균을 밑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18명, 제주시 39명으로 집계됐다. 조사결과 50명 이상 성범죄자가 사는 시·군·구는 인구가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성범죄자가 살지 않는 도시는 경기도 과천시, 강원도 화천군, 경상북도 영양군, 전라북도 장수군 4곳뿐이다.

전북 장수군의 경우 인수구는 2만3165명, 강원도 화천군 2만6607명, 경북 영양군 1만7636명이 거주하고 있다. 과천은 6만8181명이 살고 있다. 과천의 경우 나머지 청정구역 3곳보다 3배가까이 인구가 많음에도 성범죄자가 없는 모습이다. 또한 대도시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천시민의 높은 의식수준과 경찰의 성폭력 예방활동이 이 같은 결과를 낳게 했다는 평가다. 과천경찰서는 성폭력 등 범죄 예방을 위해 2개월마다 한 차례씩 수색을 벌이며 밤길 여성 안전귀가를 위해 범죄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타 범죄보다 재범률 높아”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과천에는 성범죄자가 단 한 명도 거주하지 않지만 과천지역에서도 지하철 등지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성범죄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범죄 유발지역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Ⅲ)> 보고서를 지난 2014년 12월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과 강제추행은 대도시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성폭행은 1만905건, 경기도 1만7920건으로 수도권에서 전체의 47.7%에 달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서울, 부산, 광주, 인천, 제주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경남, 경기 ,경북 등에서는 적게 나타났다. 성폭력 범죄의 공간적 특성을 살펴보면 ‘실내’가 7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상업시설’ 41.5%, ‘주거시설’ 21.1%, ‘도로 및 교통시설’ 17.8%, ‘공공시설’ 11.3% 순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발생장소의 특징은 ‘복잡하고 좁은 공간’이 30.4%, ‘인적이 드문 곳’ 20.3%, ‘어두운 곳’이 15.0%로 과반 이상이 자연적인 감시가 어려운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 성폭력 발생장소와 가해자 및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범죄자의 거주지와 동일하지 않은 장소’가 86.4%, ‘범죄자의 업무지와 동일하지 않은 장소’가 90.3%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경우는 ‘거주지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81.1%, ‘업무지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86.4%로 범죄자, 피해자 모두 거주지와 업무지가 동일하지 않은 장소에서 주로 범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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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