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0원 받는 독서실 총무의 눈물

어려운 청년들 써먹고 ‘껌값’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2016년 최저시급은 ‘6030원’이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은 최저시급을 보장하도록 법적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독서실 총무의 경우 근로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최저시급의 적용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을 제 멋대로 해석해 최저시급을 주지 않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의 빈궁한 처지를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대개의 독서실 총무들은 경우 업무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1000원에서 2000원 사이의 시급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모 독서실의 총무로 일했던 A씨는 “하루 8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하루만 쉬었다”며 “한 달에 받은 돈은 40만원”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법해석

A씨는 “처음 구직사이트에서는 최저시급이 보장된다고 했지만 막상 면접을 보니 사장님께서 40만원밖에 못준다고 했다”며 “아쉬운 돈이지만 공부하면서 용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A씨의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1600원. 이처럼 사업주들이 구직사이트는 최저시급인 6030원으로 올려놓지만 막상 면접을 보면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을 제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저시급을 적용하지 않고 구직사이트에 공고를 올리면 구직사이트에서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A씨가 한 달을 일하고 받아야 하는 급여는 최저시급 기준 139만8960원이다. 이 급여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모든 근로자가 대상이 되는 주휴수당을 제외한 수치다. 만약 주휴수당까지 계산 한다면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놀라운 점은 월급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독서실 총무 구직 중인 B씨는 “주말에 조용히 앉아서 공부만 하실 분을 찾는다는 공고를 봤다”며 “주말에 하루 8시간 근무 하는 조건으로 독서실 개인 책상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10만원 안팎의 개인공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대신한다는 생각이 놀랍다”며 “사장들이 어떻게든 값 싸게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부산 지역의 독서실 총무 공고도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다. 이 독서실의 근무요일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근무시간은 20시부터 익일 1시30분으로 총 5시간30분 근무하는데 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혀있다.

통상적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근무를 하는 조건이라면 월 1회 휴일을 준다고 볼 때와 마찬가지로 최저시급에 한참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렇게 최저시급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이현령비현령식 근로기준법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명시되어 있다. 독서실 총무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이 달라지고 이 때문에 각 노무사들 간 견해 차이도 있다.
 

익명의 노무사는 “독서실 총무의 가장 큰 목적은 노무를 제공하여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병행하면서 용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며 “노무와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일거리가 없을 때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틈틈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근로자성’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하루 8시간 일하고 한 달 40만원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
“빈궁한 처지 이용해 노동력 착취”

반면 나륜 노무사는 “독서실 총무의 근로자성은 인정 된다”며 “총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적용뿐만 아니라 주휴수당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총무 스스로가 입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독서실 총무가 사무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근무인지 아니면 휴게시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박문순 노무사는 “비슷한 사례로 경비직 노동자들이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이 근무시간인지 휴게시간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근로시간이 맞는 것으로 판시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총무가 사업주의 지시를 받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업주가 없을 때는 실질적 관리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성 인정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알바노조는 독서실과 고시원 총무의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위법행위에 대해 정부가 나서 사법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구직사이트 광고 100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임금이 법정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인 2278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혔다. 이어 “고시원과 독서실 총무의 경우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이 관행화됐다”며 “이들이 주로 앉아서 자기 공부만 한다는 편견 탓에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현 공인노무사는 “방을 주는 것으로 임금을 대체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고시원·독서실 알바의 처우를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특별근로감독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독서실 총무들은 근로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독서실 총무들은 거기에서 식사제공을 받고 독서실 사용료도 내지 않으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A총무는 독서실 업무에 대해 “청소와 회원관리, 비품수리 그리고 매 시간 온도체크도 한다”며 “사람들이 계속 돌아다녀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생각보다 잡무가 많아 신경 쓸 것이 많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생각하는 독서실 총무의 근로행태와 실제 총무들이 생각하는 근로에는 괴리감이 있다.

한편 재작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적용제외 근로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한했다. 즉 아파트·건물 경비원, 회사 수위, 물품 감시원이 이에 속했다. 지난해 1월1일부터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직종, 고용형태, 알바, 정규직,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가리지 않고 적용하게 됐다. 

최저임금 적용제외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최저시급은 무조건 지키되 2가지 예외가 있다”며 “장애인의 경우와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 되는 경우 수습기간을 두고 수습기간 3개월 한도로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제외 사유는 단 2가지에 한하고 이 경우도 2016년도 기준 최저임금의 90%인 5427원을 시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독서실 총무의 경우 많게는 5분의 1 적게는 3분의 1가량의 시급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독서실 총무의 업무에 대해 사업주의 논리에 편승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관심한 부처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 독서실 총무에 대해 “사업장을 관할하는 노동부로 진정신고를 할 수 있다”며 “진정신고를 하면 사업주와 노동자를 불러서 꼼꼼이 조사를 해 결론을 내린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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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