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청와대가 매년 수상한 물품 구매로 쌈짓돈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사용 연한이 5년이나 되는 냉장고를 매년 구입하는가 하면,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카메라를 사겠다며 수년째 예산을 타가기도 했다. 감사원은 올해 대통령 비서실이 업무용 휴대전화를 이미 107대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57대를 추가로 구입한 사실을 적발하고 주의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청와대의 수상한 물품 구매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청와대의 수상한 물품 구매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사무용품 구입비로만 약 3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모니터, 노트북 컴퓨터, 다기능 프린터 등 사무용기기 23종 5억8900만원어치, 책장, 책상, 의자 등 29종의 사무집기 3억69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올해 한술 더 떠 사무용기기와 집기를 구입하는 데만 무려 17억4800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청와대는 회계연도가 끝나가는 연말에도 물품을 4900만원어치나 신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펑펑 쓴 혈세
무조건 구입
해당 물품들의 구매가 정말 꼭 필요했던 것인지도 의문이다. 일례로 대통령 비서실은 올해 업무용 휴대전화를 이미 107대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57대를 추가로 구입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추가로 구입한 휴대폰 중 79대는 구입 후 한동안 창고에 쌓여있었다.
또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는 기념품과 명절선물비로만 약 22억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품목별로는 손목시계 구입비가 4억8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념품과 명절선물의 배포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해당 예산이 정말 기념품 및 명절선물 구입비로 사용됐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은 없다. 청와대의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이다.
청와대 예산은 눈먼 쌈짓돈?
매년 물품 중복 구매해도 'OK'
박 대통령의 고가 운동장비 구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경호와 관계되고 대통령 경호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관련사항에 대해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에 청와대의 수상한 물품 구매는 박근혜정부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의 예산을 분석해보면 청와대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잉어 구입 예산으로 무려 1000만원을 책정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안대로라면 한 마리당 10만원가량 하는 잉어를 청와대가 매년 100마리씩 구매해왔다는 것이다. 잉어가 일부 폐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년 똑같은 수량의 잉어를 구입해온 것은 수상하다.
또 청와대는 아직 시판되지도 않은 카메라를 구입하겠다며 수년째 예산을 타내기도 했고, 사용연한이 5년이 넘는 복사기와 냉장고, 청소기 등도 매년 새로 구입했다. 청와대는 또 행사에 사용하겠다며 개당 가격이 100만원이나 하는 의자를 매년 40~50개씩 구매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들 물품을 구매하지 않고 배정받은 예산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물품을 청와대가 매년 구입했다고 해도 문제다. 국민들의 혈세로 구입한 물품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매년 새로 구입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전부터 묻지마 예산 편성으로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은 최근 3년간 70% 이상 쓴 적이 없는 시설 예산을 내년에도 확대 편성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은 청와대 경내 건물 및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내년도 ‘시설관리 및 개선’ 예산을 올해대비 12%(4억6500만원) 증액한 43억2800만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관련 예산 집행률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70%를 넘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불용액만 총 50억8600만원이다. 급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예산을 미리 타내 쌓아둔 셈이다.
녹색당이 국회 예산안예비심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해 예산규모는 1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청와대 예산 중 상당수는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예산이라 문제다. 일례로 특수활동비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에 146억, 경호실에 119억 가량이 각각 책정되어 있다.
교재 산다고 돈 받아서 오락실 간 격
운동기구 구입도 국가안보 직결?
이러한 특수활동비는 지출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 편성 시부터 구체적인 산출근거나 집행내역을 제시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노무현정부 때와 비교해 무려 30%가량이나 증가했다.
청와대의 국외여비 또한 철저히 대외비다. 대통령비서실이 올해 사용한 국외여비는 4억원 가까이 되지만 출장목적 등 구체적인 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예산 심사를 맡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 조차도 청와대의 예산집행실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청와대 예산은 사실상 감사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청와대의 철저한 비밀주의 탓에 국민들의 혈세가 쌈짓돈처럼 함부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비밀주의
감사사각지대
또 청와대를 관할하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는 다른 상임위와는 달리 1년 단위로 위원이 교체돼 제대로 된 예산 감시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만약 국회 운영위원들이 작년부터 활동했던 인물들이라면 매년 중복구매되어 왔던 물품들을 단번에 눈치 채고 이를 지적할 수 있었을 테지만 매년 위원들이 교체되다보니 청와대의 전체적인 예산의 흐름을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산 심사 기간은 턱없이 짧고, 청와대 예산을 심사할 운영위원들은 매년 교체되는데다, 청와대의 비밀주의까지 합쳐져 청와대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