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대 명절 한가위. 귀성객들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한다. 업체들도 추석을 맞이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각종 선물세트를 선보이기 바쁘다. 하지만 막상 선물세트를 열어보면 포장으로 가득 차 있다. ‘속빈 강정’ 선물세트의 실태를 파헤쳐보았다.
“시댁 선물용이라 어쩔 수 없이 백화점에서 샀지만 포장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부천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백화점에서 명품배 세트를 구입했다. 지푸라기 모양의 종이가 깔려 있고 9개의 배를 하나하나 띠로 두른 이 명품배세트는 10만원이 넘었다.
겉포장으로 눈속임
시장에서 파는 나주명품배는 개당 2000∼5000원이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나주명품배 세트는 3만~5만원이다. 백화점은 시장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은 화려한 포장으로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일은 대체로 낱개로 살 때보다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가격이 비쌌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굴비, 한우, 멸치, 버섯 등 대부분 백화점 및 마트 가격이 시장 판매가보다 높았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10마리가 들어 있는 굴비세트는 5만∼20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포장 없는 굴비를 시장에서 10마리 살 경우 2만∼10만원에 불과했다.
정육 세트도 대체로 일반 소매가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한우 등심 세트는 1등급 한우 등심 500g짜리 6개를 묶어 20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우 등심 1등급 소매 평균가는 100g당 약 6500원. 이 가격을 기준으로 3kg 선물세트를 만들면 19만500원으로 10%가량 저렴하다.
가공식품들도 세트로 살 때 가격차이가 벌어졌다. 대형마트, 백화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낱개로 살 때보다 세트로 살 때 더 비싼 것으로 추정됐다.
예컨대 대형마트 기준으로 개당 3000~3500원인 200g CJ스팸의 경우 12개 들어 있는 선물세트6호는 4만5000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마다 세트 가격은 다르지만 심하면 거의 만원 이상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참치세트도 마찬가지다. 개당 2000원에서 2400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는 사조그룹의 대표제품 ‘사조 로하이 살코기 150g 참치캔’의 경우 12개를 묶은 세트는 3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12개의 낱개보다 세트가 2000원 이상 비싼 것이다. 물론 대형마트마다 판매 가격이 모두 달라 개별 품목과 세트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부분은 낱개로 사는 것보다 세트가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이 같은 단품세트는 가격 뻥튀기가 심하지 않다. 식용유와 참치, 햄, 샴푸, 치약 등을 섞어 포장한 추석 선물세트는 단품을 모은 세트보다 10% 이상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생활용품도 20∼30%가량 비싼 경우가 많았다. 치약, 샴푸, 바디샴푸, 비누 등으로 구성된 추석선물세트 가격은 개별 구매한 것보다 20% 이상 더 비싼 것으로 추정된다.
낱개보다 세트가 더 비싸게 판매
거품 포장으로 ‘왕창’ 부풀리기
포장재도 물건 값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과대포장으로 업체들은 포장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은 결국 버려질 쓰레기 가격까지 모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업체는 가격을 알기 힘든 도자기와 예물함 등에 물건을 담아 ‘명품’ ‘프리미엄’ 등으로 치장해 원가를 따지기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형마트에 진열된 선물세트 대부분은 육안으로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선물용 한과 세트 등의 경우 ‘원산지 별도 표기’ 문구 외에는 원산지를 알 수 없다. 과일의 경우 썩거나 변색이 되는 등 불량 제품들이 간혹 발견되기도 한다. 선물의 특성상 구입하는 사람과 실제 받는 사람이 다른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고기 한 덩어리와 과일 한 알마다 붙어 있는 '띠지'도 문제다. 떼어내기도 불편하고, 과일에 난 상처를 숨기는 꼼수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선물세트의 띠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불필요한 포장재가 선물세트 비용증가의 주요원인이다. 띠지만 없애도 과일 선물 한 세트당 원가가 1000∼1500원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를 많이 구입하는 경로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부실한 상품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 설명보다 부실하거나 심지어 썩고 변질된 제품이 전달되기 일쑤다.
일부 선물세트는 유통기한,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부위를 눈에 띄지 않게 포장하는 사례가 잦아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공식품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포장비는 대량 거래라서 일반적으로 개당으로 따지면 1000원 이하 백원 단위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묶어서 팔면 더 싸게 팔아야 하는데 포장비를 명목으로 대목을 틈타 비싸게 팔아넘기는 경우가 유통업계에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선물세트를 만들면서 포장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을 명절 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에 거품이 끼는 것은 갈수록 포장이 요란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백화점들은 해당 점포에서 구매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1만∼7만원에 포장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포장비용 과다책정
현행 규정상 술과 고기, 화장품 선물세트는 제품 부피가 포장용기의 75%를 넘어야 한다. 정부는 포장횟수가 과다하거나 제품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경우 제조 및 수입업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추석 전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추석명절 선물세트 과대포장을 집중단속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마다 책정한 포장재 가격이 제각각이라 정확한 원가를 따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택배 만족도 순위
명절 때마다 택배사고가 발생한다. 택배 업체들은 저마다 촘촘한 배달망을 자랑하지만 배송 사고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5대 택배회사 종합만족도 평가에서 CJ대한통운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매출규모 상위 5개 택배회사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종합 만족도 평균은 5점 만점에 3.56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개월 이내 택배서비스를 이용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업체별로는 우체국 택배가 3.83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로젠택배(3.52점), 현대로지스틱스(3.5점), 한진택배(3.48점), CJ대한통운(3.47점)순이었다. 화물 1000개당 소비자 피해 신청건수는 한진택배(2.09건)가 가장 많았고 CJ대한통운(2.07건), 로젠택배(1.91건), 현대로지스틱스(1.23건)순이었다.
소비자들은 택배 서비스 이용 시 불확실한 방문 예정시간 및 집화 시간 미준수(36.4%)를 가장 불편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한된 택배 이용 시간(16.4%), 불편한 접수예약 절차(11.7%)도 불만이었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