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복마전' MB정부 실세 개입 의혹

국민 안전 볼모로…MB측근 돈 쓸어 담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송 의원은 2년(2010∼2012년)간 철도부품 제작업체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같은 당 조현룡 의원에 이어 송 의원은 구속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개입해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것에 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이미 수차례 '철피아'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모 전문건설사 대표 A씨와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건설업계 전문가를 만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호남고속철도요? 문제 많죠. 자금 압박을 받았는지 원가를 절감한다고 여기저기서 부실이 일어난 걸로 알고 있어요. 교량이나 이런 부분들. 설계도 꽤 많이 바꿨더라고요. 발주처가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예요."

비리 투성이
호남고속철도

당시 기자가 입수한 문건에는 모두 5개 공구(호남고속철도 1-1, 2-3 등)의 원도급사와 도급금액, 공사기간, 설계변경내역 등이 명시돼 있었다. 5개 원도급사가 수주한 금액은 약 1조3200억원. 토공·철콘(철근과 콘크리트), 노반 공사 등을 포함한 호남고속철도 전체 공사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으로 파악됐다. 이 엄청난 공사로 득을 봤던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A씨는 이미 회사를 부도내고 고향으로 내려가 있었다.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리한 저가입찰을 수년간 지속한 게 원인이었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했던 많은 중소·전문건설사들이 중간에 엎어졌다(부도를 맞았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길이 249.1km의 철도를 '오송∼익산∼광주송정'에 이어 목포까지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중 2006년부터 시작된 KTX 1단계 사업(오송∼광주송정 구간)은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착공 당시엔 이름 있는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렸던 사업이지만 지금은 서로가 슬그머니 발을 빼려 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지난 7월2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건설업계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은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입찰 담합 규모는 3조5980억원이다. 1단계 사업으로 책정된 사업비가 8조3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사비의 절반 가까이를 담합한 셈이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대형 건설사 7곳을 특정했다.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빅7'으로 불리는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SK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지목됐다.

이들은 2009년 6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2조2000억원대의 호남고속철도 노반공사 수주 과정에서 서로 공사를 '나눠먹기'로 공모했다. 13개 공구의 입찰이 진행되자 각 공구별로 낙찰예정업체가 선정됐다.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세웠다. 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한신공영 등 7개 건설사가 무늬만 경쟁입찰의 들러리가 돼 주기로 했다.

다른 공사구간 입찰도 사전 추첨으로 투찰률이 조작됐다. 가령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차량기지 공사를 희망했던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은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 모여 '사다리 타기'로 업체를 추첨했다.

이른바 '짬짜미'로 불리는 대기업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은 유독 정부가 발주한 대형 건설·토목공사가 많았던 지난 정권에서 이 같은 폐해가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대기업 주도
정부가 묵인


실제로 지난해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건설사 간 담합 과정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실세가 뒤를 봐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실에서 나온 문건과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몇몇 건설본부에 특정 건설사를 선정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된다.

먼저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는 하급부서에 특정업체를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내려 받은 담당 부서는 각 건설사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연락을 받은 건설사 임직원들은 대전 소재 한 호텔에 모여 일부 공구 낙찰률을 78.5%로 정하는 등 담합했다.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는 모두 8곳으로 이들이 따낸 공사비는 1조5697억원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8개 건설사가 담합한 78.5%의 낙찰률과 관련해 일각에선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MB정부의 실세가 개입해 '커미션'을 챙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집계결과 모든 공구의 평균 낙찰률은 73.01%였다. 그러나 8개 건설사가 담합한 구간은 낙찰률이 78.52%로 평균보다 높았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한 국회출입기자는 "높은 낙찰률 때문에 상당한 공사비가 이익으로 남았을 테고, 남은 돈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합의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고속철도 공사는 지난 이명박정부의 4대강 공사만큼이나 뒷탈이 많은 사업으로 꼽힌다. 이명박정부 임기 말 '몰아치기 공사'로 안전성에 '노란불'이 켜졌던 건 물론이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가 벌이고 있는 '철피아' 수사에서도 '호남고속철도'란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속된 말로 '해 먹을 것이 많았던 사업'이란 얘기다.

각종 비리 징후는 뚜렷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특정업체에게 4600여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심 의원은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해 국내 레일체결장치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AVT사가 제출한 탄성패드를 분석한 결과, 샘플 10개 가운데 5개가 하자보증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탄성패드는 고속철도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레일체결장치의 핵심 부품이며, 문제가 있을 시 열차탈선 등의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13조 대형관급공사…대기업 무더기 담합 과징금
낙찰률 높여 비자금 조성?…누가 커미션 챙겼나
국회의원 등 줄줄이 구속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

지난 7월28일에는 350억원 상당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담합을 한 8개 전선회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과정에서 낙찰사, 들러리업체로 역할을 분담해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담합업체는 일진전기·LS전선·넥상스코리아·대한전선·호명케이블·TCT·KTC·가온전선 등이다.

이 중 일신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35억원 규모의 중국산 조가선(주 전력선 지탱 및 전력 공급 보조역할)을 수입해 자사 제품으로 속여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준 미달인 중국산 저가제품이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사용된 것을 의미했다.

또 철도궤도 시공업체인 삼표이앤씨는 안정성에 일부 결함이 있는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 공법을 호남고속철도(익산∼정읍, 7.8㎞) 구간에 적용토록 했다. PST는 철로 레일 아래 자갈 대신 미리 만든 콘크리트 패널을 까는 공법이다. 하지만 PST 공법은 열차 하중 및 고온에 약해 레일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콘크리트가 휘어지는 등 고속철도에 적합하지 않은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돈 천국
줄줄이 구속

그런데 문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PST 공법을 승인한 사실에 있다.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갔음은 말할 나위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검사 성모씨는 삼표이앤씨로부터 PST 공법의 안정성 문제 등을 덮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또 최근 AVT사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3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도 호남고속철도 비리에 연루돼 있다.

그는 AVT사가 호남고속철도 레일체결장치 독점납품 계약을 맺자 AVT사를 대신해 김광재(사망)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았던 김 전 이사장은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13일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 궤도부장 이모씨와 철도건설 용역업체 KRTC 감리단장 김모씨가 구속됐다. 이들은 한 철도시설업체로부터 호남고속철도 공구 설계 변경 등 편의를 봐주는 대신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시설업체는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부담이 가중되자 콘크리트 타설 방법을 변경해 비용 감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고속철도 비리와 관련한 구속 릴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성능 미달인 AVT사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적격 심사를 통과하게 해준 혐의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책임연구원 박모씨가 구속됐다.

앞서 AVT사는 KRRI 측에 의뢰한 성능시험에서 부품 변형 등의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심사 과정에서 박씨가 만든 위조성적서로 적격 심사를 통과했고, 호남고속철도 독점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수주액은 45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불량 레일에
위조성적서까지

이런 까닭에 호남고속철도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담합으로 얼룩진 기초공사와 불량 레일, 성능미달의 부품까지 '제2의 세월호'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는 "2017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가 건설 과정에서 담합과 부정, 비리, 부실시공으로 열차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국토해양부는 비리와 부실 혐의를 철저히 밝혀내고 부실 시공된 불량자재들을 전면 교체하는 등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조그만 결함이나 문제로도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하도급업체들을 괴롭혔고, 끝내는 도산시켰다.

국고로 지출된 공사비는 담합으로 뻥튀기됐으며, 현직 국회의원마저 철도비리에 연루돼 구치소에 갇혔다. 정치권에 흘러간 정체불명의 자금은 출처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철피아'가 시작한 돈 먹는 레이스이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머니게임'은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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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내란죄-이재명 운명의 삼각 변수

탄핵-내란죄-이재명 운명의 삼각 변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상계엄 여파에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암울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서 파생된 변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시계 제로(0)’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상황서 가능성이 제기된 ‘경우의 수’를 살펴봤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실타래가 엉키듯 상황이 꼬이면서 일상 회복은 멀어지는 모양새다. 꼬리를 문 정국 상황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가지 큰 변수 위에 놓여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내란죄 수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이다. 탄핵과 내란죄 수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고 이 대표의 재판은 그전부터 진행돼왔다. 세 가지 변수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있다. 하나의 변수가 또 다른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국회에 군인이 들이닥쳤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최종 해제하면서 상황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6시간이 남긴 후폭풍은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1주일 간격으로 2번의 표결 끝에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국민의힘서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표)를 넘겼다. 탄핵소추의결서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즉시 심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경쟁을 벌이듯 수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장관 외에도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세 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계엄 여파로 꼬이고 꼬여 대통령 직무·수사 연계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경우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이후 수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헌재나 수사기관 모두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도 일부 채워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6인 체제로 운영되던 헌재에 2명의 재판관이 보충되면서 8인 체제가 됐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6인 체제의 결론이라는 부담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헌재는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투입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4월 중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18일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 최근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는 문제로 정국이 반으로 쪼개진 상황을 또다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63일), 박근혜 전 대통령(91일) 사례에 비춰 2~3월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법적 기한은 180일 이내다. 이 대표의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2년 남짓 남은 대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서 하나라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미는 야권 버티는 여 이 대표는 현재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서 맡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 있고 수원지법은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19일 검찰이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이 늘었다. 여기에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2개 더 진행하고 있다. 성남지청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호텔과 관련해 성남시의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업비 2000억원 규모로 추진된 이 호텔 개발사업에 용도변경 등 특혜성 지원을 지속하면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쪼개기 후원’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해 8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재판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이재명 캠프’에 1억5000만원 정도를 쪼개기 (방식으로)후원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2개 사건을 모두 기소하면 이 대표는 총 7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3년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오면서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목을 조이고 있다. 두 개의 재판서 ‘1승1패’를 기록했으나 이 대표에게 1패는 곧 ‘끝’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021년 대선후보 시절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벌금형이 예상됐던 터라 정치권의 촉각은 당선무효형에 이르는 액수가 나올 것인지에 쏠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는다. 다시 돌아온 사법부 시간 재판부는 “선거 과정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향후 재판서 1심 형량이 유지되면 이 대표는 의원적을 잃고 확정된 시점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또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보전받은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위증교사 혐의는 1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로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거짓 증언을 했다고 자백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일부 위증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의 일부 증언에 대해서는 “김씨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에 해당된다”며 유죄로 봤다. 일각에서는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 입장에는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이 대표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와 꽉 맞물려 있다. 헌재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때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조기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상황은 ‘사법부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재판관 2명 보충 ‘8인 체제’ ‘완전체’ 아녀도 논란 줄 듯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내란죄 수사의 경우 탄핵안이 인용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없어지기에 수사기관이 부담을 덜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혼란 상황이 가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문제는 그 과정서 발생할 수많은 갈등 상황이다. 이미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외에도 9건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여기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사건도 포함돼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당장 장관 등 공석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서 야권과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국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이미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직무 복귀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내란죄 수사는 표류할 가능성이 생긴다. 검찰, 경찰, 공수처 등은 윤 대통령의 내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도 여전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란 혐의 수사권은 실질적으로 경찰에만 있지만, 공수처 등은 직권남용 혐의와 엮어 함께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4월 전 선고 어떤 영향? 결국 실타래는 헌재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리는지에 따라 향후 변수가 전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헌재 재판관 2명이 임명되면서 ‘탄핵 심판 사건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도 8명이 결론내렸다. 변수가 상수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