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26)이강학의 고려증권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0: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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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빌딩으로 대대손손 걱정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1971년 12월25일 오전 9시30분경 서울 충무로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난 이 불은 166명 사망, 68명 부상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세계 호텔 화재 사상 가장 큰 화재이자 대참사였다. 이날 투숙객들과 종업원들은 불길을 피해 서쪽, 북쪽의 각 층 창가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등 아비규환이었고 정부는 이들의 구조를 위해 육군항공대 및 공군 소속 헬기 5대와 미군 헬기 8대, 경찰 헬기 2개 등 항공기까지 동원했으나 강한 바람으로 불과 8명을 구조하는데 그쳤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다가 사망하거나 방에 갇힌 채 타 죽은 시체도 다수 발견됐다.

경찰청장 출신

거의 폐허가 된 이 대연각호텔을 인수해 떼돈을 번 사람이 바로 고 이강학 고려증권 회장이다. 그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치안총수 자리에 올랐으나 3·15부정선거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의해 무기로 감형되어 불과 4년 만에 감옥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일본대학 출신이라 일본 육사출신 박정희의 덕을 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후 이 회장은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배웠으며 원양어업과 부동산 사업의 성공으로 돈을 끌어 모았다. 1966년 해외산업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참치를 잡아 일본으로 전량을 수출했다.

사형선고 이후 그가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대화재를 입은 대연각호텔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이 회장은 명동의 부동산을 기반으로 1978년 대아증권(고려증권 전신)을 인수하고 83년에는 반도투금(고려종금)을 설립했다. 또 동광약품과 명동 계양빌딩 등을 잇따라 인수해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고려종금과 고려증권, 고려생명 등 주축기업 3인방이 지급여력 부족으로 영업정지 명령을 받으면서 몰락했다. 동광제약 역시 98년 부도를 맞고 99년 화의에 들어갔다가 2006년 졸업한 뒤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 회장은 이후 2005년 3월 말까지 꼬박꼬박 대연각빌딩 20층 자신의 집무실로 출근하며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다. 외부활동은 줄이고 역대 경찰청장 모임에만 참석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06년 5월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화재' 대연각건물 인수해 승승장구
IMF 직후 몰락…임대업으로 명맥 유지

이 회장과 그의 아들 이창재 동광제약 회장은 부도를 막기 위해 서울 서초동 소재 고려관광차고와 200만평의 목장 등 소유부동산 7건을 내놨다. 회사는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뒤집는 신선한 충격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회사가 망하는 상황에서 숨겨논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힘쓰는 여타 오너 일가와는 다른 행동이라는 것. 그럼에도 회사는 몰락했고 고려증권 오너 일가는 잘 살고 있다.

이 회장을 있게 한 대연각빌딩은 현재 다수의 기업이 입주한 오피스 빌딩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한은행, 외환은행,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등 기업 지점과 대형 휘트니스센터, 그리고 다수의 병·의원들이 입주해 있다.

대연각빌딩은 연면적이 3만4562m²(1만455평)에 달하고 건물이 서있는 중구 충무로1가 25-5의 면적은 1805.7m²에 달하는 대형 빌딩이다. 인근 토지시세는 3.3m²(1평) 당 3억원대. 이를 고려하면 땅값만 1500억원에 이른다.

이 빌딩의 현재 소유주는 고려통상. 1969년 설립된 고려통상은 부동산 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본사는 대연각빌딩에 위치해 있으며 부산 중구 남포동에 임대 빌딩과 제주에 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고려통상의 지분 80.28%는 동광제약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동광제약의 지분 100%는 고려통상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구조다. 동광제약과 고려통상은 각각 유병길 사장과 최상록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운영하고 있으나 실소유주는 이 회장의 아들 이창재 동광제약 회장이다.

기막힌 인생사


이창재 회장은 70년대 중반부터 아버지 이 회장의 사업에 힘을 보탰다. 78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그해 고려통상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동광제약 부사장, 고려통상 사장, 반도투자금융 회장, 고려증권 회장을 역임한 후 동광제약 회장으로 취임했다. 95년부터 97년까지는 마샬군도 명예총영사를 맡기도 했다.

이창재 회장은 이 회장이 사망한 해인 2006년 11월 국세청의 고액체납자 공개를 통해 300억원대의 국세 체납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회장이 고려통상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이 문제가 된 것인데 이 체납사실은 몇 년간 이창재 회장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현재 이창재 회장은 체납세금을 거의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대연각빌딩을 통해서다. 고려통상은 대연각빌딩을 운영해 지난해 97억원의 매출액과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의 부인 예주희씨는 동광제약 고문과 예술의전당 후원회 이사를 맡고 있다. 동광제약은 지난해 783억원의 매출액과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고려증권은?

▲1966년 해외산업 설립
▲1976년 대연각호텔(현 대연각빌딩) 인수
▲1978년 대아증권(고려증권 전신), 동광제약 인수, 반도축산·중앙물산·반도개발 설립
▲1983년 반도투금(고려종금 전신) 설립
▲1998년 고려증권, 고려종금, 고려생명 영업정지 및 해체
▲1999년 동광제약 화의 신청
▲2006년 동광제약 경영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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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계엄군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투입됐다. 매체는 제보받았다는 영상을 근거로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뿐 아니라 또다른 주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까지 장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비상등을 켠 버스서 내린 무장 군인들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2~30명의 계엄군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