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키맨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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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쥔 문지기 "전씨네 비밀금고 연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한 수사가 어느덧 중반전에 접어 든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사의 무게 중심이 '숨겨진 재산 찾기'보단 '자금의 출처 규명'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돈'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관심은 이 돈이 원래 '누구 것'이었냐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모두 40여명을 지난달 25일 출국금지했다. 이들은 '전두환 비자금'의 이동 경로를 알고 있거나, 재산 은닉 과정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사실상 이 40여명의 진술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전두환 비자금'의 키맨들을 조명했다.

[키맨1] 전두환 처남 이창석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으로 그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남동생이다. 전 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전두환 비자금'의 창구가 이씨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의 매형인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3년 '동일'이라는 철강 납품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포항제철과 독점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동일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당시 동일이 올린 연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는 1988년부터 5공 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 검찰 조사실을 오갔는데 동일을 운영하며 회삿돈 29억여원을 횡령하고, 17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는 의견과 함께 이씨를 법정 구속했고, 그렇게 세간의 관심에서 이씨는 멀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1995년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이자 핵심 관리인으로 이씨가 지목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인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조성한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이 이씨 계좌를 통해 오고 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이씨를 놓아줬다. 이씨가 돈을 굴리던 1993년 전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이라 계좌 추적이 쉽지 않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수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관리되던 비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으로 전환했다고 믿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할 때마다 이씨의 이름은 빠짐없이 오르내린다. 추정 거래가만 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산도 의심스럽지만 전씨 일가와의 '묻지마 땅거래'는 숱한 의문을 낳는다.



이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특징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이 유독 많다는 것인데 등기부상으로 이씨는 자신의 부친에게서 이 땅들을 증여받은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땅의 규모나 개발 가치 등을 따져봤을 때 통칭 '오산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이해된다. 정황상 오산땅의 구입 경로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전씨 일가와의 '통큰 거래'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2월 이씨는 본인 소유의 양산동 땅 95만㎡(28만여평) 중 46만㎡(14만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게 넘겼다. 매도 금액은 28억원, 추정 공시지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땅의 절반은 건설업체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매입했는데 박 사장이 매입한 금액은 400억∼5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즉 똑같은 땅을 재용씨에게는 헐값에 넘기고, 박 사장에게는 웃돈을 얹어 매도한 셈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재용씨가 이 땅을 2년 뒤 박 사장에게 400억원을 주고 되팔았다는 것에 있다. 2년 새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선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셈을 대신했다. 이 용인 땅은 이후 299억원에 팔려 재용씨의 곳간을 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재용씨는 용인 땅의 매각대금을 제외하고도 앞선 거래에서 미납된 340억원을 2009년 9월부터 100억원, 140억원, 100억원 순으로 차례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양도세도 내지 않았다. 외삼촌 이씨와의 거래 당시 본인으로의 소유권 이전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씨는 재용씨의 '미등기'를 눈감아줌으로써 조세포탈을 꾀한 공동정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이씨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일대 땅 2만6000여㎡(8000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딸인 효선씨에게 증여했다. 추정 공시지가는 약 40억원. 공교롭게도 이씨가 양산동 땅을 매각한 시점과 관양동 땅을 증여한 시기는 일치한다. 현재 이 관양동 땅 위에는 효선씨가 소유한 20평대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는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처럼 이씨가 땅을 굴리는 과정에서 전씨 일가에게 사실상의 '재산 증여'를 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강문화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도 장남인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점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의) 주 타깃은 이씨"라며 "자금의 원천을 찾아 그 돈에 의해 전씨 일가의 재산이 증식됐다는 것을 캐내야 하는데…. 그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이씨"라고 소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전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주로 이씨가 관리했고, 이 비자금이 이씨를 통해 전씨 일가에게 배분됐다는 의혹이다.

이씨의 재산이 그의 사회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용씨가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부채 규모가 거의 6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씨는 약 160억원을 출자해 재용씨를 도왔다. 그간 재용씨가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씨 명의를 사용해 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외삼촌 이씨가 전씨 일가의 자금줄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키맨2] 이창석 친구 박정수

그렇다면 이씨는 그에게 굴러온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씨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타인 혹은 신탁기관 등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씨는 한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오산땅’을 비밀리에 관리해왔다.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된 땅은 등기부상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고, 사법 당국의 강제집행 목록에서 사실상 제외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소 이씨는 자신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땅을 맡겨 놓고, 매도가 필요한 시점에는 부동산신탁회사를 끼고 자신이 직접 땅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겨왔다. 그러나 땅의 성격 자체가 '전두환 비자금'의 차명 재산이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씨는 주로 자신의 지인들을 통해서만 땅을 거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키맨으로 부상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양산동 땅 매각 과정에서 박 사장의 실명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재용씨와 같은 땅을 매입하면서 공시지가보다 1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년 뒤 재용씨가 산 땅은 다시 400억원에 매각되는데 이를 매입한 이가 바로 박 사장이었다. 불과 2년 전 재용씨가 28억원에 샀던 땅을 박 사장은 열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사장은 재용씨에게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 수익권을 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는 본인이 받은 수익권 외에도 외삼촌 이씨의 수익권마저 행사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봤다.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이 삼자거래로 박 사장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씨와 박 사장이 짜고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불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사장은 이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친구로 알려져 있다. '20년 지기'인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천억원에 거래하면서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땅(평화농장 포함 4개 필지) 29만여평이 2010년 건설업체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팔렸는데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박 사장으로 밝혀진 것이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박 사장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로 약 3000가구 규모의 인근 주거단지 조성에 관여하고 있다. 이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가 이씨로부터 매입한 양산동 땅의 매입가는 모두 4666억원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 매각대금을 전씨 일가와 이씨가 균등하게 나눴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박 사장을 소환해 오산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했다. 당시 박 사장의 진술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사장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컷뉴스>는 박 사장 측근의 말을 인용, "박 사장이 '내가 이창석씨 비자금을 관리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해 전두환 비자금이 이씨를 거쳐 박 사장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추징수사 속도… 수상한 돈 속속 드러나
일가·친인척·주변인물 등 40여명 출국금지

[키맨3] 전재용 친구 류창희


수사 초창기엔 장남인 재국씨가 조명 받는 분위기였지만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 이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출처가 불분명한 재국씨의 재산과 달리 재용씨와 연관된 부동산은 비자금이 직접 녹아든 정황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용씨 소유의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는 재용씨가 지난 2004년 조세포탈 수사를 받던 시기 드러난 국민주택채권의 차명 재산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재용씨가 외조부로부터 받았다는 167억원가량의 채권 중 73억원을 비자금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재용씨는 이 빌라 3채 중 2채를 매각해 수사 개시를 전후, 비자금을 별도로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용씨는 여러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각종 자금을 끌어 썼는데 재용씨의 사업파트너로 알려진 류창희씨는 재용씨가 벌인 대부분의 사업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소위 '전재용 비자금'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왔다.

류씨는 재용씨의 오랜 친구로 전해진다. 그는 2003년 재용씨와 SW회사 오알솔루션즈코리아(웨어밸리)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웨어밸리 직원 계좌로 들어온 괴자금 130억원을 추적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류씨는 대표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재용씨가 현금화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민주택채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류씨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류씨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 있던 자료를 트럭을 통해 대거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는 재용씨의 주력 회사인 비엘에셋의 이사로 근무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비엘에셋의 대표를 역임했다. 류씨 아버지 명의는 재용씨의 부동산 거래에 차명으로 이용되는 등 류씨 일가도 '전두환 비자금'의 조력자란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2004년 검찰 조사를 받았던 류씨는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무기명 채권을 매각한 돈 15억∼17억원을 사업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9일 웨어밸리의 서울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사 양수도 관련 자료,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키맨4] 전재국 친구 전호범

최근 장남 재국씨는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괴롭다. 낼 돈이 없다. 이번 상태가 정리되고 나면 내년쯤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이번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재국씨나 재용씨가 낼 수 있는 추징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에 회의를 드러내며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전두환 비자금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 자금의 원천을 밝혀내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관련자들의 증언을 빼고선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계산이다.

특히 장남 재국씨의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과 골동품의 경우 예상보다 가격이 낮을뿐더러 구입 경로 등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호범씨의 도피성 출국은 뼈아프다.

전씨는 지난 16일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시점에 미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전씨는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와 재산 형성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전씨는 재국씨와 함께 지난 1993년 <아르비방>이라는 미술 전문비평서를 창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그리고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시기는 <아르비방>을 출간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계 한편에서는 "컬렉션 목록이 너무 과장됐다"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한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전씨가 재국씨의 비자금 세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 45동 305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천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긴 셈이다. 검찰은 '전재국 비자금'의 관리인으로 전씨를 지목하고 있다.

전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씨는 주변과 연락을 끊고 한국과 미국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일부가 해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평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구입한 명화들을 해외 수장고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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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내란죄-이재명 운명의 삼각 변수

탄핵-내란죄-이재명 운명의 삼각 변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상계엄 여파에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암울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서 파생된 변수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시계 제로(0)’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상황서 가능성이 제기된 ‘경우의 수’를 살펴봤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실타래가 엉키듯 상황이 꼬이면서 일상 회복은 멀어지는 모양새다. 꼬리를 문 정국 상황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가지 큰 변수 위에 놓여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내란죄 수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이다. 탄핵과 내란죄 수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고 이 대표의 재판은 그전부터 진행돼왔다. 세 가지 변수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있다. 하나의 변수가 또 다른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국회에 군인이 들이닥쳤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최종 해제하면서 상황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6시간이 남긴 후폭풍은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1주일 간격으로 2번의 표결 끝에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국민의힘서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표)를 넘겼다. 탄핵소추의결서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는 즉시 심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경쟁을 벌이듯 수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장관 외에도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세 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계엄 여파로 꼬이고 꼬여 대통령 직무·수사 연계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경우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이후 수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헌재나 수사기관 모두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도 일부 채워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6인 체제로 운영되던 헌재에 2명의 재판관이 보충되면서 8인 체제가 됐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6인 체제의 결론이라는 부담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헌재는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투입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4월 중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4월18일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 최근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는 문제로 정국이 반으로 쪼개진 상황을 또다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63일), 박근혜 전 대통령(91일) 사례에 비춰 2~3월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법적 기한은 180일 이내다. 이 대표의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2년 남짓 남은 대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서 하나라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미는 야권 버티는 여 이 대표는 현재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서 맡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 있고 수원지법은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19일 검찰이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이 늘었다. 여기에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2개 더 진행하고 있다. 성남지청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호텔과 관련해 성남시의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업비 2000억원 규모로 추진된 이 호텔 개발사업에 용도변경 등 특혜성 지원을 지속하면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쪼개기 후원’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해 8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재판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이재명 캠프’에 1억5000만원 정도를 쪼개기 (방식으로)후원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2개 사건을 모두 기소하면 이 대표는 총 7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3년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오면서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목을 조이고 있다. 두 개의 재판서 ‘1승1패’를 기록했으나 이 대표에게 1패는 곧 ‘끝’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021년 대선후보 시절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벌금형이 예상됐던 터라 정치권의 촉각은 당선무효형에 이르는 액수가 나올 것인지에 쏠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는다. 다시 돌아온 사법부 시간 재판부는 “선거 과정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향후 재판서 1심 형량이 유지되면 이 대표는 의원적을 잃고 확정된 시점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또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보전받은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위증교사 혐의는 1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로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거짓 증언을 했다고 자백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일부 위증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의 일부 증언에 대해서는 “김씨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에 해당된다”며 유죄로 봤다. 일각에서는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 입장에는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이 대표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와 꽉 맞물려 있다. 헌재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때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조기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상황은 ‘사법부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재판관 2명 보충 ‘8인 체제’ ‘완전체’ 아녀도 논란 줄 듯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내란죄 수사의 경우 탄핵안이 인용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없어지기에 수사기관이 부담을 덜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혼란 상황이 가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문제는 그 과정서 발생할 수많은 갈등 상황이다. 이미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외에도 9건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여기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사건도 포함돼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당장 장관 등 공석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서 야권과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국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이미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직무 복귀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내란죄 수사는 표류할 가능성이 생긴다. 검찰, 경찰, 공수처 등은 윤 대통령의 내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도 여전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란 혐의 수사권은 실질적으로 경찰에만 있지만, 공수처 등은 직권남용 혐의와 엮어 함께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4월 전 선고 어떤 영향? 결국 실타래는 헌재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내리는지에 따라 향후 변수가 전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헌재 재판관 2명이 임명되면서 ‘탄핵 심판 사건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도 8명이 결론내렸다. 변수가 상수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