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의 ‘할아버지’ 조정래 작가와 고등학교 2학년생 ‘손자’ 조재면 군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약 1년여 동안 글로 써내려간 논술 대화를 모은 책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가 출간된다. 주목할 만한 사회 문제에 대해 손자가 먼저 논술문을 쓰면, 할아버지는 그 글을 읽고 교정할 곳을 꼼꼼히 표시한 후, 자신의 의견을 한 편의 글로 집필해 화답했다. 조 작가는 이미 20여 년 전에 대학생 아들과 함께 신문 사설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 손자와의 논술 대화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손자의 글에는 10대의 눈높이에서 본 사회의 모습이, 작가의 글에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이만이 쓸 수 있는 노련한 관점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은 손자의 글, 할아버지의 글, 할아버지가 교정한 손자의 원고 교정본 순으로 정리되었다.
1장 ‘단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가’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에 대해 손자가 ‘빗나간 효도’의 관점에서 글을 썼고, 작가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결코 권력자 한 명의 시각으로 정리될 수 없으며, 다양한 해석을 통해야만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음을 설파했다.
2장 ‘기업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가’에서 손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자의 ‘의로움[義]’에 있음을 주장했고, 작가는 금전만능주의가 가져온 사회의 불안과 고통에 대하여 논했다.
이어 3장 ‘청소년의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가’에서 손자는 게임이라는 매체를 대하는 어른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작가는 국민과 온도차가 있는 법 제정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4장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서는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남녀가 평등해야 함을 주장한 손자의 글에, 작가는 태곳적부터 이어온 남녀 성역할이 사회변화와 함께 바뀌고 있으므로 남녀평등이란 이른바 ‘인간의 재발견’임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5장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역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손자가 비만을 통해 사회적인 인간의 모습을 분석한 반면, 작가는 새로운 인류의 유행병으로서 비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문제를 세대를 뛰어넘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우리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당장 논술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나이와 성별, 지역과 계층을 가로질러 사회 통합의 관점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