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볼 성능 제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6일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합동 연례 비거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비거기 증가는 우려스럽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198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56야드였고 지난해에는 285야드였다. 게다가 페어웨이가 널찍한 코스에서 치르는 웹닷컴투어 평균 비거리는 303야드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거리 증가가 기술 샷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투어 대회에서 파5홀은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에 코스는 비거리 증가에 대항하려고 전장을 늘려온 나머지 지난해 US오픈 개최지는 무려 7700야드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USGA와 R&A는 “이제 더는 놔둘 수 없다”며 볼 성능 제한을 비거리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비거리 증가는 드라이버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선수들 몸이 커지고 강해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결과지만 비거리 증가의 핵심 요인인 역시 볼의 성능이다. 볼의 성능만 제한해도 비거리는 즉각 줄어들 수 있기에 볼 성능을 제한해 비거리를 줄이자는 목소리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타이거 우즈는 볼 성능 제한을 열렬히 지지한다. 당대 최고 수준의 장타력을 지닌 그들은 기술 샷을 신봉한다.
그러나 현재는 볼 성능 제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고 강하다.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는 “최근 비거리 증가가 큰 문제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니라고 본다”며 “USGA는 물론 골프용품 업계와도 이 사안에 대해 밀접하게 협력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장비 힘입어 장타자 대열
본질에 대한 첨예한 대립
반면 골프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는 성명을 통해 “단 1년 동안 비거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사실은 볼 성능 제한을 포함한 조처를 해야 할 근거로는 부족하다”며 “비거리 증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며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라고 반발했다. 2만9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피트 비바카 최고경영자도 “어떤 변화도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볼 성능 제한 필요성을 일축했다.
PGA투어 선수들도 비거리 증가를 억제하는 조치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지미 워커(미국)는 인스타그램에 “투어 선수가 별나게 멀리 친다는 이유로 대중이 즐기는 골프 방식을 변화시키는 건 바른 판단이 아니다. USGA는 골프 경기의 맥을 잘못 짚고 있다. 골프공의 성능을 20% 저하시키는 건 퍼터를 빼앗는 것보다 더 나쁘다. 갑자기 비거리가 20% 줄어들면 일반 골퍼들은 뭐라고 할까?”라는 긴 글을 올렸다.
교포 제임스 한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긴급뉴스~ USGA가 볼 성능 제한에 이어 선수들 근력 운동과 식이요법을 금지하고 스윙 스피드도 시속 105마일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을 만들 예정. 미국프로농구(NBA)가 3점 슛을 금지하려는 것 같다”며 반대의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