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오는 6월26일까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April the Eternal Voyag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해석해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경기도미술관 측은 ‘사월의 동행’ 전에 대해 “공감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통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질문을 던지다
전시엔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예술가와 강신대, 전명은 등의 청년예술가, 전진경, 이윤엽 같은 현장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22인(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는 각각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 라는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최정화 작가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10m 크기의 거대한 검은 연꽃 작품 <숨 쉬는 꽃>을 설치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한다. 이 연꽃은 꽃잎이 반복적으로 오므라들었다가 펴지도록 제작됐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생명력을 보여줌으로써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권용주 작가는 전시 전체를 구성하는 공간의 디자인으로 세월호를 기록하고 반추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의 모양을 참고한 기울어진 벽, 세월호가 증축한 부분을 본 따 만든 아카이브의 공간, 기울어진 의자 등을 통해 위태롭고 불안정한 한국사회를 은유하고 이 사건이 불러일으키는 불편한 감정의 상태를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박은태 작가의 <한강의 기적>은 세월호 참사가 환기시켰던 한국사회의 허약함과 무능함을 드러낸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근대화의 신화가 가리고 있던 이런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현실을 세월호가 빠진 한강으로 묘사한다.
한국 대표하는 중견 예술가들 참여
동행-기억-기록 3가지 파트로 구성
홍순명의 <사소한 기념비>는 작가가 팽목항에서 수집한 사소한 오브제들을 랩으로 감싸고 그것을 그린 작업과 함께 설치한 작품이다. 작가는 어떤 풍경 속에서 소외되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부분의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왔다. 세월호의 비극을 지켜본 팽목항의 작은 오브제들을 염하듯이 감싼 후 커다란 폭의 캔버스에 그렸다. 기성세대로서 느끼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시작된 작업으로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행할 수밖에 없었던 추모의 행위다.
<아이들의 방>은 단원고 희생자 학생의 빈 방과 유품에 대한 기록사진이다. 이 기록사진은 사회적 망각에 저항해 희생자를 기억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운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아이들이 생전에 쓰던 방을 있는 그대로 촬영한 사진으로, 꾸밈없는 사진이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더 선명하고 가깝게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듯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반추한 세월호에 대한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 기록들 주변으로 강신대 작가의 <4.16 리얼 타임>이 설치돼 있는데, 이 작품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키워드로 검색되는 온라인의 이미지를 랜덤하게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현장을 담은 노순택의 <가뭄>, 강홍구의 <광화문을 지나며> 등의 사진작품, 팽목항 건너편의 바다 풍경을 담은 전수현의 비디오 작품 <대화>가 함께 전시된다.
추모의 행위
경기도미술관 측은 “전시작은 시각 예술가들의 고민의 극히 일부일 것”이라며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우리 사회의 불안과 모순을 조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 앞에 함께 슬퍼하고 손 내밀어 기도하는 인간본성과 예술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