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효녀연합 홍승희

2016.01.18 09:24:52 호수 0호

“저는 영웅이 아닌 그냥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지난 연말, 위안부 합의는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줬다. 졸속협상이라 주장하는 야권 및 진보시민단체와 반대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여권 및 보수시민단체의 이견대립은 병신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보수와 진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6일 눈물의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는 효녀연합 홍승희씨를 만나봤다. 그녀는 요즘 세련된 외모와 당돌한 행보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홍씨와의 일문일답.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

-인터뷰 시작 전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는?
▲이번 인터뷰까지만 하고 이제 개인 인터뷰는 안하려고 한다. 언론에 노출되다 보니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을 내려고 한다.

-눈물의 팻말 시위로 주목을 받았는데, 효녀연합 실체는?
▲대표나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버이연합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도 그 앞에서 효녀연합을 만들어서 팻말을 들자고 한 친구가 제안을 해서 내가 직접 팻말을 쓰고 들고 있게 된 것이다.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 이후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난 주말 국민대회 때는 꽃을 이용한 플레시몹을 제안했고 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주된 활동은?
▲신촌대학교라고 하는 대안대학교의 소셜아트학과의 학과장으로 있다. 소셜아트학과는 퍼포먼스와 거리예술, 이론공부를 하고 실제로 실천도 하는 학과다. 인원은 정규학기의 경우 20명, 계절학기는 10명 정도로 이뤄진다. 수강은 신촌에서 한다. 자체 공간 말고도 신촌 일대 지역사회와 제휴를 맺어 마을처럼 사용하고 있다.

청년예술가들과 공연 준비하면서 결성
언론 자주 노출되니 왜곡된 시선 부담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엄마와 어버이라는 단어를 쓰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고통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용서를 강요한다. 위 단체들이 보상을 바라거나 더 많은 배상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분들인데 우리가 마치 떼를 쓰는 것처럼 만들고 그만할 것을 요구한다.
 

세월호 때 유가족에게 했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우리는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소녀상 앞에서 지키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왜곡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용서를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안부 합의 문제점은?
▲모두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들고 있던 팻말이 ‘인간에 대한 예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인간의 가장 극단의 고통을 오랜시간 겪은 분들이다. 그분들을 못 지켜준 것이다. 그 당시 못 지켰으면 역사라도 진실을 지켜줘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합의에 빠져 있고 돈으로 이분들을 거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법적인 합의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 고통 앞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 같다.

-효녀연합을 보호한다는 ‘대한민국오빠연합’이 있는데?
▲우리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각이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오빠연합이 문제가 많다. 타 여성분에게 메시지로 이상한 말을 보냈다고 알고 있다. 오빠연합이 회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효자연합 같은 경우는 지난 주말 꽃 플레시몹에 함께 동참했다.

-주거 퍼포먼스는 무엇인가?
▲사실 지난달 31일, 인도 비행기표를 예약해 놨다. 방도 빼고 여행짐만 남겨둔 상태였는데 위안부 합의 소식을 보고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인도에 가도 제대로 있지 못할 것 같아서 주거 퍼포먼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주거 문제에 대해 몸소 이야기하고 싶었다.

“엄마와 어버이… 
막 쓰면 되겠냐”

-시민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이명박 정권 때 중증장애인 예산이 삭감됐다. 그 분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등지셨다. 그 예산 삭감 이후로 언니와 촛불집회에 나갔다. 촛불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활동했다.

고등학교는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봤다.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봉사활동을 넘어 이런 빈곤과 차별이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근본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김수영 시인을 좋아한다. 철학자 강신주씨가 쓴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김수영을 사랑하게 됐고 지금도 김수영이란 인물을 사랑한다. 김수영의 인문정신으로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김수영 시인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시’라고 했다. 예술도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들 동참

-향후 계획은?
▲지난해 내가 이런 활동을 할지 재작년에도 몰랐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인도 오로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자 한다. 영성공동체인데 명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려고 한다. 여기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고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활동도 계속 하려고 한다.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한 사람의 영웅이나 이벤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에 연결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의 중심에 서서 일하고 싶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