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대교 성희롱 파문

2015.11.23 10:43:35 호수 0호

애들 가르치는 사람들이 ‘쯧쯧’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내 방문학습지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교에 직장내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강영중 회장은 건강한 인간,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향한 건강한 경영을 통해 조직원에게 꿈과 보람을, 고객에게는 만족과 감동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회사는 직원간 성희롱, 노동 착취 등을 일삼아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의 대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이 일어났는데도 회사는 무대응, 축소, 은폐,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영업도

대교지부에 따르면 7월24일 대교 A지역본부 지점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들은 회식 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학습지 여교사들을 상대로 성적인 발언을 했다. A 지역본부 지점장과 대리가 교사 2명을 상대로 ‘제가 성관계를 못하게 생겼나요?’ 등과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 대해 학습자 교사 B씨는 9월11일 상급자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도리어 재계약을 언급하며, 해고위협을 받았다. B씨는 이 일을 겪은 후에도 다른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10월15일 대교 본사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같은 달 19일 대교지부는 B씨가 주장하는 성희롱 가해 직원들과 피해 교사들의 격리를 요청했다. 이후 B씨와 대교지부는 여러 차례 본사 담당자를 만나 문제해결을 촉구했지만, 19일 현재까지 이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점은 성희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체 조회시간에 가해자의 진술서를 읽어주며 공유하게 하고, ‘거짓 증언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등의 강압적인 말을 다른 교사들에게 했다는 것이다. B씨는 회사에서 문제 해결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피해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상태다.


B씨는 기자회견에서 “13년 대교에서 근무한 학습지교사로서 (본사가 성희롱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성희롱을 한 직원은 여전히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 학생들의 부모는 이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교는 일절 사과하지않고 (우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며 “대교는 즉각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교지부는 또 회원탈퇴의 책임을 부당하게 떠넘기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대교가 회원의 탈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일종의 ‘가상회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습지교사가 가상회원의 회원비를 대납하게 됐다는 점이다. 대교 C지역 지점에서는 학습지교사가 탈퇴처리를 하지 못한 과목이 86개에 달한다.

지역본부장이 학습지 여교사에 성적 발언
본사에 문제 제기…오히려 해고위협 받아

또 회원이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교사가 책임지게 하거나 관리자의 영업 강요로 교사가 퇴회(회원 탈퇴)처리를 하지 못하는 등 부정업무도 만연해있다고 주장했다.

18년 동안 대교에서 근무한 D씨는 기자회견 장소에서 “회사는 힘이 없는 선생님(학습지교사)에게 퇴회를 못하게 막고 이들의 회비를 우리가 충당하도록 했다”며 “동료 교사는 1000만원을 빌려서 허위 입회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계약 기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심사제도를 바꾸고 장기근무 선생님에게 매달 실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심지어 우리들에게 물, 소금을 판매하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학습지교사가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스쿨수학’ 과목은 2013년부터 학습지 교사가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교는 시스템 문제를 핑계로 코드전환이 되지 않은 스쿨수학의 수수료를 교사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스쿨수학의 판매수익(수수료)이 교사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대교지부 관계자는 “이 상황은 10월8일 한 학습지교사의 제보로 알게 됐다”며 “본사는 수수료 지급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교가 의도적으로 교사 급여를 갈취하고 있었다는 의미다”고 강조했다.

대교지부는 지난달 중순 대교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대교는 담당 직원 개인의 업무 실수로 떠넘겼다. 대교는 노조의 문제제기 이후 그간 지급되지 않은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구두 답변만 하고 있다.
방문학습지 업계 1위 기업 대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이 중 교사는 1만2000여명이다. 대교지부는 교사 거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근로기준법 등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관으로 일관

이번 논란에 대해 대교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은 해당 직원과 B씨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사도 진행하고 있다. 인권위 결과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금, 물 판매는 계약직 교사가 아니라 정규직 직원 중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반적인 영업”이라며 “스쿨수학 급여 미지급을 일으킨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고 미지급금 규모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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