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프린터 화가 송영후

2015.10.26 10:41:55 호수 0호

붓 대신 마우스 잡고 콜라주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27일까지 '프린터 화가' 송영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제목은 'COLOR OF AGE-시대의 색'이다. 회화에 대한 끝없는 고찰 끝에 캔버스 대신 프린터에 주목한 그는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색다른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송영후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두 번째 개인전의 제목은 'COLOR OF AGE-시대의 색'이다. 송 작가는 붓 대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과거와 대화

송 작가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집단적 기억을 '마술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에게 그림은 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텍스트가 아닌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추상적인 표현물이다.

작가는 각각의 이미지를 디지털로 기록한 뒤 가상의 공간에서 콜라주한다. 모든 가상의 이미지는 '0'과 '1'의 연산으로 만들어진 점의 결합체다. 가상의 점은 가상의 선을 구성하고 가상의 선들은 가상의 색을 띤다. 점에서 출발한 콜라주는 집단적 기억과 중첩돼 프린터로 출력되는 과정에서 물성을 획득한다. 0차원 점의 세계에서 2차원 평면 세계로 환원되는 것이다.

자연을 모방하면서 발전한 그림은 자연 외의 것도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의미를 지닌 평면'으로서의 추상회화는 예술의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인정받았다. 송 작가는 우리의 기억을 '언어' 형태가 아닌 해독 불가능한 피상적 이미지로 대체해 기록할 수 있다는 명제에 도전한다. 이미 우리 주변엔 해독 불가능한 텍스트 혹은 본래의 의미가 굴절된 이미지가 넘쳐난다.


송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색은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고도로 추상화한 기표라고 할 수 있다"라며 "각각의 추상적 자질들은 하나의 체계를 구성한다"라고 적었다. 또 "회화는 이러한 체계를 '기록'해 놓은 것"이라며 "이 기록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실현을 전제한다"라고 설명했다.

회화에 대한 끝없는 고찰
색을 디지털로 변형 표현

작가의 이 같은 고민은 근대회화의 죽음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됐다. 송 작가에 따르면 그림은 특정한 표현방식 혹은 절대적인 메뉴얼을 계승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회화와 회화가 아닌 것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회화'라고 지칭하는 시각적 결과물은 공통된 속성을 지닌다.

송 작가는 회화가 만들어진 서로 다른 시대상에 주목했다. 묻히고 칠하는 물리적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인류는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회화를 제작했다. 고대 인류는 동굴의 벽에다 색이 있는 흙으로 감정을 표현했고, 중세 인류는 자신들이 발명한 종이나 천에 안료와 붓을 사용해 그림을 꾸몄다. 어느 시대나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최선의 재료로 그들이 바라본 세계, 혹은 그들이 믿고 있는 세계를 물리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근대 과학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회화는 그 모습을 달리하며 새로운 시각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송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풍경을 디지털카메라에 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건의 기록은 카메라를 통해 디지털로 변형되고, 다시 컴퓨터라는 공간에서 픽셀 단위로 쪼개진다. 이 같은 가상의 이미지는 프린터라는 매체를 거쳐 실존하는 이미지로 탄생한다. 작가는 오늘날의 방식으로 과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록

그에게 프린터는 붓과 같다. 여러 번 인쇄되고 캔버스에 중첩되는 과정에서 송 작가의 회화는 '오리지널리티'(원본성)를 확보한다. 송 작가의 질문은 현대회화에서 묻히고 칠하는 행위란 과연 무엇이고,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진 이미지와 가상이라고 믿고 있는 회화적 이미지의 경계는 무엇인지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회화적 전통성에 충실한 송 작가의 실험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송영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회 COLOR OF AGE(갤러리도스) 일상의 상(갤러리도스)
▲단체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경동 스타제이드 갤러리 등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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