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저의 이 억울한 심정,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이브존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던 한 젊은 점주가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 결혼자금에 대출까지 얹어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남은 돈이 없다. 부모님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한다. 대체 이 청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010년 10월 장모씨는 창업 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 세이브존 노원점 1층 액세서리 매장인 '쥬얼리 아트'를 양도·양수했다. 장씨가 전 점주에게 지불한 돈은 물건 값과 인테리어 집기, 영업 권리금을 포함해 모두 5300만원.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힘들게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얹어진 자금이었다.
수천만원 날려
약 한 달 뒤 세이브존의 매장관리 팀장에게 점주 면접을 본 장씨는 12월5일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세이브존 본사는 계약체결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장씨가 세이브존과 표준 거래 계약서를 체결한 시점은 영업 시작 7개월이 지난 2011년 6월 말께. 장씨에 따르면 그동안 계약체결을 위해 장씨는 매장 계약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에게 화장품과 리조트권 등의 금품을 수차례 제공했다.
약 2년간 매장을 운영하던 장씨는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임모씨와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3500만원을 받고 매장을 넘겼다. 장씨는 매장 계약 담당자에게 "이번에는 세이브존과 계약을 빨리 체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본사는 "(매장 주인을 변경하려면) 관련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했다. 장씨는 지난 1월 이메일을 통해 '퇴점 요청서'를 보냈다.
임씨는 2월6일 12시경 계약 체결을 위해 본사 직원을 만났지만 계약 진행이 되지 않았다. 본사 직원은 임씨에게 "해당 매장은 철수 예정이다" "세이브존의 모든 매장을 브랜드 매장으로 바꿀 것이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매출을 2500만∼3500만원까지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임씨는 "그렇다면 가족들과 얘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계약체결을 잠시 보류했다. 이에 본사 직원은 표준거래계약서를 임씨에게 교부하며, 계약 의사가 있으면 서명을 해 이틀 안에 팩스로 넣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해당 직원은 그날 8시께 임씨에게 다시 전화를 해 "본사 책임자와 얘기를 했는데, 책임자가 '지금까지와 같이 운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며 표준거래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음을 통보했다.
임씨는 장씨에게 체결한 양수·양도 계약을 원인 무효로 해 달라고 요청했고, 세이브존은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장씨에게 퇴점 명령을 했다. 14일까지 매장을 비우고 나가라는 것. 세이브존이 장씨에게 밝힌 퇴점 이유는 장씨가 퇴점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씨는 퇴점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영업계약 미루고 금품·향응 강요
직원에 화장품·리조트권 등 제공
장씨는 2월14일까지 영업을 하고 매장을 비워줘야 했다. 장씨는 세이브존 감사실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감사실 측은 장씨에게 "회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장씨는 현재 다른 백화점에서 판매직으로 종사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장씨와 세이브존 간의 '특정/직매입 표준거래계약서' 제13조를 보면 '본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갑(세이브존)은 6개월 전에 을(장씨)은 3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서면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4조에는 '본 계약기간 만료일로부터 1개월 전까지 당사자 어느 일방으로부터든지 서면으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본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되는 것으로 본다'고 적혀있다.
다만 제11조 6항에는 을의 매출이 당해점포 동일 상품군의 하위 30%에 해당되어 매출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출하게 하고 3개월이 경과되어도 개선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갑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장씨는 세이브존으로부터 장씨의 매장이 매출 하위 30%에 해당한다는 말은 물론 매출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서 상의 장씨와 세이브존의 계약기간은 2011년 6월1일부터 2012년 6월30일까지로 되어있다. 2012년 6월30일을 기준으로 앞뒤로 한 달 전 양측이 해지에 대한 별도의 의사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올해 6월30일까지 연장됐고 장씨는 계약기간 5개월여를 남긴 채 일방적으로 쫓겨났다는 얘기가 된다.
장씨가 당한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이브존은 1년에 2번(추석·설) 지하 1층 식품관에서 100만원 가량의 물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세이브존이 정한 영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가매출을 잡을 것을 지시했다. 장씨는 본인 소유의 카드로 3개월 당 100만원 가량의 물품을 구입해 매출을 채워야 했다. 실제로 장씨가 공개한 카드명세서와 영수증에는 세이브존의 막가파식 영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명절마다 100만원 상당 강매 주장
실적목표에 미달시 가매출 지시도
장씨가 손해를 본 금액은 영업 권리금과 물건, 인테리어 집기 비용에 변호사 선임료를 포함해 6000만원에 달한다. 임씨는 장씨에게 영업 권리금 3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장씨는 패소했다.
장씨는 "있지도 않은 얘기를 꾸며내고 달성할 수 없는 매출 목표를 제시하는데 계약을 체결할 점주가 어디에 있겠느냐"면서 "세이브존이 매장 퇴점을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말했다. 세이브존이 임씨에게 제시한 매월 매출 목표액은 3500만원. 장씨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올린 월 매출은 평균 1900만원이다.
장씨는 또 "세이브존과 매장 점주들은 철저한 '갑을 관계'다"며 "브랜드 매장이 아닌 개인 매장 점주들은 가매출과 물품 구매를 강제 받으면서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폭로했다.
세이브존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존 측은 답변서를 통해 "계약체결을 미룬 게 아니라 2011년 5월 말경 장씨가 처음으로 계약체결을 요구해 2011년 6월1일 부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강제 퇴거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매출 부진 30%에 해당되는 업체는 계약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이것은 회사의 전 거래처에 동일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모두 거짓 주장"
또한 "장씨가 2012년 12월31일자로 '세이브존 노원점 영업 종료의 건'이라는 문서를 본인이 지방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먼저 세이브존 측에 우편으로 보내왔다"며 "장씨가 개인적 사유로 먼저 철수를 요청했고 세이브존은 그 요청에 응한 것 뿐이다"고 전했다. 가매출과 강매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에 장씨는 "공문은 세이브존에서 먼저 '임씨로 점주 변경을 하려면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을 해 보낸 것뿐이다. 임씨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세이브존 직원도 인정한 부분이다. 또한 가매출을 잡은 영수증과 명절 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카드내역서도 증거자료로 가지고 있다"고 세이브존 측의 해명을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