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SBS <정글의 법칙>이 '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개그맨 김병만과 그 일행의 진정성 있는 땀방울로 매회 감동을 안겼던 프로그램이라 충격이 크다. <정글의 법칙>은 이제 '정글의 반칙'이란 오명 속에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리얼 예능'을 표방했던 SBS <정글의 법칙>이 휘청거리고 있다.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의 잔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 성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성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방영분을 캡처해 패러리물을 쏟아내고 있다.
"과장 있었다" 시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글의 법칙>은 착한 예능, 정직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개그맨 김병만을 필두로 한 탐험대(방송에서는 '병만족'으로 지칭된다)는 시베리아, 아마존과 같은 낯선 오지를 횡단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저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문명과 떨어진 미지의 땅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 족장인 김병만과 출연자들이 힘을 합쳐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런 휴먼스토리였다. 그런데 이게 다 거짓이라는 뜻밖의 폭로가 나왔다. 그 시작은 SNS였다.
지난 5일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더컴퍼니엔터테인먼트의 김상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놀랄만한 사실을 게재했다.
"개뻥 프로그램! 이게 뭐야! 드라마보다 더하는구먼∼ 리얼 버라이어티 플러스 다큐? XX하네∼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을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 여행가고 싶은 나라 골라서 호텔가서 밤새 맥주를 1000달러나 사서 마시고, 이젠 아주 생맥주집 대놓고 밤마다 술 X먹네! 이게 최고의 프로그램상이나 주고 아주 XX들 하네."
김 대표의 이 같은 글은 곧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폭우로 인해 캠프를 철수하고 호텔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글의 법칙>이 조작된 방송임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는 곳이 실은 정부가 지정한 유명 관광지라는 증거와 원시 부족으로 소개된 이들이 실은 문명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 등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7시간으로 소개된 험로가 알고 보니 30분 남짓 걸리는 관광코스라는 방송 내용, 현지 돌발 상황에서 위험함을 강조했던 출연자들의 말이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는 추가 제보도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생명줄과도 같았던 '리얼'이라는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해명에 소극적이었던 제작진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3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연출을 맡았던 정준기 PD는 "이미 있는 사실을 약간은 더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했고, 일부 상황을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출, 가공을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PD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아무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아무 준비도 없이 마주한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선택할 수 없다"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제작진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 측의 이 같은 변론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돌아선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와오라니 부족' 관광 상품에 대한 해명은 빠져 일부 시청자들은 쓴웃음을 삼켜야했다.
해당 입장서에 답글을 단 닉네임 이*은 "처음부터 인정했으면 이 지경까지 안 왔을 것"이라며 "문제는 말끝마다 100% 리얼이라고 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닉네임 아리*는 <정글의 법칙> 방영분에서 김병만이 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해선 안 돼. (원주민들에게) 관광 요금을 더 내야 하거든"이란 조롱을 덧붙였다.
또 닉네임 다랑**은 "<정글의 법칙>은 아마 관광코스 옆에서 촬영했겠지"라며 "'엄마 저 사람들은 왜 길 옆에 놔두고 저렇게 힘들게 기어서 올라가?' '응, 시청자 호구들 속이려고 쇼하는 거란다'"란 조소 섞인 글을 남겼다.
'리얼예능'이라더니…조작방송 파문 일파만파
"출연자 안전이 우선" vs "처음부터 밝혔어야"
비난 글이 쇄도하자 닉네임 서연**은 <정글의 법칙>을 변호하는 글을 게재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내용.
그러자 닉네임 빨강파***는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던 그때가 생각난다"면서 "공중파는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글의 법칙>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주목한 닉네임 SS***는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데 여자 게스트 같은 사람들을 (그런 험지에) 데리고 떠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닉네임 까*는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에게 목숨 걸고 촬영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방송은 마치 목숨 걸고 촬영한 걸로 비친다"고 일갈했다.
닉네임 ww**도 "'예능에 저 정도 조작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매일 방송에 속기만 할 거냐"면서 "이건 <정글의 법칙>이 아니라 '정글의 반칙'"이라고 비꼬았다.
네티즌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던 배우 정석원은 자신의 트위터(@sukwon7123)에 해명글을 남겼다.
지난 12일 정석원은 "손가락 열 개 다 걸고. 잘은 모르지만….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인간의 삶이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트위터러는 정석원에게 "조용히 있어라.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에 정석원은 "번호 좀 주세요. 쪽지로"란 글을 남겨 신경전을 예고했다.
정석원의 전화번호 요구에 이 트위터러는 "관광지가서 비용 지불하면 만날 수 있는 원주민 만나고, 마치 오지 탐험했다는 양 방송에 내보내니 조작이네 뭐네 말이 나오는 거다"라며 "전화번호를 묻기 전에 무엇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노하는지 알아야지"라고 반론했다. 정석원은 이 이후에도 답글을 쓴 트위터러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다가 또 다른 트위터러에게 일침을 맞았다. "유치한 짓은 그만하라"는 쓴 소리였다.
'정글의 반칙' 오명
한편 이번 논란을 지켜 본 트위터러 @djtel*****는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나름의 고생을 했을 텐데 그 고생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잘못 받아들여지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면서 "시청률 때문에 리얼 예능에 집착한 나머지 시청자의 높아진 수준을 간과한 점은 아무리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이라고 평가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