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신인감독이 떴다. 그는 바로 단편 <뜨개질>로 초청받은 배우 윤은혜. 첫 작품이니만큼 남다른 각오로 무장한 윤은혜 감독은 연인과 헤어진 여성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연출함으로써 여성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연출을 하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되돌아봤다는 윤은혜. 그녀의 솔직담백한 작품이야기를 들어본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받은 배우 윤은혜가 경쟁3부문 단편 <뜨개질>로 초정됐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냈다. 그는 <마이 라띠마>의 유지태, <복숭아나무>의 구혜선 감독에 이은 세 번째 주자로 현직 배우 겸 연출을 시도했다. 그는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북카페 라운지에서 진행된 ‘짧은 영화 긴 수다’에서 연신 겸손한 자세로 일문일답을 이어나갔다.
연출은 연기에도 영향
“연출자로 섣불리 도전하려는 꿈보다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또 다른 시각에서 돌아보고 배우고 싶었어요. 연출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배우로서 너무 고집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유명한 감독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배우로서도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었어요.”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 <궁> <커피프린스 1호점> 등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그가 연출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그가 돌연 연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놀라움을 표한 이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화 <오로라공주>의 방은진 감독처럼 연출가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윤은혜는 이런 모든 억측을 시원하게 무마시킬 한 마디를 내던졌다.
단편영화 <뜨개질> 첫 연출…부산영화제 초청
배우로서 좋은 경험 “저예산·독립영화 도전”
“연출을 하겠다는 부푼 꿈으로 시작한 것은 솔직히 아니었어요. 작품을 고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 시간을 더 값지게 쓰고 싶어 연출 공부를 시작했을 뿐 배우의 길을 정리하는 건 정말 아니예요.”
그는 한국단편 경쟁3부문에 오른 영화 <뜨개질>을 소개하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차근차근 작품 소개를 이어나갔다.
“한 여자가 옛 연인에 대한 못내 잊혀 지지 않은 감정들을 뜨개질과 물건을 통해 표현해 봤어요. 옛 사랑을 잊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뜨개질할 거리들을 들 수 있었던 것 같았어요. 굳이 이에 대한 미련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뜨개질을 하는 내내 모든 것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다시 마음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말은 거창하지만 아직 미숙해서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뜨개질>은 한 여자가 이별한 지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예전 남자와의 추억이 깃든 상자를 발견하고 그 물건들을 다시 훑어보는 이야기다. 물건을 만져보고 뜨개질을 다시 시작하는 여자의 모습은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뜨개질이라는 소재에 감성을 차곡차곡 짜낸 작품이다.
그는 첫 연출을 두고 거창한 계기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어 연출자 입장에서 배우를 바라보고 그 상황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면 자신의 배우생활도 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연출과 연기사이의 유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배우의 길 되돌아봐
“감독의 입장이 되어보니까 배우 분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어요. 나도 적당히 튕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작품성 있는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연예인 분들과 많이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연출을 하면서 배우로서 너무 많은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윤은혜. 영화를 연출할수록 예전 배우로서의 자신의 태도까지 돌아보게 됐다는 그의 다짐에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