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원인을 연구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인종 ▲성별 ▲지위 등에 주목했으나, 최근 들어 물리적 환경이 범죄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기후와 범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범죄학의 중심에 있는 상황적 접근, 합리적 선택, 일상 활동과 같은 이론은 기후가 범죄율과 범죄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적인 범죄 연구는 대체로 시간적인 분석의 단위로 1년, 6개월, 분기 등 비교적 장기적 단위로 분석했기에 기후와 범죄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 파악·분석할 수 없었다. 다행히 최근 기후와 범죄, 기후변화와 범죄, 날씨와 범죄의 관계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고온과 기온의 변덕성이 범죄율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 기온이 오르거나 변화가 심하면 범죄율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부 연구에 따르면, 살인 범죄의 발생률이 무더운 남부지방에서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날씨가 무더우면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사람들은 더 격정적이고 충동적이게 되는 반면 조절 능력은 약화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럿거스 대학 연구진도 변덕스러운 기후와 폭력성의 관련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기온의 변덕이 살인, 폭행, 강도 등 대표적인 폭력 범죄와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과거에도 따뜻한 날씨와 폭력 범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은 익히 확립된 사실이다.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폭력성이 전형적으로 여름에 그 절정에 다다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연구를 기반으로 최근 인류의 재앙으로까지 불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덕이 범죄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폭력 사건의 관계를 탐구해 기온의 다양성이 폭력 범죄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파악했다.
연구진의 가정은 기온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규칙적인 인간 활동에 지장을 주어 폭력 범죄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론적 설명은 범죄학 이론의 “일상활동 이론(Routine Activity Theory)”, 즉 범죄는 동기가 부여된 범법자, 적정한 표적, 표적에 대한 보호의 부재가 함께 충족될 때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포근하면 집 밖에서 하는 활동에 참여할 개연성이 더 높고, 잠재적인 범법자와 마주칠 개연성도 더 높아지기 때문에 폭력 범죄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28개 도시의 범죄 자료와 기후 자료를 비교한 결과 날씨가 포근할수록 강력 범죄가 증가했고, 시원할수록 그 반대였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기에, 범행의 표적이 줄어들고 그만큼 범죄도 감소했다.
물론 기온의 상승과 범죄율의 관계는 직선적이라기보다는 ‘U자형’의 곡선이라는 데이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나치게 기온이 올라가면 오히려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