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너도나도 대법원? 상고법원 필요하다

2024.05.08 09:19:57 호수 0호

우리나라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법치국가다. 법치국가란, 국가 작용이 법에 근거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법으로 보호되는 국가를 말한다.



소송과 사법

법치국가서 입법은 헌법에 구속되고 행정과 사법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 국민은 헌법에 근거해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법치행정으로 보호받으며 법적 분쟁서 사법으로부터 구제받는다. 이처럼 국가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다투게 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한다. 이런 분쟁해결절차 중에서 사법절차를 소송이라고 한다.

국민이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청구권을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제5장에는 법원, 제6장에는 헌법재판소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일반소송을 담당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송을 담당하고 있어서, 국민의 법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주로 기능하게 된다.


헌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위임하고 있으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우리나라는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인 국회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이렇게 입법부의 구성원과 행정부의 수반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법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의 구성원들은 누구도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는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주권에 기초하는 민주적 법치국가서 국민에 있다.

그래서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고 헌법은 법관 자격의 법정주의를 채택하면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외의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법관의 임명과 관련해 다른 국가조직과 달리 직접 명문으로 규정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법권의 독립을 명시해 내·외부로부터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입법, 행정과 달리 사법의 독립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 재판청구권을 행사(소송)해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사법의 독립은 국민의 소송 청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법원의 법적 분쟁서 중립을 유지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심급제도와 공정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해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

그런데 재판청구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한다. 또 헌법은 형사재판의 경우,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바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법원이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법원조직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법원을 대법원과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으로 조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도 기본적으로 1심은 지방법원, 2심은 고등법원, 3심은 대법원으로 규정해 심급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심급제도는 헌법엔 명문 규정이 없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소송서 기본적으로 삼심제를 채택하다 보니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더구나 복잡 다양화되는 사회, 입법 및 법적 분쟁의 증가로 인해 법원 업무는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법원과 법관 수를 늘리는 데엔 한계가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은 4만6231건이다. 법원 구조를 보면 하급심서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법원 수가 줄어들고 상고를 담당하는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다.

상고가 많아질수록 대법원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법의 주 기능이 재판인데 과도한 업무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결국 소송 건수가 증가할수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법원에 민사사건이 접수되면 5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촉진법도 형사사건이 기소되면 6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규정들은 소송의 폭증과 법원의 구조적 한계 등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민사소송법 제199조에 대해 훈시규정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재판의 신속성 지수서 상위에 속한다.


그런데도 소송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법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사법의 규모에 비해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법도 소송의 홍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상당수 소송이 삼심까지 간다는 점에서 현 상황서 대법원의 업무 가중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

상고법원의 필요성

헌법재판소는 재판청구권과 대법원서 재판받을 권리가 포함되지 않으며, 한 번 이상의 재판을 받으면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고 봤다. 헌법이 최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하면서 각급 법원을 법률로 규정하라고 한 것은 삼심제를 기본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모든 법적 분쟁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이해관계서 법적 분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회의 입법까지 급증하면서 법안의 홍수로 이어지는 소송의 홍수는 국가공동체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증가하는 소송과 대법원서 최종심을 받으려는 소송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의 내용과 규모에 따라 심급을 조정하고 소송을 촉진하거나 특별법원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은 한계가 있다. 재판청구권을 행사해 권리를 최대한 구제받겠다는 국민의 요구는 현 법원구조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그동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심서 심리불속행제도의 도입 ▲미국처럼 상고허가제 도입 의견도 제기됐다. 이외에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고 상고심을 빠르게 처리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고,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 법관의 수를 대폭 증원하자는 안도 있었다.

대법원의 재판적체와 업무 과중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왔고 이 중에 일부가 도입됐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은 채 갈수록 사건은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증원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증원한다고 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상고심을 관장할 법원(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상고법원이 설치된다고 해도 대법원의 헌법상 지위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고심을 관장하면서 사전심사를 통해 대법원으로 이송하는 사건의 범위를 정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삼심제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재판청구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처럼 한번 이상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그렇지만 공정재판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재판청구권의 최대한 보장이란 점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 사건이 폭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관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고법원이 도입된다고 해도 대법원이 정책법원의 역할만 한다는 것도 아니며, 모든 상고심을 대법원이 관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헌법 제110조 제2항을 보면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서 관할한다고 해 평등원칙의 위배를 지적할 수는 있다.

군사법원의 상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한 것은 군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한 헌법의 결정이지, 이를 일반법원과 형평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법원의 구성과 조직은 국가의 상황에 대응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민주화 과정서 권리의식이 강하게 형성됐다. 사회발전에 따른 법적 분쟁도 많아지고 삼심제를 원하는 국민이 많은 이상 상고법원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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