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제주도 현무암 알리야

2024.05.07 15:37:21 호수 1478호

1970년대만 해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 가방 안엔 귤 한 박스와 용두암 해변서 주운 주먹만한 현무암이 들어 있었다. 귤은 당시 육지서 귀한 과일로 부모님 선물이었고, 현무암은 제주도를 다녀왔다는 기념물로 소장하기 위해서였다.



귤은 먹어 없어져 시간이 지나면 제주도 추억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지만, 현무암은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온 한참 후에도 제주도를 추억하게 하는 소재가 됐다.

지난여름 필자의 제주도 여행 당시,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용두암서 주웠던 현무암이 생각나 우도 해변서 자그마한 현무암 하나를 주웠다.

그런데 펜션 직원이 주워온 현무암을 보더니,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대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귀띔해줬다. 아쉽지만 펜션 뜰에 놓고 올 수밖에 없었다.

팬션 직원의 말에 의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제주도서 현무암을 갖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에 걸려 회수된 양이 매주 컨테이너 2~3개 정도나 됐다.

제주도가 2012년부터 제주도의 돌을 보존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는데도 그만큼 제주도 현무암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갖고 나가는 현무암이 점점 늘어나면서 화산섬인 제주도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가 현무암 반출을 제한한 건 잘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들이 반출 단속 전에 육지로 가져간 엄청난 양의 현무암이 육지 사람에게 제주도를 기억하게 했고, 제주도를 사랑하게 했고, 또 육지에 나와 있는 제주도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금까지 제주도서 육지로 나와 책상이나 수족관, 화단 등에서 외롭게 자리를 지키며 제주도의 정신을 잊지 않고, 육지에 제주도를 알려왔던 현무암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2000여년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디아스포라 생활을 했던 유대인이 1948년 시오니즘에 의해 이스라엘을 재건했듯이, 오랫동안 육지로 나가 흩어져 있던 제주도의 현무암도 이제 다시 제주도에 모여, 돌이 많은 제주도의 위상을 다시 재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주도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건 제주도나 관광객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현무암을 돌려보내야 한다. 관광객이 육지에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하나씩 갖다주거나 택배로 보내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 제주도는 자신의 밭에서 나온 돌조차 마음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단속이 심하다고 한다. 현무암 반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가 현재 상황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디아스포라 현무암’을 ‘시오니즘 현무암’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제주도가 현무암 반출 단속이라는 소극적인 대책만 강구하지 말고, 현무암 반입 홍보라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돌이 많은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육지에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일반인이 택배로 보내주거나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다시 제주도에 돌려주면서 자신도 돌이 많은 제주도를 재건하는 데 동참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돼, 차원 높은 제주도 사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육지에 나와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은 제주도의 얼이고, 제주도의 땅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얼과 땅이 다시 모여 제주도를 가장 제주도답게 만들어 2000여년 동안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강대국이 된 이스라엘처럼 세계 최강의 자연유산도시 제주도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머지 않아 ‘현무암 알리야’라는 노래가 제주도 상공에 울려 퍼지면서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알리야는 히브리어로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 유대인의 땅인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17개 시도서 광역시를 제외한 9개도 중 7개도는 모두 한반도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충청북도는 4면이 육지로,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면적도 충청북도와 제주도가 제일 꼴찌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충청북도는 4면이 육지라 마음만 먹으면 확장성을 가질 수 있지만, 제주도는 4면이 바다라서 그렇지도 못하다. 제주도가 스스로 제주도답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90%가 현무암 지대인 제주도서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다고 땅속에 묻힌 현무암을 캐 내놓을 수도 없고, 외국서 수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청 관계자에게 제주도를 화산섬인 제주도답게 만들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현무암을 모아 ‘현무암 알리야탑’ 건립을 제안하고 싶다.

만약 제주도에 ‘현무암 알리야탑’이 세워진다면, 매년 제주도를 찾는 1400만명 관광객(외국인 120만명)이 현무암의 디아스포라와 시오니즘 정신이 담긴 ‘현무암 알리야탑’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를 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도 같이 느낄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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