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설악산 화가’ 김종학

2024.03.13 00:00:00 호수 1470호

꽃은 꽃이고 사람도 꽃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화랑이 작가 김종학의 개인전 ‘김종학: 사람이 꽃이다’를 준비했다. 김종학은 ‘설악산의 화가’ ‘꽃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김종학의 60여년 화업 중 그가 그린 인물을 조명했다. 전시에 공개되는 143점 작품 대부분이 처음으로 관람객과 만나게 된다. 



‘김종학: 사람이 꽃이다’ 전시는 작가 김종학의 초기 인물 작품과 아카이브서 출발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시장은 종이 작업과 유화 작품 등 총 22점을 소개한다. 미술 활동 초기 추상화와 판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김종학은 인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서로 다른

특히 1977년부터 미국에 거주한 2년 동안 풍경, 정물, 인물화 등의 장르를 접하면서 구체적인 형상에 대해 탐구했다. 그의 탐구는 인물서 빛을 발했다.

김종학은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지하철서 마주 보고 서 있던 사람 가운데 내 기억에 남은 사람을 집에 와서 그리곤 했다”며 “다양한 인종의 얼굴과 모습이 흥미로웠다. 같은 인종이더라도 피부색, 머리 모양, 옷차림이 다 달랐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사람을 지켜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작품 ‘남자’는 김종학이 미국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공부하던 1978년에 그린 그림이다. 뉴욕서 지내던 김종학이 새로운 회화 경향을 접하고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시 직접 접한 루시안 프로이트 작품에 담긴 강렬한 에너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표현하고자 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김종학의 인물 아카이브는 1970년대 드로잉, 신문에 인쇄된 삽화 등에서도 발견된다. 그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이번 전시서 최초로 공개된다. 

두 번째 전시장은 김종학의 종이 작업으로 구성돼있다. 김종학은 연필과 수채, 수묵 등 다양한 재료로 수많은 인물 드로잉을 시도했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기억한 후에 그림으로 옮겼다. 특히 ‘곰보 얼굴을 한 운전기사’의 얼굴은 김종학에게 흥미로운 소재로 이번 전시에도 자주 등장한다. 

60년 화업 중 인물 주목
99명 얼굴 담은 ‘Faces’

김종학은 “도시를 떠나 자연서 40여년을 살다 보니 자연의 구성 요소를 많이 그리게 된다.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오래 남고 붓끝으로 옮겨지는 탓”이라며 “자연을 살펴보면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마당에 매년 피는 꽃도 다르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인물은 꾸준히 그리고 있다”며 “내게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느껴진다. 사람을 보면 가족이라 해도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다. 같은 사람도 다른 환경에서는 다르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관람객은 세 번째 전시장서 김종학의 8m 대작 ‘Pandemonium’을 감상할 수 있다. 설악 야생화를 모두 한 군데 모아놓은 것처럼 8m 길이의 캔버스가 다양한 꽃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품을 채운 꽃은 원래 크기가 아주 작은 설악산의 야생화라 실제 자연은 김종학이 담은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관람객은 이 작품을 통해 자연의 넘치는 생명력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김종학에게 인간은 꽃과 같은 아름다움이나 추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각기 다른 얼굴만 존재할 뿐이다.

미술사가 김인혜는 “김종학의 인물화는 그가 야생화를 바라볼 때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연민과 사랑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비록 초상의 대상과 화가 사이에 상호작용이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말이다. 

생김새

현대화랑 관계자는 “작품 ‘Faces’는 물감 상자 뒷면에 99명의 서로 다른 인물을 그려 넣은 작품”이라며 “인종과 성별, 나이 등을 불문한 채 작가에게 흥미롭게 생긴 인물이 모두 같은 크기로 꽃처럼 구성돼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종학은?]

1937년 평안북도 신의주서 태어났다. 재동국민학교와 경기중·고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 1962년 졸업했다.

1962년 ‘악튀엘미협전’에 참가해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1963년 ‘세계문화자유회의초대전’ ‘현대작가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1977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9년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서구미술의 흐름을 체험했다. 

1980년 들어 ‘추상에 기초를 둔 구상’으로 설악의 사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설악의 화가’ ‘꽃의 화가’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호의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박여숙 화랑, 예화랑, 갤러리 현대,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개인전은 늘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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