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1등’ 대동의 그늘

2023.11.30 13:26:26 호수 1455호

잘 벌어도…옥죄는 이자 부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이 실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몇 번이나 매출 최대치가 바뀌었고, 수익성은 남부러울 것 없는 수준이다. 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재무상태는 뒷걸음질의 연속이다. 외부에서 끌어들인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자 압박에 그대로 노출된 양상이다. 



1947년 설립된 대동은 국내 1위 농기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트랙터, 콤바인, 이양기 등을 국내 최초로 보급하며 국내 농업 기계화를 선도해왔다.  오너 경영인(김준식 회장)과 전문경영인(원유현 대표)으로 이뤄진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가동 중이며, 오너 3세인 김 회장은 대동 22.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톱니바퀴 삐걱

대동은 1980년대부터 해외진출을 타진했고, 어느덧 해외 70여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농기계 회사로 발돋움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해외시장에서 거둔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는 수익구조가 만들어졌다. 올해 3분기 기준 해외시장의 매출 비중은 70%를 훌쩍 넘긴다.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공에 힘입어 대동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매년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2017년 6000억원을 겨우 넘겼던 연결기준 매출은 4년 만인 2021년 1조원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5000억원을 넘보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매출 상승세가 계속되자 안정적인 수익이 뒤따랐다. 2016년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던 대동은 이듬해 172억원 흑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883억원을 실현하면서 전년(38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동의 실적 상승세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769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2.6%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에서 내놓은 올해 말 기준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5955억원, 영업이익 1099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대동 측은 “북미 판촉 강화, 판매 제품 확대, 거점 국가 집중화, 중대형 농기계 판매 강화, 운송비 등의 원가 개선 등에 집중해 매출과 수익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상승세와 별개로, 재무상태가 오히려 나빠졌다는 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외부 자금에 기대는 경향이 두드러진 데다, 비용 지출이 확대된다는 점을 가볍게 넘기기란 쉽지 않다.

확연한 실적 우상향 행진
갈수록 심해지는 빚의 굴레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대동의 총자산은 역대 최대치인 2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6200억원) 대비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년 새 3400억원 늘어난 총부채(1조4646억원)가 총자산 변동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38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채가 확연히 늘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부채비율은 더욱 나빠졌다. 2019년 185.9%였던 대동의 부채비율은 이듬해 226.7%, 지난해 263.1%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272.8%로 또 한 번 올랐다. 부채비율은 회사의 재정건전성을 드러내는 표면적인 지표로, 통상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 확대가 부채비율 상승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대동의 총차입금은 8491억원으로 전년 동기(6223억원) 대비 36.4% 증가했다. 이 여파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3분기 기준 42.4%로 9개월 만에 6.2%p 올랐다.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단기차입금 6381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466억원)만 해도 7000억원에 육박한다. 

대농 측은 차입금 확대를 국내 및 해외 판매 증대에 따라 원재료 구입 등 운전자본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농 관계자는 “자율주행 농기계, 스마트 팜, 농업 플랫폼 개발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비용이 증가했다”며 “판매 증대와 신규 사업으로 차입금의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과도한 차입금은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이자비용 지출액은 415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대동이 기록한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되는 동시에, 138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이자비용 지출액의 3배 규모다. 지난해 1~9월까지 1.7%였던 평균 금리가 올해는 5% 수준으로 상향된 게 이자비용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불안요소

또한 대동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27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66억원을 나타냈다. 양호한 실적과 별개로 영업을 통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수익이 즉각적인 현금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건 이 회사의 영업적 특성 때문이다. 대동의 경우 해외 수출에 따른 매출 비중이 크지만, 이를 현금화하는 데  3~6개월가량 지체되는 영업구조를 띠고 있다.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면 일단 매출채권으로 인식되기에, 수출이 증가할수록 채권도 증가하게 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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