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근래 들어 일선 학교들이 난리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학교폭력 범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이를 제지해야 할 교사들은 힘을 잃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 때문인데,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일반 학생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초·중·고교서 일어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2만건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에 따라 원격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한때 줄었던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재차 증가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체폭력, 집단따돌림, 성폭력 외에 언어폭력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난리통
지난 2월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는 9796건에 이른다. 2학기 포함, 지난해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 이전 연간 2만~3만건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이뤄진 2020년 8357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면 수업이 다시 이뤄지면서 2021년에는 1만5653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수준까지 재차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학폭위가 처분한 조치(가해 학생 한 명에게 2개 이상의 조치 가능) 중 상당 부분은 ▲서면 사과(63.1%) ▲접촉금지(78.5%) ▲학교 봉사(48.8%)였지만 사실상 중징계로 불리는 출석정지 비율(14.9%)도 두 자릿수에 이른다.
학교폭력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 설치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실시했지만, 이 같은 방식이 학폭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일선 현장의 교사들은 허무함을 느낄 정도로 학폭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문제의 시작은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하면서다. 서울시내 소재의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학부모가 찾아와 ‘담임교사가 아이를 폭행했다’고 주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교사가 머리를 밀치고 색연필로 배를 때린 것도 모자라 친구들 앞에서 질책하는 바람에 왕따를 당했다는 것이다.
A 교장은 담임교사를 불렀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교장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혹시라도)무슨 말이 나올까 봐 학생과 단둘이 있는 상황조차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은 해당 사건이 미술 수업 시간에 일어났다고 했지만, 담임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장면을 본 학생은 없었다. 교장실까지 찾아와 항의한 학부모가 친구들에게 물었으나 여전히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장은 수사권이 없는 데다, 쌍방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니 무작정 문제를 덮을 수도 없었다. 담당 교육지원청 학교통합 지원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공문으로 답변해주기 어렵다”고 말할 뿐이다.
만약 폭행이 사실일 경우,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이 돼 교직을 잃는다. 당시 그는 아동학대범으로 몰리면서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병가를 낸 상태였다. 반면 허위 사실이라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됐다고 판단되고 학부모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학생과 학생 간 다툼서 교사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두 2020년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가 신설된 이후 벌어졌다.
문제 행동 제지하면 ‘정신적 학대’
싸움 말리려 잡으면 ‘육체적 학대’
해당 절차는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기재돼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때부터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힘든 건 교사들이다. 학생이 수업 중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교사는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수 있어 강하게 제재할 수 없다. 사명감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지원한 B씨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재 학교 상황은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느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예쁜 학생과 점잖은 학부모가 대다수다. 하지만 소수의 악성 학부모와 학생이 있다. 교사는 민원인과 1년 내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어떤 학생은 수업 중에 익룡처럼 ‘으악’이라고 고성을 지르며 ‘선생님! 저 소리 좀 지르고 싶은데 잠깐 소리 질러도 돼요?’라고 질문하는데 이건 오히려 예의 바른 질문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학생은 수업 중이든 쉬는 시간이 든 시도 때도 없이 본인이 원할 때마다 교실을 가로지르며 소리 지른다. 이런 상황에도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면 안 되지, 조용히 하고 얼른 앉아’라고 말하는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때 제지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의 손목을 잡거나, 강하게 말하면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될 수 있다. 특히 제지 과정서 학생의 기분이 나빴거나 무서움을 느꼈다면 ‘정서적 학대’의 사유가 된다. 또 학생들의 싸우는 상황서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문제 학생의 팔을 잡으면 ‘신체적 학대’가 된다.
현행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는 교사가 교육의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교사는 아동학대죄가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만큼 학생 지도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은 소수지만, 다른 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권리인 수업권마저 침해받는다. 교사의 교육 활동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충북초등교장협의회(이하 충초협)는 지난 20일 “최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아동학대 면책조항에 관한 논의는 바람직하다. 교단의 정상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작용
충초협은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다른 대다수 학생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등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교사의 당연한 제지 행동도 무조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학교 현장을 개선해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11인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았다.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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