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경찰 지구대를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국가권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음주운전으로 억울하고 무고한 죽음을 초래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기도 한다. 매 맞는 아내가 때리는 배우자보다 술을 탓하기도 하고, 각종 성폭력에서도 술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일쑤다.
이런 사건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술이 원인이라고 믿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예전부터 우리는 술이 원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술과 범죄는 어떤 관계이기에 술이 원수라고까지 했을까? 음주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동시에 광범위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위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는 음주문화가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 종종 지나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문제는 알코올의 소비, 음주, 특히 지나친 음주는 폭력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라는 것이다. 호주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시민 4명 중 한 명은 음주 관련 언어 학대의 피해자였고, 8명 중 한 명은 술에 취한 사람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 적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에게서 신체적, 언어적 학대를 당하는 비율이 다른 약물보다 2배 이상 높으며, 술은 비단 폭력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도 관련이 있어서 범죄 피해자 세 명 중 한 명은 사건 당시 스스로 음주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폭력 범죄의 상당수가 술을 마셨거나 술에 취한 사람에게 술을 마셨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 범한다는 것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무질서와 폭력 범죄로 경찰에 유치된 모든 범법자의 절반이 체포되기 48시간 전 알코올을 소비했고, 폭행으로 기소된 범법자의 52%가 범행 24시간 전에 술을 마셨고, 26%가 알코올의 소비가 자신의 범행에 기여했다.
심지어 경찰에 유치된 폭력 범죄자의 4%는 너무 술에 취해서 인터뷰, 조사조차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미국 법무부 사법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이나 약물과 연계된 범죄가 매년 75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를 제외한, 9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 결과 음주와 범죄의 관계는 상당한 수준이다. 전체 살인 범죄자의 48%가 범행 시 자신의 체내에 알코올이 들어있거나 남아있었고, 37%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대략적으로 폭력 혐의로 기소된 범법자의 30% 정도가 술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통계와 증거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복잡한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음주, 술, 알코올과 범죄의 관계는 그리 간단하거나 직설적이지 않다.
지나친 음주와 취기는 물리적 공격성과 관련이 있다고들 한다. 다만 술을 마시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폭력 범죄의 가해자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으며, 알코올의 소비가 반드시 필연적으로 폭력행위에 대한 전조는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술과 공격성의 관계는 일련의 변수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봐야 한다. 높아진 위험 감수, 자기 행위에 대한 가능한 제재에 관련한 불안, 걱정의 감소, 고조된 감정, 충동적 행위, 술김에 하는 호기, 사건의 왜곡된 해석과 언어적 사고 해결 능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자의 인지적, 감정적, 행위적 기능에 알코올이 약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주의 영향은 인성 기질, 공격성 소인, 성향, 술에 취했을 때 자신의 행위와 술의 영향에 관한 음주자의 일탈적 태도와 기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폭력적 행위에 대한 관대함, 음주 장소의 관리와 직원의 행동과 역할과 같은 상황적 요소를 포함하는 음주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러 취하게 되도록 술을 마시는 음주문화, 음주를 보편적으로 일탈행위에 대한 핑계나 변명으로서 이용하고, 그래서 술 취한 사람의 일탈 행위에 대한 책임을 덜 묻는 것과 같은 사회적 태도와 가치도 중요한 상호적용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술과 폭력의 관계는 개인적, 환경적, 문화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술과 폭력의 관계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사람을 일부 ‘성난 주취자, 또는 술만 마시는 사람(angry drunk)’이라고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