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거의 끝나간다. 레이스가 끝나갈수록 한층 더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덕분(?)에 역대 어느 전당대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내부 싸움에 외부 사람들까지 참전하면서다. 이 중심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재등판도 있다. 일단 등판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대표직 정지 징계가 내려진 뒤, 한동안 잠행에 들어갔다. 3일 동안 침묵하던 이 전 대표는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이라며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을 당 안으로 끌어들였다. 사실 이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빅 스피커
당내 소속된 수많은 현역 의원이 그를 대놓고 앞에서 지지해 준 것도 아니다. 대선 당시에는 대거 이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고, 대립은 점차 심해졌다. 현재도 윤핵관과 대결 구도를 유지 중이다.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에게 시험대와 같은 무대다. 열심히 장외정치를 하며 당원을 모아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가 당원을 모아온 방식은 기존과 차별화돼있다. 기존 정치인들은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과 비용을 동원했었던 반면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공감을 사는 방식으로 당원을 모집했다.
꾸준히 당원을 모집해온 효과는 국민의힘 전체 당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에 일조한 모양새다. 청년 세대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던 국민의힘은 청년층 가입이 늘면서 역대급 인원인 80만명을 넘겼다. 이렇게 되면 조직표를 움직이던 당협위원장들의 세몰이가 쉽지 않아지는 측면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기 직전 돌아왔다. 빅 스피커의 등장만으로도 정치권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가 어떤 카드를 들고 왔을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출마할 수 없는 탓에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를 후방에서 지원사격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들 네 명의 후보들은 보기 좋게 컷오프를 통과했다. 당초 이들의 1차 목표를 이뤄낸 셈이다.
킹에서 킹메이커로 등판해 전략을 세웠던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4명을 하나로 묶어 그룹을 구성한 부분도 이점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비윤(비 윤석열)계 표심이 뭉치게 할 수 있도록 해서다.
반윤핵관 세력 뭉치도록 후방 지원
함께 나아갈 차세대 개혁보수 세력
천아용인은 사실 후발주자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표가 분산된 친윤(친 윤석열)계 현역 의원들을 밀어냈다. 특히 천하람 당 대표 후보의 경우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컷오프를 통과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천 후보는 안철수 당 대표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정리되고 난 다음 안 후보는 상승세가 뚜렷했으나, 천 후보의 등장으로 다소 지지율 정체기를 맞고 있다.
동맹이 아닌 동지 격으로 뭉친 4명의 후보는 대부분의 일정도 함께 진행한다. 내놓는 메시지도 ‘반 윤핵관’으로 명확히 정했다.
이들은 당원뿐 아니라 민심에도 집중하는 편이다. 대부분 후보가 기존 세력인 당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들은 지방에 내려가서는 숨겨진 당원 한 명 한 명을 만나면서 친윤, 비윤도 아닌 표심에 공들인다. 당원 100%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곧 당심이라는 점을 미리 다져놓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호감도와 비호감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다. 대선서도 갈라치기라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 다시 윤핵관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태세다.
그는 판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서의 존재감을 이번에도 내뿜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 전 대표가 분명하게 얻어낸 것은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잊히지 않았다는 점 ▲자신의 일정한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세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만큼은 확실한 내 편을 만들어 지지하고 따르는 인물들을 발굴해냈다.
그림자 벗어날 방법 차후 강구해야
더욱 많아진 적, 효과 있지만 역설적
끈끈하게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유 전 의원이 1세대 보수 개혁파였다면 천아용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개혁파가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잃은 부분도 있는 등 분명 한계점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직전 전당대회에 혈혈단신으로 나서 1위를 기록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다. 0선 국회의원, 30대 당 대표는 정치권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표는 물론이고 민심이 이 전 대표를 택했던 덕이다.
당시 당원투표에선 이 전 대표가 밀렸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이 같은 현상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당원 100%로 선거 방식을 바꿔버렸다.
이 전 대표는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윤 세력이 윤핵관 세력보다 우위라고 말하기에는 쉽지 않다. 후보들의 뒷심도 문제다. 천 후보가 실버 크로스를 이뤘다고 주장하지만 안 후보가 대선후보였다는 중량감에 힘입어 일정 표가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꼬리표를 명확히 떼지 못한 부분도 차후 해결할 과제다. 천아용인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힘을 발휘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친이준석계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탓에 추후 더 많은 세력을 끌어 모아야 한다.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만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이 전 대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당외서도 세력을 모으고 있다.
양면성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 전 대표가 꼬리표를 명확히 떼지 못했다”며 “물론 그 덕에 현재 위치까지 올라섰지만, 더 올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역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