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여러분은 일주일에 며칠 일하시나요?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5일이라고 이야기하실 텐데요.
그런데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주6일 근무’였다는 사실, 기억하고 계신가요?
2001년 IMF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논의된 주 5일제는 기업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3년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후 ‘격주 놀토’ 등을 활용한 약 8년간의 적응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재미있는 건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는 지금, 새로운 주 4일제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영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위대한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비영리단체인 ‘주 4일제 글로벌(4 Day Week Global)’.
이들은 옥스퍼드, 캠브릿지, 보스턴 대학 연구진과 함께 70개 기업, 3300여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 운영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요.
해당 실험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참여 기업들은 실험이 종료되는 11월 말에 ‘주 4일제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약 두 달 째인 현재 “업무 생산성이 대폭 올라갔다” “경이롭다” 등 반응이 폭발적인 상황입니다.
이에 ‘워라밸’을 부르짖는 한국 직장인들의 마음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는데…
주 4일제, 한국에서도 보편화될 수 있는 걸까요?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폭 앞당겨진 면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등이 급하게 시행되며, 새로운 근무 형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제20대 대선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 4.5일제 검토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데요.
현재 한국에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에는 에듀윌, 휴넷, 카카오, 밀리의 서재, 카페24, 뮬라웨어, 엔돌핀커넥트 등이 있습니다.
병원계에서는 세브란스 병원이 최초로 주 4일제 시범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CJ ENM, 우아한 형제들, 토스 등이 있는데요.
대중들의 반응은 “꿈만 같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등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겉모습은 좋아 보이지만 문제가 많다” “오히려 업무가 과중될 것이다” 등 의심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주 4일제의 한계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단점은 ‘직종에 따라 효과가 극명히 갈린다’는 점입니다.
비대면, 원격, 재택 근무에 유리한 개발 직군 등이라면 무관하지만 ‘근로 시간이 곧 생산량’인 제조업 등의 경우 주 4일제가 시행되면 매우 곤란할 것이 자명한데요.
그렇게 되면 ‘직종에 따라 임금 및 복지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른바 ‘노동 양극화’ 현상입니다.
또한 근로자 임금 문제도 큰 걸림돌인데요.
한 여론조사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임금이 감축되는 경우 주 4일제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시민의 비율은 무려 64%.
심지어 주 4일제 시행에 찬성하는 집단에서도 ‘임금이 감소하면 주 4일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44%에 달했는데요.
결국 근로자들이 중시하는 것이 ‘단축 근무’가 아닌 ‘임금 유지’라면, 주 4일제 시행의 정당성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 주 4일제를 표준화한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벨기에 등 일부 북유럽 국가들이며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도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인데요.
하지만 연간 근로 시간 1928시간,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길게 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언뜻 불가능한 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주 4일제, 언젠가는 우리나라 전 직종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