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웅의 영사기] 영화 <광해>와 2012년 광해의 조건

2012.09.10 15:23:13 호수 0호



[일요시사=박대웅 기자] 만약 누군가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역사가 에드워드 핼릿 카(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고,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다. 역사는 반복되거나 발전한다는 이 같은 인식이 2012년 오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500여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대화의 시작은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라는 광해 8년(1616년)에 작성된 광해군일기 '광해 100권 2월 28일' 기록에서 시작된다. '시대의 폭군'과 '비운의 군주' 등 엇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사 속에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에 상상력을 덧붙여 완성됐다. 영화는 역사가 기록한 두 개의 얼굴 속 조선 제15대 임금 광해를 배우 이병헌의 1인 2역을 통해 스크린에 옮겼다. 선조의 둘째 아들로 임진왜란때 세자로 책봉된 왕 '광해(이병헌 분)'와 비록 소학까지 익혔지만 천민인 광대 '하선(이변헌 분)'은 이런 역사와 너무도 닮아있다. 

영화는 도처에 깔린 암살과 역모의 위협을 느낀 광해의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광해를 보좌하는 '킹 메이커' 허균(류승룡 분)은 그를 대신할 대역으로 저잣거리의 광대 하선을 앞세운다. 그리고 역사처럼 광해는 음모에 의해 쓰러졌다. 엉겁결에 왕좌에 앉은 하선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멘토' 조내관(장광 분)과 민중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기미나인 사월이(심은경 분) 등을 통해 허균이 일러주는대로 정사를 펼치던 앵무새에서 점차 진정한 군주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여기에 두 명의 왕이 사랑한 중전(한효주 분)과 그런 중전에게 첫 눈에 반해버린 하선이 만들어가는 로맨스는 극의 무게를 다소 내려놓으며서도 극의 몰입도를 놓인다. 아울러 하선을 의심하는 충직하고 강한 신념의 호위무사 도부장(김인권 분)과 웃는 얼굴 이면에 야망을 감춘 채 광해와 대립하는 이조판서 박충서(김명곤 분) 등 배우들의 호연은 131분의 런닝타임을 전혀 지루하게 하지 않는 광해의 관전 포인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영화는 웃음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로맨스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광해가 정말 폭군이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2012년 현세대가 바라는 왕의 조건을 은근슬쩍 꺼내 묻는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들은 광해를 폭군으로 기록했다.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죽였고, 어머니 인목대비를 덕수궁에 유폐시킨 '살제폐모(殺弟廢母)'는 유명한 일화다. 아울러 역사가 말하듯 성리학을 저버리고 명나라가 아닌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한 광해의 친청정책은 인조반정의 주요 이유다.


하지만 결국 인조는 병자호란으로 청황제에게 신하되기를 맹세했다. 백성들은 서인들의 잘못된 '반청친명' 정책으로 전쟁통을 겪어야만 했다. 반면 광해는 임진왜란 후 전후 복구 작업에 힘썼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대동법을 실시해 백성을 구제하려 했으며 명나라와의 관계를 자주적으로 판단해 실리외교를 펼치려 했다. 당시 백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라를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서인들이야말로 폭군에 가깝지 않았을까.

'국민행복' '사람이 먼저다' '저녁이 있는 삶' '내게 힘이 되는 나라' '내일은 여는 친구'-'재벌 개혁과 복지'(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순).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라는 이 시대의 '왕'을 꿈꾸는 이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비록 정책과 노선은 달라도 이들 모두 표면적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2012년 오늘, 중요한 기로에서 역사와의 대화를 통해 미래의 도전과 응전을 이룰 지도자의 자격이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추천한다.

# 한 줄 정리

배우 이병헌의 재발견과 2012년 광해

#별점

★★★★

개봉

9월 19일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