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 황태자의 위태로운 홀로서기

2021.10.01 13:58:25 호수 1342호

일인자 등극 직후 내리막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일제약 황태자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아버지는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만큼 책임이 막중해진 상황.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들이 경영을 총괄하게 된 직후부터 표면화된 실적 내리막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삼일제약은 30여년간 지속된 오너 경영 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허강 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며 전문 경영인인 김상진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추대됐다. 김상진 대표는 2018년 삼일제약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기대와 달리…

김상진 대표의 선임은 기존 오너 경영 체제의 변화를 의미했다. 삼일제약은 고 허용 명예회장이 1974년 삼일제약 대표에 오른 이후 오너 일가를 주축으로 경영을 이어왔다. 허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강 회장은 1997년 부친의 뒤를 이어 대표를 맡았고, 2013년에는 당시 부사장이던 허승범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에 올랐다. 

허강 회장의 일선 퇴진은, 허승범 대표의 역할이 막중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트리니티대학 졸업 후 삼일제약 경영전략실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아온 허승범 대표는 2013년 3월 이래 삼일제약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으로 이뤄진 각자 대표 체제일지라도 허승범 대표의 영향력이 김상진 대표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일단 허승범 대표는 회사의 최대주주다.  보유 주식 총수는 150만20주, 지분율은 11.19%다.


게다가 김상진 대표는 영업·마케팅에 국한된 반면, 허승범 대표는 경영을 총괄한다. 사실상 허승범 대표가 아버지의 후광에서 온전히 벗어날 때까지 김상진 대표가 측면 지원할 수 있게끔 역할을 조정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드디어 아버지 후광 벗어났지만…
빚 쌓이고 벌이는 시원찮은 현실

다만 과도기적 허승범 체제의 출발은 그리 산뜻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야 하는 허승범 대표에게는 고민거리나 마찬가지다.

삼일제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9% 감소한 17억원에 머물렀고, 순이익은 -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판관비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재무상태 역시 악화되는 추세다. 삼일제약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163.8%에서 2019년 195.3%로 급증한 후 지난해에 201.6%를 넘기면서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채비율은 228.2%로 전년 동기(197.6%) 대비 30.6%포인트 증가했다. 

차입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8년 667억원이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이듬해 936억원으로 확대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124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로 인해 수년 전까지 10억원대에 그쳤던 금융 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5배가량 커진 상황이다.

심각한 성적표

차입금이 확대되면서 차입금의존도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2018년 50.9%였던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는 54.7%로 올랐고,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6.3%에서 34.2%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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