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에스엘 오너 4세의 포석

2020.08.10 10:12:11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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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에스엘 오너 4세에게 눈길이 간다. 홀로 지분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경영권을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다. 1997년생인 데다 부친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다만 에스엘 승계 전통과 시기를 미뤄봤을 때 입지 구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엘은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이다. 지난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출발 후 성장을 거듭한 회사는 현재 2조 매출 중견 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요 제품은 램프와 금형, 샤시로 1차 벤더(최종 제품 생산업체에 직접 주요 품목 납품)로 유명하다. 현대·기아자동차, GM, 포드 등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납품한다. 특히 현대·기아차 1차 벤더로 이름 높다. 에스엘은 지난 2018년 현대·기아차로부터 ‘올해의 협력사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TK 대표 기업

최근 3년간(2017∼2019) 실적은 상승세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4894억원, 1조5986억원, 2조262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633억원서 45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가 436억원으로 반등했다. 순이익은 1000억원서 251억원으로 수직하락한 뒤, 870억원으로 회복했다.

올해 성적은 기대할만하다. 지난 1분기 에스엘은 연결 기준 매출액 61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5.9% 증가한 값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억원서 306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순이익은 동기간 21.5% 상승한 88억원이었다.


에스엘은 3세 경영 체제다. 경영권은 창업주 고 이해준 명예회장서 이충곤 회장에게 넘어갔다. 그는 직을 유지하며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다만 무게는 그의 자녀들에게 실려 있는 모양새다.

에스엘 최대주주는 장남 이성엽 에스엘 사장(25.5%)이다. 이충곤 회장(14.14%)과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차남은 이승훈 에스엘미러텍 사장(11.94%)으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장녀 이지원씨(0.79%)는 약간의 지분만 쥐고 있다. 살펴보면, 보유 지분 순에 따라 중책을 맡고 있는 셈이다.

오너 2·3세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인물은 1997년생 이주환씨(4.69%)다. 그는 이성엽 사장의 장남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4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주환씨는 애초부터 입지가 남달랐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최초 보유 지분은 16만6895주(9.68%)다. 당시 이승훈 사장(8.17%)보다 많았다.

자동차 부품 업체, 연 매출 2조
97년생 후계자 나 홀로 지분 매입

에스엘이 계열사 ‘에스엘라이팅’과 합병에 성공하면서 주환씨(208만6240주·4.33%)와 이승훈 사장(575만3166주·11.94%) 간 역전이 발생했다.

눈길이 가는 건 주환씨의 지분 매입 현황이다. 여타 주주들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주환씨는 주환씨는 올해 들어 꾸준히 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주환씨는 지난 2월 모두 4차례에 걸쳐 2만8281주를 매입했다. 3월에는 12만4513주를 9번에 나눠 사들였다. 한동안 지분 매입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 재매입이 시작됐다. 
 

▲ 에스엘 전경

지분 매입 결과, 주환씨 보유 지분은 232만1579주(4.82%)로 늘었다. 동시에 4대주주 자리도 굳힐 수 있었다.

주환씨 매입에 눈길이 가는 까닭은 같은 기간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성엽 사장과 이충곤 회장, 그리고 이승훈 사장은 올해 단 1주의 주식도 매입하지 않았다. 물론 매도하지도 않았다.


주환씨와 함께 오너 4세로 불리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주환씨의 동생(51만1000주·1.06%)과 이승훈 사장의 자녀들(36만4996주·0.76%, 14만5991주·0.3%)은 올해 지분을 늘리거나 팔지 않았다.

이목이 쏠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주식 매입 시기다. 주환씨가 지분 매입에 나선 시점은 공교롭게도 국내 주가가 한창 내려앉았을 때다.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에스엘 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주환씨는 지난 2월25∼28일과 3월3∼6일, 9∼13일, 18일에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는 국내외적으로 펜더믹 공포로 업계 전반의 주가가 휘청거렸을 때다. 2월 말에는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는 등 검은 금요일이 도래했었다.

철저한 장자 원칙…이미 경쟁력 선점
적절한 매수 시기, 단단해지는 입지

3월 초중반에는 ‘바닥을 쳤다’는 기대 심리와 함께 저가 매수가 몰리기도 했다.

에스엘도 코로나19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에스엘 주가는 지난 1월23일(1만9150원)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 국면에 봉착했다. 에스엘은 지난 3월23일(9200원)까지 내리막을 탔다.

공교롭게도 주환씨의 매입은 그 사이 이뤄졌다. 올해 사들인 에스엘 주식 87%가량이 해당 기간에 확보됐다. 나머지 주식은 지난 7월14일과 28∼30일에 이뤄졌다. 당시에도 주가는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보합세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른바 ‘적기’에 주식을 확보했다는 해석이다.

주환씨의 지분 매입은 곧 ‘승계 다지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엘 후계 전통을 보면 그렇다.

창업주 이해준 명예회장 슬하에는 2남 4녀가 있다. 경영권은 장남 이충곤 회장이 이어받았다. 다시 이충곤 회장은 2남1녀를 뒀고, 경영 전면에는 그의 장남인 이성엽 사장이 나서 있다.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전 준비?

주환씨 역시 이성엽 사장의 장남이다. 후계 구도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주환씨는 올해 혼자서만 지분을 매입했다. 그 배경이 승계 다지기로 보이는 까닭이다. 물론 당장 승계를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주환씨는 1997년생으로 올해 만 23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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