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웅진에너지의 한계

2019.04.29 11:02:51 호수 1216호

결국 태양광은 안 되는 건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의 제조업체 웅진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웅진에너지가 휘청거리면서 태양광 산업도 덩달아 흔들리는 모양새다.
 

▲ 웅진에너지


정부는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이 담겨있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19~20405대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중국 물량공세?

주목할 부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로의 전환을 위해 석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40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의 전체 에너지 발전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7.6%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목표치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재생에너지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이오다.

문제는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실제 재생에너지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태양광 업계는 웅진에너지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웅진에너지가 무너질 경우 태양광 산업에 미칠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살릴 가능성은 없는지를 두고 분석에 분주한 모양새다.


웅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웅진에너지는 태양전지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잉곳·웨이퍼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뉴시스>에 따르면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은 사실상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다. 대전공장은 잉곳을 생산하고 구미공장은 생산된 잉곳을 얇게 썰어 재가공한다.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과 대전공장의 가동률은 20%에 불과하다. 직원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27일 외부감사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웅진에너지는 2018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임을 공시했다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른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의 주요 근거로 웅진에너지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었다. 막대한 재무적자로 인해 기업의 유지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1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감사 의견거절 소식이 전해지자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웅진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

감사 ‘의견거절 ’ 상장폐지 가능성
국내 관련 산업도 덩달아 휘청휘청

웅진에너지는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와 관련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 등을 심의한다. 심의일부터 3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웅진에너지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2006년 웅진과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썬파워코퍼레이션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웅진에너지는 웅진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한 회사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인 잉곳·웨이퍼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회사다.
 

▲ 태양광 발전시설(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G, SK, 한화, 한솔 등 주요 기업들도 잉곳·웨이퍼 제조에 뛰어 들었지만 웅진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관련 사업서 철수하거나 계열사를 매각했다. 태양광 산업 자체의 침체 분위기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웅진에너지가 파산하면 그 자리를 중국 업체가 채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양광 산업협회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웅진에너지 살리기에 나섰다. 협회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큰 축을 담당해온 웅진에너지가 무너지고 있다중국의 저가 태양광 공세에 잉곳과 웨이퍼가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체의 밸류체인 중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전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서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는다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웅진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유는 기술경쟁력이 아닌 비용 경쟁력서 중국 업체에 뒤처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웅진에너지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처방은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웅진그룹은?

협회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일부를 재생에너지 제조 기업에 지원해준다면 중국과의 비용 경쟁력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정부와 우리 업계가 한뜻으로 나서준다면 웅진에너지의 대주주인 웅진그룹도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해 웅진에너지가 세계를 선도하는 잉곳·웨이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화답하리라 믿는다고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웅진 1000억 채권 때문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에너지를 고의로 부도내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 18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면서도, 1000억원 내외인 웅진에너지의 채권을 갚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책임 경영을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은 웅진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윤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다하지 않아 웅진에너지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글엔 “웅진그룹은 돈이 없어서 웅진에너지를 외면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