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5)반란

2019.03.25 10:36:54 호수 1211호

가문의 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형님!”

남건이 남산과 함께 아버지를 대신하여 막리지에 오른 남생의 집무실로 급히 찾아 들었다.

“무슨 일이냐?”

“소식 듣지 못하였소?”

“무슨 소식?”


“왕이 태자 복남을 당나라에 보낸다 합니다.”

“뭐라고, 태자를 당나라에!”

태자를 당나라에

“태자를 당나라에 보내 태산(泰山) 제사에 참가하도록 한답니다.”

“태산 제사라!”

태산 제사, 중국의 역대 왕들이 몸소 산둥성 중부에 있는 태산에 올라가 하늘에 천하의 태평함을 알리는 제사를 지칭했다.

“결국 그를 기회로 고구려를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 태자를 당에 보내겠다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마자 바로…….”

“이를 어찌할까요?”

“가자. 가서 보장왕과 담판을 져야겠다.”


“그냥 담판입니까!”

남건이 슬그머니 칼을 잡았다.

“왜 그러는 게냐?”

“아버지처럼 여차하면 왕을 죽이고 다시 정권을 세우려 그럽니다.”

“그는 아니 될 일이다.”

“안 될 일이 뭐가 있습니까?”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버지 명성에 누가 될 거야.”

남건이 잠시 남산의 얼굴을 살피다가는 남생을 주시했다.

“그렇다고 당나라에 굴복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러니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말이다.”

“말이 되지 않으면 어쩌렵니까?”

“그는 후에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형님.”

“말해보거라, 남산아.”

“우리끼리 이럴 게 아니라 숙부도 함께 하심이.”

남산의 제안에 남생이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형님, 그냥 우리 형제끼리 나아가지요. 이런 일에 숙부까지 개입시키는 일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왜요, 형님.”

“네가 차근히 생각해보아라.”

남건의 이야기에 남생 역시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남건 아우의 말을 듣고 보니 이 일에 숙부를 끌어들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아. 권력 문제이니 말이야.” 

남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산을 바라보자 그 의미를 알겠다는 듯 표정을 밝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남건 역시 보조를 맞추어 보장왕에게 나아갔다.

“전하, 태자를 당나라의 태산 제사에 보내기로 하셨다는 이야기가 들리옵니다.”

“그리하였소만.”

보장왕이 고개를 돌렸다.

“그 일이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알고 있소.”

“하면 당나라에 굴복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굴복이 아니…….”

남생·남건 형제 보장왕 뜻에 반기 들다
남건, 남생을 막리지서 파하고 국정 총괄

보장왕이 고개를 돌린 채 말을 맺지 못했다.

“전하,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가만히 있던 남건이 기어코 목소리를 높였다.

“짐 역시 원하지 않소. 장군들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아버지인 연개소문과 끊임없이 당나라를 도모했던 일을 지칭했다. 그를 살피며 세 형제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고구려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그리하기로 하였소.”

“그런다고 당나라가 고구려를 그대로 놔둘 것 같습니까!”

남건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자 남생이 급히 저지했다.

“전하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음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오면 보내기로 한 일은 그대로 추진하시고 소신은 당의 침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

“그러면?”

보장왕이 남생을 주시했다.

“이곳의 일은 제 아우인 남건에게 맡기고 소신은 국경 근처 여러 성을 돌며 당나라 침공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독려하렵니다.”

보장왕이 남생의 말에 동조를 표하자 남생 형제는 다시 남생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남건이 무릎을 꿇자 남생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남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형님으로 하여금 반드시 우리 가문을 보존토록 하라는 분부셨습니다.”

“뭐라고?”

“형님은 반드시 아버지 말씀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생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나는 국경의 여러 성을 돌아볼 터이니 이곳은 너희들이 맡도록 해라.”

남생이 국경으로 길을 떠나자 남건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장왕을 협박하여 남생의 막리지 직을 파하고 자신이 막리지가 되어 국정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남건의 행동에 연정토가 남생의 아들인 헌성과 남건을 찾았다.

“이게 무슨 일이냐!”

“숙부, 이럴 수 있습니까!”

“일단 자리하시지요.”

기세등등하게 몰아세우는 연정토와 헌성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권하자 연정토와 헌성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했다.

“어찌된 연유인지 그 사유나 알자.”

연정토의 추궁에 남건이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자세를 바로 했다.

“숙부, 생전에 아버지께서 제게 이른 말씀이 있습니다.”

“뭐라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형님의 목숨은 보전해야 하고 그리고 우리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

“헌데 작금의 사정을 살피면 우리 고구려가 당나라의 침공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 

연정토가 말을 하다 말고 급하게 끝을 맺었다. 그동안 당나라와의 잦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고구려의 실정과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는 병사들의 사기를 떠올리며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래서 숙부께서 아버지를 내치셨다는 말씀입니까?”

“헌성아, 네 아버지가 막리지 직을 맡게 되면 당나라에 쉽사리 항복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리되면 어떤 결과가 이어지겠느냐.”

남건의 속내는?

“그야 당연히 죽음!”

“그래 죽음이다. 그러면 너 역시 그 길에 동참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가문은 그야말로 몰살을 면치 못할 일이야. 허니 너는 지금 이 길로 아버지를 찾아 할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 당나라에 투항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숙부께서는 곧바로 신라의 김유신 대장군을 찾아가십시오.”

“김유신 대장군을?”

“그분을 찾아가면 부족하지 않게 접대할 것입니다.”

“그러면 너는 어찌하려느냐?”

“저는 절대 항복할 수 없습니다. 결코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숙부?”

헌성이 급히 끼어들었다.    

“말해보아라.”

“할아버지께서 가장 싫어하셨던 나라가 당나라인데……. 그도 그렇지만 숙부 말씀대로 당나라에 투항한다면 저들이 목숨을 보전해주겠습니까. 할아버지의 일도 있는데.”

“헌성아, 이 숙부의 뜻을 그리도 헤아리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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