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8)

2012.01.19 15:29:03 호수 0호

“지연술로 난관을 돌파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독촉장·민사소송 등 법적 통보 받은 일 없어
약속어음 보증 선 채무자 죽자 돈 달라 독촉

우리는 차를 마시며 서로의 근황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래, 하고자 하는 일은 잘 되어 가는가?”
내가 먼저 궁금해서 물었다.
“아직은 그러네.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가만히 앉아 놀고먹는 게 돈 버는 것이라고들 하니 마땅히 할 게 없어.”
“허어, 참. 그러게 말이야. 다들 걱정들 하고 있어요.”

“그것보다 도움을 청할 게 있어서……. 항상 어려운 일만 닥치면 찾아오게 되네.”
예전보다 한층 수척해진 그녀가 조심스레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한테서는 생기가 돌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서는 사색이 돈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고민이 큰지 전 같지 않은 표정이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부담 갖지 말고 말해 봐요.”
“좀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이곳저곳 다니며 자문을 해봤는데 다들 바쁘다는 핑계만 대니……. 내가 원하는 궁금한 부분에 대해 답을 구할 수가 있어야지.”

얼굴에 사색 가득

그러면서 그녀가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태도를 보였다.
“왜? 무슨 문젠데?”
“괜히 바쁜데 귀찮게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거듭 미안한 표정을 짓는 그녀.
“오늘 따라 별소리 다하시네. 동문이 좋다는 게 뭐요. 얘기해 봐요.”
그제야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 왜 있잖아. 내가 오래전에 친구 부탁으로 약속어음에 보증을 서준 적이 있거든. 그런데 정작 채무자인 본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고 말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는 거야. 돈을 달라고 독촉하며 자꾸 만나자고 하지 뭐예요.”


“보증 서준 곳의 사람이 그 남자들인가?”
“아니, 남자들한테 보증을 서준 게 아니라, 죽은 내  친구의 친구인 최모 여인이거든. 한데 어째서 그녀가 아닌,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이 나한테 돈을 달라고 자꾸 조르면서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남편도 일거리가 없어 어렵다고 난리인데, 이 사실까지 알게 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걱정이 돼서 미치겠어.”
그러면서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 찻잔에 남은 차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 사람들은 청구를 위임 받았거나 아니면, 그 사람들이 현재로선 돌려진 어음의 최종 소지인이 되었기에 청구를 하는 거겠지요. 그걸 가지고 발행자가 청구를 거절할 입장은 아니죠. 참, 보증 서준 어음이 은행에서 발행한 어음이야? 아니면 문방구점에서 판매하는 소위 문방구 어음이야?”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꾸했다.

어음지급일자 3년

“응, 거 있잖아. 은행에서 발행한 어음은 아닌 것 같아. 발행자인 친구가 어음용지를 가지고와서 금액하고 이름을 써넣은 거야.”
“그래 발행 금액은 얼마나 되는데?”
“2500만원인가 그럴 거야.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아. 3년 전에 무심코 보증선 일이라 오래되어서…….”
“그럼, 어음뒷면에 배서를 한 건지, 아니면 앞면에 작성을 한 것인지 기억나나?”
“어음 앞면에 발행자란에는 친구가 기명날인하고, 그 아래에는 내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었을 걸.”
“그럼, 보증을 선 것이 아니고 공동발행인이 되었네?”

“아마 그렇다고 하는 가봐. 전화하는 남자들이 나더러 친구와 같이 공동책임이 있다고 해.”
“당연히 어음상의 모든 내용에 대해 주 채무자인 발행인과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하지.”
그녀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 말을 듣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뒤늦게나마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는지 “후유!”하고 큰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했다.

“차 사장! 잘못된 친구를 둔 덕분에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된 것은 분명해.”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그 친구가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하긴 내가 어리석었던 탓이지 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꾸하면서도 책임만 주고 가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다시 물었다.
“어음상에 기명날인 할 당시 죽은 발행자의 모든 채무를 인정한다는 뜻에서 작성한 것은 아니고, 단순 어음발행금액에 대한 것만 책임지겠다는 뜻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혹 차용증이나 지불각서 같은 용지에 서명날인 한 것은 없어?”

“그런 말한 사실은 없고 죽은 친구가 그의 친구인 최모 여인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는데, 그 최 여인이 추가로 보증인을 세워달라고 하도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친구가 나를 찾아 온 거야, 나를 찾아와 어음용지를 내 놓으며 도장을 찍어 달라고 했어. 내가 망설이며 거절하는 눈치를 보이자 일단 어음에 도장을 찍어주면 최 여인에게 보여만 주고 내가 승낙할 때까지 건네주지 않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약속을 어기고 그 최 여인에게 건네주었다는 거야. 내가 막 항의를 하니까 친구는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일찍 죽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어음에 한 번 서명날인을 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그 어음을 회수하기 전까진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
“그러게 말이야.”
“억울하게 되었네, 가만! 어음지급일자가 얼마나 되었다고 했지?”
“한 3년은 되었나.”
“3년? 그러면 지금까지 어음과 관련해서 독촉장이나 민사소송 등 어떠한 법적 통보를 받은 일이 없나?”
“아니,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소송을 당하면 법원에서 소환장이 오는 게 아닌가?”
“물론, 물론이죠. 혹 차 사장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과 주민등록지가 달라 우편물을 송달 받지 못한 건 아니야?”
“아니, 똑같아. 내가 사는 곳과 전입한 곳은 같아.”
“그렇다면 상대방이 법적진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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