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게임과외’ 받는 청소년들 천태만상

2017.05.08 11:01:45 호수 1113호

애들 사이에선 게임등급이 계급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청소년들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 ‘게임 과외’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가상 세계 신분이 현실 세계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어울리는 장소가 PC방이다 보니 게임을 잘하지 못하면 주눅이 들고 학교서 놀림을 받기도 한다.



힘든 공부나 생업에서 잠시 벗어나 근심을 잊기 위해 하는 취미활동. 즐겁자고 하는 게임이지만 개인 실력 차이에 따른 차별대우도 존재한다. 특히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청소년 또래 집단 사이에선 잘하는 친구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있어 많은 청소년들이 ‘오버워치’나 ‘리그 오브 레전드(롤)’와 같은 ‘대세 게임’ 실력을 올리려 노력한다.

“무시당하기 싫어”

책상에 오래 앉아만 있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듯 게임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야 실력을 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청소년들은 좀 더 나은 실력을 갖기 위해 ‘게임 과외’까지 불사하고 있다.

‘롤 7년차’라고 밝힌 고교 2학년 김모군은 “롤을 못하면 티어(레벨)가 높은 친구로부터 ‘승리의 스킨(레벨이 높은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상) 없는 애들은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장난이라도 계속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김군은 무시당하기 싫어 게임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게임을 배웠다. 이제는 실력을 갖춰 방학 때마다 게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게임 과외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롤 과외’라고 검색하면 등록된 파워링크 사이트만도 17곳이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오버워치를 과외 수업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게임과몰입 종합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54.6%)이 롤과 오버워치가 포함된 장르의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인기 있는 게임 과외 사이트는 한 달에 200건을 웃도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용자 가운데 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데 주로 문화상품권으로 결제하거나 가끔 학부모가 대신 결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시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은 돈을 지불하고 아예 업체에 아이디를 맡기기도 한다. 아이디를 넘겨받은 강사는 학생이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대신 해준다.
 

과외 서비스 이용 가격은 강의 내용과 학생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5000원부터 2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1대1 맞춤형 강의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몇 번만 받아도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특정분야 ‘고수’가 1대1 맞춤형 수업
강의료 수십만원 훌쩍…알바로 돈모아

고교 2년생인 박모군은 “게임을 잘하고 싶은 친구들이 1만~5만원까지 용돈으로 과외를 받다가 10만∼20만원이 넘어가면 아르바이트까지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청소년들이 게임 과외를 받으려다 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게임을 가르쳐 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속인 뒤 온라인 채팅서 문화상품권의 핀 넘버만 넘겨받고는 잠적한다.

박군은 “사기 금액이 소액인 데다 잡기도 어려워 사기당한 친구들이 그냥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자 “공부도 과외받고 게임도 과외받고… 뭐든지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한국인 성향 탓인가”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 받아 가며 경쟁해야 하나” “대세 게임이 하나 정해지면 유저들이 거기에 다 쏠리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을 듯” 등 안타까움을 표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반면 “요리나 악기연주 같은 취미를 남한테 돈 주고 배우는 건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왜 게임을 배운다고 하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게임 과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시대다. 기왕 하는 게임 이기면서 하고 싶은 게 뭐가 잘못됐나” “사기꾼에게 넘어가지 않고 합법적인 곳에서 잘 배운다면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빠르게 게임 실력이 향상되게끔 도와주는 게임 과외. 하지만 어딘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에 게임이란 그냥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잇거리였다. 그래서 게임에 대해 높게 가치를 평가하는 이가아무도 없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찬반논란 팽팽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받고 있다. 대회, 리그까지 생겨나며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게임이 중요해지고 일반인들도 하나둘씩 게임에 빠지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게임 내에서의 성적에 열광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게임 과외를 활성화시킨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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