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밖보다 집안이 어울리는 사람. 스튜디오와 강의실, 카페테리아에 어울리는 사람. 이주형 작가의 지인이 본 그의 이미지다. 실내서 야외를 찍는 작가, 가림막 틈 사이로 어른거리는 바깥 경치를 카메라 속에 담아내는 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갤러리분도는 하반기 첫 번째 전시로 이주형 작가의 개인전 ‘Light Flow’(이하 LF)를 기획했다. 이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사진 속에 매우 절제된 풍광을 담아왔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매번 다른 피사체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하나의 원칙 아래 통일된 형식인 것을 볼 수 있다.
가림막 너머
이 같은 형식이 가능한 것은 이 작가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블라인드나 창틀 같은 일종의 시각적인 격자(Grid) 구실을 하는 물체 때문이다. 이 작가는 특정한 장소에서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찍을 때 격자나 가림막을 통해 바깥 경관을 정리한다.
이 작가는 매우 정제된 시각을 보여주려 하는데,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객체를 사진 속에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사진 속 가림막 장치는 작품 안팎에서 시각적인 질서를 부여한다. 그가 학자와 예술가로서 깨우친 이 같은 이치는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구도와 색상으로 드러난다.
근현대 건축물이라는 인공적 환경과 산수풍경이라는 자연환경이 아스라이 만나며 빛과 색을 발하는 순간은 ‘찰나의 기록’이라는 상투적인 표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윤규형 아트디렉터는 평론 ‘집안에 갇힌 남자’에서 이 작가의 작품 속에 항상 등장하는 창틀이나 햇빛가리개 틈 사이로 어른거리는 바깥 경치가 아름다웠다고 표현했다.
이 작가는 모든 자연의 매혹을 격자의 가로·세로로 그은 개념적 직선 안에 집어넣는 기획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작업 LF에선 이전과 다르게 카메라가 가림막을 응시하고 있다.
매우 절제된 풍광 담아
하나의 원칙 아래 통일
전체적인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서 바깥을 향하는 시점을 두고 격자 구실을 하는 대상을 사이에 둔 채 안과 밖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조합, 심도와 색상을 조정하는 과정까지도 같다. 하지만 응시하는 대상이 당겨졌다. 창 너머로 보이던 굽이치는 산세는 최소한의 실루엣으로 존재하거나 아예 볼 수 없게 됐다. 남은 것은 빛뿐이다.
가리개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된다. 윤 아트디렉터에 따르면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품은 빛을 ‘카메라라는 기계의 힘을 빌어서 생체 감각의 차원으로 침투시키는 빛의 이미지’라는 말로 자신의 작업 성격을 밝힌 바 있다.
남은 것은 빛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이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이 느끼는 빛의 환경을 디지털 작업으로 확대 증폭시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낸다는 개념을 작업 밑바탕에 깔고 있다”며 “전시제목인 LF, Light Flow처럼 빛이 감각의 차원에서 관객들에게 침투하는 이미지를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형은?]
▲ 서울 출생(1967)
▲개인전
라이트 플로우. 갤러리 분도, 대구(2016)
격자 풍경. 갤러리 인덱스, 서울(2014)
격자 풍경. 봉산문화회관, 대구(2013)
목가적 장면. 고토 갤러리, 대구(2012)
자취. 스페이스 가창, 대구(2008)
보이지 않는 기억. 스페이스 129, 대구(2004)
원더랜드, 룩스 갤러리, 서울(2004)
시간의 끝. 환 갤러리, 대구(2003)
기억의 풍경. 80 이스트 갤러리, 뉴욕(1999)
흐름. 서남미술관, 서울(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