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창간 20주년에 즈음하여

2016.05.23 17:17:32 호수 0호

나눔의 가치

요즘 사회의 화두는 단연 나눔이다. 교회와 사찰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학교도 나눔을 기본가치로 삼고 있다. 나눔이 무엇이던가. 자기가 가진 부(富)를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실천적 행동이 나눔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나눔의 소식은 연예계가 으뜸이다.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를 필두로 최수종·하희라, 션·정혜영 부부가 국내 연예계 대표 나눔커플이고 가수 김장훈과 이효리, 그리고 중견배우 김혜자, 안성기, 고두심 등도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해외에선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대모로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어디 연예인 뿐이던가.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이 닥칠 때마다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선 고사리손부터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의 한 끼 식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까지 사회 곳곳에는 남이 알든 모르든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모습들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떠들던 정치권은 어떤가. 나눔은커녕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력을 자기 것인 양 움켜쥐고 남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소통과 상생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작금의 박근혜정권과 이달에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가 특히 야박했다. 물 속 모래처럼 손에 힘을 주면 줄수록 더 빠져나가는 서푼어치 권력을 쥐고자 국민과 사회적 약자를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비정규직이 일상화된 사회를 만들고,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발 붙이고 살기 어려운 나라를 만든 게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통합과 상생 대신 갈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장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다.


나눔? 지금 정치권 하는 꼴로 봐서는 나눔이란 고차원적 가치는 개나 줘야 할 하찮은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채 2년도 남지 않은 박근혜정권과 새로 개원하는 20대 국회는 달라질까? 솔직히 ‘글쎄올시다’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나눔이란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한 측은지심 자체가 없는 이들에게 ‘나눔의 철학'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되돌아보면 창간 2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 역시 나눔에 대한 공적 소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지식과 정보의 나눔도 물론 언론의 역할이지만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처지와 입장을 조명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나름 노력했다는 자평이 열에 하나라면 나머지 아홉이 아쉬움과 부끄러움이다.

하여 앞으로 <일요시사>는 나눔에 대한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기 위하여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 임하는 수많은 천사들처럼 '행동하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20년 동안 관심과 애정을 베풀어주신 애독자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눔의 진정한 가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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