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디워2> 투자유치 진실 혹은 거짓

“액수는 몰라도 입금 받은 것은 사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영화감독 심형래(58)씨 측이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영화제작사와 <디워2> 제작발표회를 갖고 “5억위안(약 90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뒷말이 무성하다. 심씨는 과연 900억원이란 거금을 지원받은 것일까. 약간의 ‘입금’을 받았다는 말도 들리고 영화제작의 특성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심형래씨 측은 지난 19일, 베이징 탕라호텔에서 ‘화인글로벌영사그룹’과 손잡고 내년 여름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디워2 (D-WAR 2, 龍之戰 2)> 제작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제작발표회를 가졌다고 언론에 일제히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에 따라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자료 상의 내용과 사진으로 앞다퉈 속보를 냈다.

투자자 제작실적 전무

이후 심씨는 지난 3월 말 복수의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화인그룹의 이신 회장이 <디워2>라면 40억위안(약 72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한화 900억원이라는 ‘통 큰’ 지원을 결단한 화인글로벌영사그룹이라는 중국기업에 국내 영화계의 시선이 쏠렸다. 화인그룹 측은 스스로도 <디워2>가 전세계에 배급하는 자신들의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화인그룹은 영화제작 실적이 전무한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로 보인다. 국내 포털의 영화 카테고리에서 해당 기업으로 검색을 해보면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는다. ‘바이두’ 등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TV, 미디어, 영화 등의 컨텐츠를 제작하는 그룹이라고만 간략한 소개가 나올 뿐 중국 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혀 없는 회사다.


여러 편의 히트 영화를 제작한 유명 영화제작자 A씨는 <일요시사>에 “중국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영화제작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라고 하더라”며 “실체가 없는 회사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말이 900억이지 중국에 아무리 돈이 흘러넘친다고 해도 적은 돈도 아니고 심정적으론 과연 그 큰 돈을 투자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900억은커녕 9억도 투자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제작 경험이 전무한 회사가 중국 국내 개봉도 아닌 월드 와이드 릴리즈(World Wide Release) 개봉을 하는 영화를 제작·투자·배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화인그룹 측은 <디워2>의 제작·투자·배급에 직접 5억위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5억위안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기로 한 것도 미심쩍다.

영화피디 B씨는 영화계의 좋지 않은 해묵은 관행을 언급했다. 그는 “또 다른 투자를 받기 위해 낚시를 던지는 것이 있다”라며 “말로 투자하겠다는 것과 실제로 투자가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 기사는 나오는데 실체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B씨가 언급한 관행은 투자를 받기 위해 영화 관계자가 이미 거액을 투자 받았다거나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 영화계 내외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행위를 일컫는다. 영화계 내의 거대 투자사들은 이러한 행위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것을 보고 영화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것. 막상 영화제작이 중단되면 초기에 문외한이 투자한 자금들은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없게 되고 만다. 

영화평론가 C씨는 “현재는 심형래 감독이 준 자료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에서 하는 걸 여기서 보도자료를 내는 등 이벤트 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많지만 그 활동을 굳이 국내에서 떠들지 않는다.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공개적으로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페이퍼 거래가 많아서 지금 상태에선 성과가 있다고 언급할 수 없을 거 같다. 앞으로 국내 영화제 정도는 가야 신빙성이 있을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지난 2011년 9월 영구아트무비 직원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디워>를 만든 직후인 2008년 때 외주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때 관리를 안하고 다른 데를 다녔기에 때를 놓친 거다. 그래서 (위기가) 야기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직원들은 <디워>의 성공 이후 심씨가 강원도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회사공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20억원의 제작비를 150억원으로 부풀려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심씨는 “이렇게 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설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한번 카지노에 가면 회사에 전화해 최소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송금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도 했다. 가스총을 실탄을 쏠 수 있는 권총으로 개조해 성능실험까지 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의 임금이 1인당 수천 만원대로 체불됐던 것은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의 수익이 좋지 않았고 특수촬영과 관련해 수주가 거의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 영화제작사 5억 위안 투자설
실체도 없는 회사가 거금을 투자?

그후 심씨는 17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통해 빚을 탕감 받았다. 2014년 <디워2> 제작을 알리면서 당시 100억원을 투자받고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후속은 전혀 없었다.

심씨는 지난해 11월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임금체불사건 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이혼소송을 비롯해 경매, 파산까지 들어오는 등 쓰나미처럼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디워2>를 통해 재기한 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겠다”고도 했다. 2011년께에 불거진 임금체불 문제가 당시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구설과는 달리 <일요시사>가 접촉한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씨에 대한 평판은 박하지 않았다. 앞서의 제작자 A씨는 심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난 심씨와 일면식도 없다. <디워>를 만들 당시 CG제작사에 CG를 맡기면 되는데 자기가 직접 차려서 그동안 번 돈을 다 잃은 거다. 투자사가 붙어서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무대포식 돈키호테 정신으로 쫓아다니면서 <용가리>도 만들고 <디워>도 만들고 한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영화가 미국서 전국 개봉을 했는데 돈은 하나도 못 벌고 다 배급업자에게 빼앗겼을 거다. (심씨는) CG와 특수촬영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제작자에 의하면, 심씨가 ‘영구아트무비’라는 CG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영화계 내에선 심씨만이 벌일 수 있는 무모한 일이라는 반응이 컸다. 대형 스튜디오를 차리고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달 월급을 줄만큼 국내 영화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무모한 시도 덕분에 한국의 특수효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드라마·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계가 오더를 받거나 직접 현지에 업체를 차려 진출하고 있는데, 현재 특수효과 분야의 실력자들은 모두 영구아트무비 출신이라는 것이다.

A씨는 “심씨 덕분에 결과적으로 한국 스튜디오 특수촬영과 CG는 엄청난 기술향상을 이뤄냈다. 여러 해 동안 월급을 주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뒤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전문가로 키운 거다. 선수들은 다 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피디 B씨는 “파이낸싱, 기획, 제작자로서는 재능이 있다. 이번에도 본인이 연출을 안하고 제작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워낙 독특한 사람이고 영화피디로서 볼 땐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알아보니 얼마인지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이번 영화와 관련해 실제로 입금이 됐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심씨는 국내 투자가 어려워지자 중국 및 베트남 해외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의 정재계 인맥이 다수 있지만 개그맨 출신이라 영화계 인사들 중에 심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중국에서 영화제작이 활발하고 심씨가 보유한 특수효과 콘텐츠와 그간의 영화제작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영화평론가는 “중국은 예산이 움직이는 게 크다 보니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투자가 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지분을 정확히 받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영수나 이승만의 전기영화를 만든다고 떠들썩하게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벤트를 하고 초기에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다 엎어졌다. 하지만 보수 쪽에서도 <크로싱>이나 몇몇 탈북인이 연출한 잘 만든 영화처럼 만듦새를 잘 다듬으면 보수파도 엄청나게 펀딩을 한다. 꼭 거액의 투자가 아니어도 소액 후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객관적 평가와 일반인의 심형래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며 심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화계 내부는 호평

앞서의 A씨는 “투자자를 모으려고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중국서도 영화를 만들어서 미국에서 개봉한 걸 다 알지 않나. 심형래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선 존재감이 있는 거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서 재기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측은지심이 생긴다”면서 “스타는 대중 앞에 있을 때 스타다. 무대 뒤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은 거다. 잊혀지기 두렵고 아직까지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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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