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현대차' 쿨한 소통 프로그램

“오해는 풀고 반성할 건 반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현대차가 달라졌다. 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고객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안티팬까지 끌어안은 모습. 오해는 풀고 반성할 건 반성한다는 모드다. 쿨하게 변한 현대차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담아봤다.

현대차는 지난 10월부터 자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음드림’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대표이사 김충호 사장을 시작으로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부회장, 국내영업본부장 곽진 부사장 등이 차례로 주관했다.

“현대차 좋아하지 않아도 다가간다”

▲‘마음드림’행사 = 마음드림은 현대차의 진솔한 마음을 고객에게 드린다는 표면적인 의미와 영어단어 ‘드림(Dream)’을 활용해 고객과 현대차의 꿈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청 고객들을 대상으로 남양연구소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충돌시험장, 주행시험장, 수밀 테스트 및 품질확보동 견학, 담당 연구원들과 질의응답, 내년 출시될 친환경 자동차 ‘아이오닉’최초 공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투어 종료 후 별도의 장소로 이동해 현대차 경영진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현대차에 대한 평소의 궁금한 점이나 개선할 점 등에 대한 질문과 현대차 경영진의 진솔한 답변이 이어졌다. 첫 번째 실시한 김 사장과의 간담회에선 현대차의 신기술과 관련된 질문, 향후 계획과 미래 비전,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한 대응, 고객 소통 방식에 대한 생각, 외산차 증가에 대한 대응, 국내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설립 이유와 계획 등 7가지 유형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했다.

권 부회장과의 간담회에선 자동차, 전자, 산업공학 관련 이공계 대학생들이 주축으로 참가해 자율주행 관련, 친환경차 기술관련, 고성능 차량 관련 분야의 질문이, 곽 부사장과의 간담회에선 기술적 설명과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날선 질문들과 이에 대한 답변이 오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마음드림 행사를 통해 경영진이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고, 간담회를 통해 나온 고객들의 의견을 전 부문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층이 직접…고객 커뮤니케이션 변화
일반 소비자 물론 안티팬과도 솔직 대화

▲‘차 vs 차’ 충돌시연 = 현대차는 지난 22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스트리트 서킷에서 ‘차 대 차’충돌테스트를 시행했다. 이번 테스트는 “수출용 차량이 더 안전하다” “현대차가 국내고객을 역차별 한다”는 오래된 차별 논란 때문에 열렸다.

고객들은 현대차가 쏘나타 출시 30주년을 맞아 쏘나타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자차 극장 관람 형태로 무료 영화시사회를 열어주는 것으로 알고 왔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영화 상영에 앞서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평가 결과 국내 생산 쏘나타와 미국 생산 쏘나타 간에 충돌 결과 차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쪽 차량의 파손 부위나 파손의 정도, 승객석 보존 성능은 상호 차이가 거의 없음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항상 국산차 역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에어백도 양쪽 모두 전개됐다. 더미의 부위별 상해 정도에 따라 승객보호 정도를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평가결과에서도 양쪽 모두 그린 색상(우수)을 기록했다.

한 초청 고객은 “영화를 보러 왔는데 뜻밖의 초대형 이벤트가 펼쳐져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평소에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구입한 차가 정말로 차별 없는 안전한 차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열린 블로그 = 현대차는 2010년 10월 처음으로 공식 블로그(http://blog.hyundai.com)를 개설했다. 월평균 방문자수는 2011년 1만3000명 수준에서 블로그 자체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12년 2만2000명으로 상승했다.


내수-수출 차량
역차별 오해 해소

이 추세는 2013년까지 이어졌다. 2014년엔 블로그 화면 디자인 개선, 서버 용량 증대, 특히 모바일 시대에 맞춰 모바일 최적화를 시도하면서 방문자수가 전년 대비 48% 증가한 3만4000명으로 늘었다. 사용자 중심으로 접근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것. 이 수치는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7월까지 월평균 11만명 이상 수준으로, 작년 월평균 대비 200% 이상(2014년 월평균 5만4000명) 증가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현대차 블로그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대차는 지난 3월 ‘Talk H’코너를 신설했다. 이 코너는 오픈 인사이드, 실시간 이슈, 오해와 진실 등 3개 세부 코너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는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사실을 바로 잡는 노력이 부족했는데 Talk H 코너를 통해 하나하나 천천히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 목소리 청취 = 현대차는 올해 초 고객센터나 영업현장에서 접수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본사 임직원들이 시청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직원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에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4개의 화면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화면을 통해 품질, 판매, 서비스,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의견이 보인다.

콜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불만이나 칭찬사례 등을 일 단위로 마감한 후 이를 텍스트화해 다음날 직원들 출근시간에 맞춰 오전부터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은 복도를 다니면서 이를 수시로 시청하고 개선점을 찾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등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각적인 대응 = 지난 7월 현대차는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던 싼타페와 투싼의 ‘강아지 소리’발생과 관련된 오해 해소와 개선 대책 설명회를 실시했다. 즉각적인 해명이 없을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차량의 품질 결함으로 고착돼 지속적인 차량 품질 문제로 고객들에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오해의 여지를 없애는 게 중요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연구소 담당자가 참석하고 동호회 회원들을 초청해 공개 설명회를 열고 “강아지 소리 발생은 차량 성능과 관련 없는 정상적 기계 작동음이나 고객의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개선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배드림 회원 시승회 = 현대차는 모터쇼를 통해 일반 대중들과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 뿐 아니라 안티 성향의 네티즌들과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 안티 성향의 커뮤니티로 유명한 ‘보배드림’회원들과 7단 DCT시승회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고차와 튜닝카 판매, 자동차 정보 공유 등이 이뤄지는 보배드림은 자타 공인 현대차 안티의 집결지다.

현대차는 보배드림 측에 시승회를 먼저 제안했고, 보배드림 회원 40명은 지난 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모여 강화도까지 벨로스터, i30, i40, 올 뉴 투싼 등 총 20대를 나눠 타고 왕복 약 110km를 시승했다. 현대차의 변속기 담당 연구원이 직접 7단 DCT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도 받았다.
 

현대차는 그간 블로거나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설명회나 시승회를 진행했다. 자동차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표적 안티 사이트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같이 타보고 느껴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일정부분 오해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니 현대차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시간 모니터링
이슈에 바로 대응

▲신뢰회복 간담회 = 현대차는 지난 6월 ‘싼타페 더 프라임’신차 발표회가 끝난 행사장에서 동호회 및 블로거를 초청해 신차 상품 설명회와 고객신뢰회복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존의 대규모 고객 초청 상품 설명회 형태를 벗어나 50명 단위의 소규모로 상품 설명회 및 간담회를 진행해 보다 진솔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순서인 신뢰회복 간담회엔 담당 임원과 팀장이 참석해 고객들과 직접 대화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마케팅과 소통에 대한 노력들을 설명하고,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졌다. 간담회는 기존의 일방적 정보전달의 차원을 넘어 대화를 통한 양방향 소통으로 진행해 참석한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테크 마케팅 = 현대차는 지난 3월 20여명의 고객들과 킨텍스에서 통일공원까지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Genesis LKAS Experience’행사를 진행했다. 최신 기술수준을 체험하고 알리는 이른바 ‘테크 마케팅’. 국내 시장에서 독일계 경쟁차와 비교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고객인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수준을 느껴보라는 의도에서 시행된 행사다.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은 차량 룸미러 쪽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차선을 인식하고 핸들을 제어, 운전자가 차선을 유지하도록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대비 진화된 최신 지능형 주행 편의 기능이다. 지난해 화제가 된 신형 제네시스 무인 주행 광고에서 적용된 기술로 향후 무인 자동차 기술의 선행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각·지속적인 쌍방향 이벤트
매일 불만 청취하고 업무 반영

현대차는 “앞으로도 기술력에 대한 지속적인 고객 체험 마케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의 기술력을 지속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비왕 선발대회 =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전 차종 평균 연비를 25% 향상하기로 한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연비 향상을 위한 하이브리드 차량인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대상으로 지난 2월 ‘Trust Hybrid 연비왕 선발 이벤트’를 개최했다.


연비왕 선발 이벤트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 판매거점을 통해 총 5133명이 지역 예선을 진행했다. 그 중 23명의 지역대표 고객이 참가해 경춘로 97.5km 구간을 주행하며 연비를 측정했다. 최고 연비 25.0km/l, 평균 연비 20km/l에 달해 공인연비 17.7km/l(17인치 휠 기준)를 훨씬 상회하는 연비를 보여줬다.

이날 참가한 고객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답을 들어보니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행사를 통해 현대차의 연비에 대한 논란이 사라질 것 같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송도 도심 레이싱 = 현대차는 지난 5월 인천 송도 일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을 열어 큰 화제를 모았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현대차의 역대 차량들을 모아 전시하고, 다양한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등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은 도심 속 아파트를 배경으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 경주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이틀간 진행된 행사를 통해 총 10만명이 다녀갔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개선”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5위의 자동차그룹이 있는 국가로서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에 더욱 앞장서겠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계획해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B국민카드 소비자중심경영 인증

 

KB국민카드가 펼친 고객 섬김 활동들이 ‘소비자중심경영(CCM : 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획득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2015년 하반기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서 수여식’에서 소비자중심경영 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은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이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를 평가받는 제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7월 소비자중심경영 선포식을 갖고 ▲소비자 관점에서 가치창출 주요 활동 전개 ▲소비자 불만 사전 예방 및 소비자 만족의 지속적 향상 ▲공정하고 투명한 윤리 경영을 통한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 도모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번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위한 실태 평가에서 KB국민카드는 ▲소비자중심경영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높은 실천 의지 ▲소비자불만 사전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체계적인 고객의소리(VOC) 관리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중심으로 고객 감동을 위해 펼친 다양한 노력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KB국민카드는 소비자중심경영의 이념을 회사 미션과 핵심가치에 반영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지난 2011년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넘버 원 카드 서비스를 고객만족(CS) 비전으로 하는 ‘고객만족헌장’에 이어 2013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 최고 카드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각각 제정한 바 있다. 또 3대 핵심전략과제와 36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소비자중심경영전략을 수립해 적극 이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는 고객 민원 접수 시 관련 부서장과 본부장에게 해당 사실을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통보하고, 필요시 담당 본부장이 직접 고객에게 조치 사항과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설명하는 ‘KB-마그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KB국민카드는 올해 금융감독원 기준 민원이 지난해 보다 약 40% 가량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비자중심경영의 정착과 강화를 위해 상품 및 서비스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판매, 판매 이후 단계까지의 주요 활동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이뤄지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