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살인마 유영철 비화 공개

법정서 십자가 부수고 악마가 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그의 이름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언론에 이미 알려진 것들이 아닌 법원의 판례를 바탕으로 그의 잔인한 범행 수법과 범행 장소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유영철은 1970년 전북 고창에서 3남 1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4세때 부친이 죽자 전반적인 경제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유영철의 지능은 보통이었고 편협한 성격으로 다른사람과 잘 융화되지 못했다. 자신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격분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예체능계에 소질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육상 단거리 달리기를 했고, 투포환과 기계체조를 하면서 지속적인 체력단련을 통해 손목의 힘과 악력을 길렀고 장차 화가가 되는 꿈도 꿨지만 색약 등의 이유로 예고 입학이 좌절되어 공고에 입학했다. 이후 절도 사건으로 구속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학교도 자퇴하고 전형적인 ‘비행청소년’이 된다.

기독교에 불만
신의 존재 부정

유영철은 친구의 소개로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사귀던 도중 특수절도죄로 구속되고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심 기대했지만 실형을 선고 받는다. 법정에서 손에 쥐고 있던 나무 십자가를 부수는 등 자신이 믿어왔던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품고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조금씩 악마가 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친구와 어머니의 집에서 동거하며 혼인신고까지 하면서 살게 되는데 또 다시 절도죄로 구속된다.

출소 후 경찰관 신분증을 위조해 퇴폐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 하는가 하면 음화판매로 벌금 300만원형을 받기도 했다. 절도죄로 수배생활을 하던 와중에도 같은 범행을 반복하다가 징역 2년형을 선고 받는다. 이후 미성년자를 강간하는 사건으로 3년5개월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때 혼인신고를 했던 여자친구에게 재판상 이혼을 당하게 된다.


이혼 재판 과정에서 모욕적인 욕설까지 듣게 되면서 그녀에게 느낀 환멸감과 극도의 배신감 때문에 여자친구와 아들까지 살해할 마음을 품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는다. 교도소 벽에 출소 후 죽일 사람의 숫자까지 기재했다.

2003년 드디어 희대의 악마이자 살인마인 유영철이 탄생하게 된다. 출소 후 어머니의 집에 머물면서 과도로 큰개를 찔러보는 살인 실험을 한다.

피만 많이 나올 뿐 곧바로 죽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유영철은 둔기로 머리를 강타하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곧바로 쓰러트릴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살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만의 범행 도구를 특수 제작 하게 된다. 공사장에서 자루가 긴 해머와 짧은 장도리 자루를 이용해 4kg짜리 해머를 제작하고 위협용 잭나이프 칼 한자루와 범행 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세무장갑, 목장갑을 준비한다.

준비한 범행도구만을 보더라도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디어 범행 준비를 끝내고 주로 노약자와 부녀자들만 집에 있는 출근 후 오전 시간에 범행할 것을 결의하는 계획을 세운다.

2003년 9월24일 유영철에 의한 첫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A(72)씨의 단독주택 담장을 넘어 정원으로 침입했다. 집안의 동태를 살피면서 코팅 목장갑으로 갈아끼고 잭나이프를 든 채 현관문으로 들어가 거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잔인한 수법·사이코 성향 자세히 기술
주도면밀 범행…소름끼치는 사건의 전말

2층 각 방문을 열어 젖혀 유영철을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A씨를 준비한 재크나이프로 찔러 쓰러트린 후 짧은 해머로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A씨의 옆에 있던 피해자 B씨가 장롱속에서 돈을 꺼내주려고 하자 “내가 돈 때문에 그런거 같아?”라며 해머로 B씨의 머리를 내리쳐서 살해했다.


2003년 10월9일에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소재 C(85)씨의 단독주택에 담장을 넘어 정원으로 침입해 C씨를 발견하고 재빨리 해머로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린 후 계단을 통해 1층 거실로 내려오던 D(60)씨의 배를 발로 걷어 차 소파 쪽에 밀쳐 넣고 해머로 머리를 수회 내리친다. 뒤늦게 인기척을 듣고 계단을 내려오던 E(35)씨도 2층 복도로 끌고 올라와 두개골이 부서져 뇌가 빠져 나올 정도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살인에 맛들린 유영철은 교회 또는 성당 부근의 주택에 침입해 2003년 10월16일 피해자 F씨를, 2003년 11월18일 피해자 G씨, H씨를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다. 강도범의 소행으로 위장하기 위해 금고문을 훼손 하던 중 사용하던 전지가위가 튀면서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마디부분이 베여 금고와 방바닥에 피가 떨어졌다. 자신의 피로 인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유영철은 피를 없애기 위해 집안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1층 안방으로 내려와 주방에 있던 라이터로 신문지와 옷가지에 불을 붙였다.

범죄는 더욱 더 대담해졌다. 2003년 11월 말 서울 마포구 신수동 소재 그의 오피스텔에서 컴퓨터 스캐너 장비를 이용해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의의 공문서인 경찰관 신분증을 위조했다. 2004년 2월9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 오거리 육교 부근의 모텔방에서 전화로 불러낸 윤락녀인 피해자 I씨에게 위조된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고 “윤락행위를 했으니 감방에 보내겠다”고 겁을 주며 수갑을 채웠다.

이어 전화로 모텔까지 데려다 준 사람을 위 모텔로 유인하도록 시켜 전화연락을 받고 온 피해자 J씨에게까지 위조된 경찰관 신분증으로 속여 29만원을 갈취했다. 2003년 저질렀던 4차례의 살해사건에 대해 꼬리가 잡히는 듯 했다.

교도소 벽에
죽일사람 적어

버팔로 신발을 신은 사람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유영철은 자신이 검거될 것을 걱정해 사건 당시 착용했던 버팔로 신발을 폐기하고 거주지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고시원에서 같은 동 오피스텔로 옮겼다. 고립,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도 잠시 동안의 안정기간은 있었다. 2003년 12월께 전화방을 통해 만나게 된 K씨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잠시 심리적인 안정을 가졌으나, K씨가 그의 과거 범죄전력 뿐만 아니라 그의 직업, 학력, 가족관계에 관한 내용이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되고, 또 2004년 2월께 K가 다른 남자와 만났던 것에 대해 심한 말다툼을 한 후 K씨의 “성관계를 맺으려면 선불을 달라”는 말에 격분해 몸을 묶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다 그녀의 목을 심하게 조르는 등의 폭행을 가하면서 K씨는 유영철과의 만남 자체를 극도로 기피하게 됐다.
 

유영철은 K씨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세지를 집요하게 보내면서 재결합을 시도했으나 K씨는 휴대폰을 교체하고 거주지도 옮겼다. 연락 자체를 두절하자 그녀에게 매우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K를 살해하고 싶은 마음이 치솟은 그였지만 휴대폰 통화내역 등 자료가 남아있어 곧바로 범인으로 검거될 가능성이 높아 포기한다. K씨에 대한 복수의 불길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K씨와 동종 직업에 종사하는 전화방이나 출장마사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범행을 계획 한 것이다.

영업특성상 실종신고를 할 가능성이 적고 실종이 되더라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K씨로부터 당한 배신감을 보상받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자료검색을 통해 토막살해 장면 등을 집중적으로 내려받아 살인방법을 숙지할 뿐만 아니라, 토막살해 후 사체 암매장을 쉽게 하기 위해 미리 쇠톱, 가위, 망치, 잭나이프 등 살인도구를 준비한 그는 다음 범행상대를 찾아 나섰다.

한방에 보내려
4kg 둔기 제작

그는 2004년 3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전화방에서 그 곳으로 전화를 걸어온 L씨와 만나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돈을 더 줄 테니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그의 말에 L씨는 의심 없이 그의 집으로 이동한다. 성관계를 한 후에도 피해자를 돌려보내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L씨가 도망을 가려 하자 그 자리에서 L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살해 후 사체 운반 시 부피가 크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사체의 형체를 알아 볼수 없을 정도로 토막을 내고 잘게 부숴 10개 정도의 검정비닐봉지에 나눠 담았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소재 뒷산 등산로에 삽으로 구덩이를 파서 피해자의 사체를 은닉하기까지 했다. K씨로 시작된 유영철의 그릇된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4년 4월에는 전화방에서 알게된 M씨를 살해하고 피해자의 신원확인이 불가능 하도록 사체를 절단해 구덩이를 파서 묻어 피해자의 사체를 은닉했고, 2004년 5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피시방에서 인터넷으로 속칭 ‘조건만남’ 쪽지를 보내고 있는 피해자 N씨에게 접근해 살해하고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숨겼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그가 살해한 사람의 수는 21명. 위와 같은 방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얼굴, 엉덩이 부위 등을 수회 베고, 손목을 절단하는 등 기이한 행동도 일삼았다. 살해된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교회나 성당 근처에 사는 노약자나 부녀들, 그리고 출장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는 윤락녀라는 점이었다.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것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 이런 식으로 반사회적인 성격을 표현했던 것이다.

2004년 7월15일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기동수사대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출장마사지사 등 부녀자들을 유인, 감금해 소지품을 절취하거나 그 부녀자들을 연쇄 살해한 혐의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2004년 6월경 살해당한 출장마사지사의 핸드폰 등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과도로 개 찔러보는 살인 실험
죽지 않자 범행 도구 특수제작

이렇게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살인 행각은 막을 내렸다. 체포후 그는 절도, 감금, 부녀자 살인, 부유층 주택 살인사건 혐의 등에 관해 자백과 부인을 반복하다가 간질증세가 있는 양 연극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관이 수갑을 풀어 주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뛰쳐나가 재차 체포됐다. 유영철은 호송되면서도 간질 발작 흉내를 내거나 다리가 아프다며 비명을 지르는 등 갖은 술수를 다 부렸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다시 검거된 유영철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보고를 받은 수사부장은 직접 유영철을 신문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의 별에 해당하는 경무관으로 거대 서울경찰청 형사들의 최고 우두머리가 직접 피의자 신문을 하겠다니, 위험부담이 매우 큰 모험이었다. 만약 수사부장이 신문해도 별 소득이 없다면 위신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방법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부담을 안은 결정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유영철에게도 전달됐다. 유영철은 매우 과시욕이 강하고 우쭐대기 좋아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는 터라 서울 경찰 최고위 형사 간부가 직접 자신을 신문하러 온다는 사실에 흥분했다고 한다. 한국의 살인 사건 분석과 프로파일링을 주제로 범죄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김용화 수사부장이 차분히 추궁하자 유영철은 이내 자백하기 시작했다. 우선 4건의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자백했다.

자백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범인이 아니면 모를 이야기들을 하거나 현장 상황을 정확히 재현해 그리는 점 등으로 보아 범인이 분명했다. 진술에 뒤이은 현장 답사에서도 정확히 피해 주택들을 찾아내고 사건 현장의 처음 모습을 재현해냈다.

11시간 도주하는 동안 증거가 될 만한 물건들을 버렸다는 진술에 따라 수색한 결과 유영철의 하숙집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 구석에서 범행에 사용한 해머가방도 발견해 수거했다. 나중에 이 해머의 손잡이 플라스틱 안쪽에서 피해자의 혈흔을 발견했다.

살인에 맛들려
총 21명 살해

이상한 것은 이미 4건의 연쇄살인을 자백한 유영철이 출장 마사지사 실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었다. 수사부장은 계속해서 유영철이 소지하고 있던 여성용 발찌와 손목시계, 여분의 휴대전화에 대해 그 출처를 집중 추궁했다. 꿋꿋하게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던 유영철은 마침내 스스로의 거짓말에 지쳐 모든 걸 털어놨다. 10개월 동안 총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은 그 해 11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화 <추격자> 실존인물은…끝나지 않은 유영철 트라우마 

영화 <추격자>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진 보도방 업주 노모(42)씨가 마약 혐의로 또 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10월 15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노씨는 필로폰과 대마를 여러 차례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지난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준 노씨는 “유영철 검거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에 시달렸다”고 호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같은 혐의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8차례 처벌을 받았고, 2005년 이후엔 유영철 검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세 번이나 양형 결정에 선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노씨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지난 2004년 자신의 업소 여성이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한 뒤 자신도 추적에 나섰으며, 결국 다른 업주들과 함께 살인마 유영철을 붙잡아 경찰에 넘기고 포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노씨 인생에 치명타를 남겼다. 이전에도 마약에 가끔 손을 댔던 그는 현장 검증 과정에서 끔찍한 시체들을 직접 목격한 후 트라우마로 마약중독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약에 의존하던 노씨는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2010년에는 선처를 받기 위해 중국 폭력조직 흑사파가 국내 조직에 마약을 건네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노씨의 재판에서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인 징역 3년형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자신의 범행을 국가기관의 탓으로 돌리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검거에 기여한 경력이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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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